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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증시·소비 동반 침체…중국도 ‘잃어버린 10년’ 가나

입력 2026-10-21 11:25   수정 2026-10-21 11:46


중국 경제가 1990년대 이후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구 감소와 디플레이션, 소비 부진, 부동산 시장 침체 등 곳곳에서 공통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경제학자 이토 다카토시가 만든 ‘일본화 지수’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동안 중국은 일본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일본화’ 상태를 나타냈다.

가장 비슷한 점은 인구 감소다. 일본 인구는 2009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2022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인구 감소 속도는 일본보다 더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앞으로 10~20년 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과거 일본도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결국 장기 침체에 빠졌다.

중국 경제의 또 다른 문제는 좀비기업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아시아에서 은행의 느슨한 대출 심사 덕분에 간신히 생존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정부 지원을 받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전략산업을 제외하면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고, 가계는 소비 대신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은 일상에서도 확인된다. 음식점들이 10위안, 약 1.5달러 이하의 초저가 메뉴 경쟁에 나서고 있어서다. 일본도 비슷했다. 디플레이션이 본격화하자 외식업체들은 가격을 낮추는 출혈 경쟁에 들어갔다. 일본 대표 규동 체인의 기본 메뉴 가격은 1990년 말 400엔으로 정점을 찍은 뒤 떨어졌다. 다시 400엔을 넘어선 것은 2021년이 돼서였다.

쓰가미 도시야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의 가장 큰 문제는 대응이 너무 늦고 약했다는 것”이라며 “과감한 조치를 제때 취하지 못했고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도 피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도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원인 대신 증상만 치료하고 있다”며 “실제로 문제는 더 크고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시작한 지 5년이 지난 만큼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미 첫 번째 ‘잃어버린 10년’의 절반을 지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침체가 20년, 30년으로 길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중국과 일본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앤드루 틸턴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제조업 경쟁력과 세계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데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고 평가했다. 이번주 발표된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수출 증가가 성장의 상당 부분을 뒷받침했다.

중국이 버블 붕괴 당시 일본보다 경제 발전 단계가 낮다는 점도 차이다. 아직 성장할 여력이 더 남아 있다는 의미다. 이자벨 마테오스 이 라고 BNP파리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가계의 과도한 저축을 줄이는 방식으로 내수를 되살릴 여지가 있다”며 “중국 가계 저축률은 1980년대 초 일본보다 약 두 배 높다”고 설명했다.

FT는 그럼에도 “10년 전과 비교하면 중국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앞으로 수십 년간 연 7~10%씩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흔했지만 이제는 10년 안에 성장률이 3% 안팎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는 것이다.

중국 부동산 버블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다. 1980년대 후반 일본의 부동산·주식 투기 열풍을 넘어섰다. 정점일 당시에는 부동산 부문이 중국 경제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2021년 버블이 터진 이후 조정 속도도 빨랐다. 맥쿼리에 따르면 중국의 신규 주택 착공은 고점 대비 78% 감소했다.

리처드 쿠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대차대조표 불황’으로 설명한다.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 기업과 가계가 돈을 빌려 투자하거나 소비하기보다 기존 빚을 갚는 데 집중하면서 경기가 장기간 위축된다는 개념이다. 1990년대 일본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표현이다.

중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꺾인 뒤 대출 수요가 크게 둔화했다. 위안화 대출 잔액은 9월 전년 동월 대비 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상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가계의 상환 부담도 커졌다. 가베칼드래고노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성인 가운데 대출 연체자 비중은 최대 10.6%로 추정됐다. 전년 약 7.8%보다 높아졌다.

지방정부도 부채 축소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 동안 대규모 차입으로 인프라 투자를 벌인 후유증이다. 구이저우성만 해도 2017~2023년 교량을 비롯한 대형 인프라 사업에 매년 약 7700억위안, 115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민간 부문에서는 수출기업이나 정부가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업종을 제외하면 차입 수요가 약하다. 내수 부진에 노출된 기업일수록 투자를 미루고 있다. 중국의 약한 자금 수요는 국채 시장에서도 드러난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7%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 정부는 소비 진작책을 내놓고 있다. 가전과 자동차 등 소비재 구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소득 자체를 늘리기보다 미래 소비를 앞당기는 데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학자들은 중국 정부가 내수 부양을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로 강력한 수출 실적을 꼽았다. 중국 정부가 수출이 버티는 동안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한 자문위원은 “지도부는 첨단산업에 대한 장기 투자가 결국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버블 붕괴 이후 반도체 경쟁력을 한국과 대만에 내준 것과 달리 중국은 제조업과 첨단기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중국의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은 2024년에도 28%에 달했다. 일본의 비중은 1995년 23%에서 2010년 11%로 반 토막 났다. 래리 후 맥쿼리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갈등이 시작된 2018년 이후 중국 수출은 약 52% 늘었고 상품수지 흑자는 세 배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본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1990~2010년 약 14% 줄었다. 버블 붕괴 이후 기업들이 투자보다 부채 축소에 집중한 탓이다.

문제는 심리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 젊은 세대가 미래에 대한 기대를 잃고 소비와 투자를 더 줄일 수 있다. 이는 다시 부동산 시장과 내수를 끌어 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 같은 ‘기대의 악순환’이 인구 감소보다 더 위험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부동산 문제를 연구해온 경제학자 주닝은 “중국 젊은 층은 집을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투자 측면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난 5년간 그들이 직접 경험한 것은 집값이 30~40% 떨어지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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