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한화투자증권의 위상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맏형 격인 한화생명이 올 상반기 순이익을 두 배 가까이 늘리며 선방한 것과 달리, 한화투자증권은 증권업계 전반의 유례없는 호황 속에서도 나 홀로 실적이 뒷걸음질을 쳤다. 과거 든든한 수익원이었던 투자은행(IB) 부문이 적자로 돌아서고 해외 사업마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숙원 사업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도약에도 먹구름이 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의 위상은 방산·조선 계열사와 비교하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시총은 2023년 6월말 6조4502억 원에서 현재 41조1991억원으로 6배 이상 폭증했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역시 그룹 편입 후 시총이 두 배 이상 늘었고, 상장 당시 1조 원대였던 한화시스템은 13조원을 돌파하며 그룹 내 위상을 확고히 다졌다.
증권업계 내 존재감 약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 10대 증권사가 증시 활황에 힘입어 합산 순이익 10조 원을 돌파하는 등 역대급 호실적을 냈지만, 한화투자증권의 연결 기준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한 557억 원에 머물렀다. 상위 증권사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특히 41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IB 부문의 타격이 뼈아팠다. 올 상반기 IB 부문 순영업수익은 107억 원으로 전년 대비 68.2% 급감했고, 인수·주선 수수료(42억 원) 역시 쪼그라들었다. IPO와 유상증자 등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한 결과다. 실제로 주식발행시장(ECM) 성적표도 저조하다. 올해 초 이에이트(E8) 주관 이후 3분기까지 ECM 대표주관 실적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채권발행시장(DCM) 사업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9년 한때 1조 원에 육박했던 DCM 주관 금액은 올 3분기까지 1466억원에 불과해 연간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한화투자증권은 종투사 진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금융 밸류체인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생명(보험)을 정점으로 한화자산운용(운용), 한화투자증권(증권)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구조 속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형 요건인 ‘자기자본 3조 원’의 벽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상반기 별도 기준 자기자본(2조2674억 원)을 더해도 2조7674억 원에 그쳐 기준을 여전히 밑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종투사 타이틀을 달기 위해서는 단순한 자본 확충을 넘어, 전통 IB 부문의 수익성 회복과 PF 등 위험자산 관리, 그리고 지속 가능한 자본수익률(ROE) 개선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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