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본 공연 중 가장 많이 울었다. 공연장을 나와서도 어디든 찾아가 한바탕 목 놓아 울고 싶었다.”
중국의 한 관람객이 한국 창작뮤지컬을 기반으로 제작된 ‘홍련’의 현지 공연을 보고 리뷰 사이트에 남긴 감상이다. 장화홍련과 바리데기 설화를 엮은 이 작품은 올해 중국 각지를 누빈 데 이어 지난 16일 상하이에서 개막해 다음달 1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현지 기획사가 한국 뮤지컬을 바탕으로 제작한 이 공연은 상하이 도심의 600석 규모 공연장인 상하이공무대에서 관객을 쉼없이 만나고 있다.
21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 등에서 한국 뮤지컬을 기반으로 현지 공연을 제작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국립정동극장이 개발한 창작뮤지컬에 바탕을 둔 ‘비밀의 화원’이 최근 도쿄에서 개막했고, 마찬가지로 한국 창작뮤지컬을 기반으로 제작된 ‘이터니티’도 올여름 도쿄·오사카·나고야에서 공연됐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의 관심이 대학로 소극장과 등에서 만든 작품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며 “현지제작사가 한국 작품을 들여와 공연하는 사례가 본격적으로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여러 국내 뮤지컬 제작사는 신작 개발 단계부터 아시아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에 수출이 가능한지 여부가 작품 개발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라이브러리컴퍼니가 공유·김고은 주연 TV드라마 ‘도깨비’를 뮤지컬로 본격 개발하기로 한 데도 이런 계산이 작용했다. 원작의 아시아 시장 인지도를 고려할 때 해외 시장 진출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회사가 오는 12월 쇼케이스를 여는 뮤지컬 ‘현혹’도 일본·중국 진출을 고려해 개발되고 있다. 같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도 공개를 앞두고 있어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팬층이 넓어질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과 일본 등에서 한국 작품을 적극적으로 찾는 배경에는 K팝과 드라마 등으로 쌓인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있다. 중국의 예술분야 유학생들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뮤지컬 ‘홍련’을 제작한 옥한나 마틴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는 “한국에서 석사과정 등으로 예술경영을 공부한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 작품을 협의를 거쳐 현지에 가져가 공연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제작사들도 기획 단계부터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는 것은 내수만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작년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4989억원으로 전년보다 7.2% 늘었다. 시장은 조금씩 커지고 있지만 유명 배우의 출연료 상승 등으로 제작비도 늘면서 국내 흥행에만 기대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공연업계의 설명이다.
여전히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가 ‘꿈의 무대’지만 이곳은 진입 문턱이 높다. 한국 창작뮤지컬에 기반을 둔 ‘어쩌면 해피엔딩’이 작년 토니상 6관왕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현지 관객에게 맞게 대본과 음악을 다듬고 투자자와 극장을 확보하는 데만 수년이 걸린다고 한다. 공연업계에선 개막에 성공하더라도 막대한 제작비와 운영비를 감당하며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도깨비’와 ‘현혹’을 개발하는 박성윤 라이브러리컴퍼니 프로듀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인 신작 뮤지컬 가운데 제작비 회수를 공식 발표한 작품은 다섯 편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라며 “반면 아시아 시장은 해외 진출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비교적 빠르게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뚜렷하다”라고 강조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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