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펀드 부실 정보를 숨긴 채 1000억원대 투자금을 모집한 혐의로 기소된 장하원 전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가 항소심에서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별도로 기소된 글로벌채권펀드 사기 사건에서 무죄가 확정된 데 이어 이번 추가 기소 사건에서도 핵심 혐의가 무죄로 뒤집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5-1부(고법판사 원익선 성언주)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장 전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6억원을 선고한 원심보다 형량이 줄고 벌금형은 없어졌다.
장 전 대표 등은 2018년 8월부터 2019년 4월까지 투자 대상 채권의 부실과 관련 회사들의 재무 상태 악화를 알고도 투자제안서에 이를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기재해 투자자 455명으로부터 1090억원을 모집한 혐의 등으로 2023년 12월 추가 기소됐다.
지난해 4월 1심은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중요 사항을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기재했다며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번 사건의 대상인 DCO펀드는 미국 소상공인 대상 P2P대출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해외 유동화증권에 투자한 상품이다. 위험등급은 최고위험등급이었다. 앞서 무죄가 확정된 글로벌채권펀드 사건과는 별개다.
장 전 대표의 변호인단은 공소사실의 핵심 근거인 ‘전체 부실률 8%’가 2023년 수사 과정에서 계산됐는데도, 장 전 대표 등이 2018년부터 이를 알고 숨긴 것처럼 기소됐다고 반박했다. 내부 위험 분석 역시 일부 자산에 부정적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손실을 확정적으로 예측한 자료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DCO펀드의 상환율이 99.5%에 달한다며 일부 손실은 코로나19에 따른 미국 소상공인들의 사업 악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변호인과 주고받은 이메일 등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의 위법성이 대법원에서 확인됐다며, 잦은 공소사실 변경과 뒤늦은 증거 제출로 방어권 행사에도 지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펀드 자금을 빌려줄 회사의 주식을 개인적으로 취득해 이익을 추구한 행위가 금융회사·투자자와 임원 사이의 이해충돌을 일으켜 피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투자 대상 회사를 관리하려는 목적도 일부 있었고, 범행으로 취득한 이익이 없었던 점 등을 형량에 반영했다. 집합투자업 등록 없이 펀드 33개를 운용한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장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전 주중대사의 동생이다. 앞서 디스커버리 글로벌채권펀드의 부실 위험을 숨기고 투자금을 모집한 혐의로 2022년 별도 기소됐으나,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고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장 전 대표를 변호한 법무법인 남산 담당 변호사는 "항소심이 상품의 성격과 거래 관행을 고려해 '중요사항'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해석하고, 피고인들이 관련 정보를 판매회사에 제공해온 사실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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