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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련' '현혹'…아시아 유혹하는 K뮤지컬

입력 2026-10-21 17:35   수정 2026-10-22 00:39


“올해 본 공연 중 가장 많이 울었다. 공연장을 나와서도 어디든 찾아가 한바탕 목 놓아 울고 싶었다.”

중국의 한 관람객이 뮤지컬 ‘홍련’을 보고 현지 리뷰 사이트 더우반에 남긴 감상평이다. 한국 창작뮤지컬 ‘홍련’을 현지 사정에 맞게 손을 본 작품이다. 장화홍련과 바리데기 설화를 엮어낸 이 작품은 올들어 중국 각지에서 공연을 펼치고 지금은 상하이 한복판까지 꿰찼다. 중국 상하이 인민광장 인근 600석 규모의 상하이공무대에서 다음 달 1일까지 공연이 이어지는데 날마다 객석이 붐비고 있다.

21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에서 한국 뮤지컬을 기반으로 현지 공연을 제작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한국의 국립정동극장이 개발한 창작뮤지컬 기반 작품 ‘비밀의 화원’이 도쿄에서 개막했다. 올여름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개 도시 무대에 오른 ‘이터니티’도 한국 창작뮤지컬을 기반으로 제작된 리메이크 작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의 관심이 대학로 소극장과 등에서 만든 작품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며 “현지 제작사가 한국 작품을 들여와 공연하는 사례가 본격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시장의 반응이 좋다 보니 국내 뮤지컬 제작업계는 신작 개발 단계서부터 아시아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에 수출이 가능한지 여부가 작품 개발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라이브러리컴퍼니가 공유·김고은 주연 TV 드라마 ‘도깨비’를 뮤지컬로 본격 개발하기로 한 데도 이런 계산이 작용했다. 원작의 아시아 시장 인지도를 고려할 때 해외 시장 진출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회사가 오는 12월 쇼케이스를 여는 뮤지컬 ‘현혹’도 일본·중국 진출을 전제로 개발되고 있다. 같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도 공개를 앞두고 있어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팬층이 넓어질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과 일본 등에서 한국 작품을 적극적으로 찾는 배경에는 K팝과 드라마 등으로 쌓인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있다. 중국의 예술 분야 유학생들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뮤지컬 ‘홍련’을 제작한 옥한나 마틴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는 “한국에서 석사과정 등으로 예술경영을 공부한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 작품을 현지에 가져가 공연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제작사들은 기획 단계부터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수 시장만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작년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4989억원으로 전년보다 7.2% 늘었다. 시장은 조금씩 커지고 있지만 유명 배우의 출연료 상승 등으로 제작비도 늘면서 국내 흥행에만 기대기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 같은 ‘꿈의 무대’는 아직 문턱이 높다. 한국 창작뮤지컬에 기반을 둔 ‘어쩌면 해피엔딩’이 작년 토니상 6관왕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현지 관객에게 맞게 대본과 음악을 다듬고 투자자와 극장을 확보하는 데만 수년이 걸린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공연업계에선 개막에 성공하더라도 막대한 제작비와 운영비를 감당하며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도깨비’와 ‘현혹’을 개발하는 박성윤 라이브러리컴퍼니 프로듀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인 신작 뮤지컬 가운데 제작비 회수를 공식 발표한 작품은 다섯 편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며 “반면 아시아 시장은 해외 진출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비교적 빠르게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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