
호빵에 김치를 넣고, 약밥은 부리또로 감쌌다. 가래떡에 찍어 먹던 조청은 빵에 발라 먹는 스프레드가 됐다. 삼립이 한국인에게 익숙한 음식의 먹는 방식과 조합을 바꿔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55년 된 장수 브랜드 호빵부터 전통 약밥까지 한국적인 맛에 제빵·발효 기술을 더해 새로운 수출 상품으로 키우는 전략이다.
중심에는 삼립의 대표 상품인 호빵이 있다. 1971년 출시된 삼립호빵은 지난해 연 매출 약 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은 약 69억개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 22개국에도 수출되고 있다. 삼립은 오랫동안 팔아온 브랜드에 새로운 맛과 기술을 더해 해외 바이어에게 제안할 상품을 늘리고 있다.

김치호빵은 속뿐 아니라 반죽도 바꿨다. 샌드위치를 만들 때 잘라낸 식빵 테두리에 누룩균과 효소를 넣어 발효시킨 뒤 호빵 반죽에 활용했다. 이렇게 만든 ‘감주 발효물’로 쫀득하고 촉촉한 식감을 살리고, 속에는 김치를 넣어 감칠맛을 더했다.
제조 과정에서 남은 식재료를 새로운 원료로 가공하는 ‘업사이클링’을 적용한 것이다. 식빵 테두리를 다른 빵의 식감을 살리는 재료로 바꾸고, 한국의 대표 발효식품인 김치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빵에 담았다. 해외에 익숙한 빵이라는 형태에 한국적인 맛을 결합한 상품이다.

이 제품은 박람회 현장에서 미식 전문가가 맛과 특징을 소개하고 시식을 진행하는 ‘시알 테이스트’에도 선정됐다. 삼립은 해외 바이어에게 약밥의 맛과 새로운 먹는 방식을 함께 알릴 기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조청은 다른 음식에 발라 먹는 상품으로 쓰임을 넓혔다. ‘조청스프레드’는 오리지널과 계피 두 가지 맛이다. 설탕을 첨가하지 않고 곡물의 단맛을 살렸으며, 밀을 제분할 때 나오는 밀기울을 가공해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김과 김치도 소스가 됐다. ‘마요딥’은 달걀노른자를 사용하지 않은 식물성 마요네즈에 한국 식재료를 조합했다. 김의 고소함을 담은 ‘김마요’와 김치의 매콤한 맛을 더한 ‘김치마요’ 두 종류다. 한국 음식을 별도로 조리하지 않아도 기존에 먹던 음식에 곁들여 맛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상품 개발은 글로벌 식품업계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시알 파리 주최 측은 올해 혁신의 주요 방향으로 맛과 식감 등 감각적 경험, 건강, 편의성에 영양·환경적 가치를 더한 상품을 꼽았다. 한국 음식에서 영감을 얻은 제품도 주요 혁신의 원천으로 언급했다.
삼립은 오는 21일까지 열리는 이번 박람회에 ‘K-디저트 아뜰리에’를 주제로 단독 부스를 마련했다. 호빵과 호떡, 약과부터 소프트 치즈케이크와 미니보름달까지 약 40종을 선보였다. 정인호 삼립 대표도 현장에서 해외 바이어에게 직접 제품을 소개했다. 삼립은 이번에 선정된 제품들의 글로벌 판매를 추진하며 해외 유통망을 넓힐 계획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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