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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칼럼] 리더십의 힘, 배신자 비난 감내할 용기

입력 2026-10-21 17:39   수정 2026-10-22 00:29

존 F 케네디는 미국 대통령 중 유일하게 퓰리처상을 받은 인물이다. 상원의원 시절 척추 수술 후 7개월간 요양 기간에 자신의 보좌관과 공동 작업으로 펴낸 책이 전기부문 수상작이 됐다. 책은 소속 정당이나 지역 유권자들의 거센 반대에도 국익을 위한 신념을 굽히지 않은 8명의 상원의원 얘기를 다룬 <용기 있는 사람들>. 대필 논란에도 불구하고 케네디는 이 책을 통해 전국적 명성과 함께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

책에서 첫 번째로 소개된 정치인은 1800년대 초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존 퀸시 애덤스. 연방당 소속인 애덤스는 라이벌 정당인 민주공화당의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프랑스 나폴레옹으로부터 루이지애나 일대 영토 매입을 추진하자 연방당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찬성하고 나서 지역구민으로부터 ‘사탄의 자식’이란 저주까지 받았다. 연방당은 루이지애나 일대가 미국에 편입될 경우 경제 중심이 동부에서 중부로 옮겨가 동부 땅값 하락과 함께 정치적 기반 상실을 우려해 극력 반대했다.

그들이 기를 쓰고 막으려고 한 루이지애나 매입이 미국 역사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루이지애나 매입은 지금의 루이지애나주 하나가 아니라 중부 15개 주의 거의 전부를 아우르는 한반도 10배 크기, 현재 미국 본토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광대한 대평원 곡창지대를 포함하고 있다. 나폴레옹이 영국과의 전쟁 자금 마련을 위해 급처분하느라 매입가는 에이커(약 4047㎡)당 단돈 4센트. 이 헐값에 미국의 영토를 단숨에 두 배가량 늘릴 수 있는 역사적 기회 앞에서 소속당과 유권자들이 기득권에만 집착해 저항하자 분연히 일어난 게 애덤스였다. 그는 이후에도 당론과 달리 제퍼슨의 금수법을 지지해 사퇴 압박을 받다가 결국 의원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책의 서문에도 있듯 높은 지위에 올라갔다고 해서 위대한 정치가라고 할 수 없다. 그들이 보여줘야 할 위대한 덕목 중 하나가 용기다. 특히 동료 및 선거구 대다수의 감정과도 맞설 수 있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용기다. 우리 정치사에서도 비근한 예로 지지층의 반발을 뚫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성사시킨 노무현 전 대통령을 들 수 있다.

한·미 FTA에 대한 진보 진영과 농민들의 반발은 당시 노 대통령이 밤잠을 설치게 할 만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였던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태인 국민경제비서관이 공개적으로 반발했으며, 정 비서관은 반FTA 운동 최전선에 섰다. 좌파 지식인은 보수정권보다도 더 신자유주의 정글로 내몬 변절자로 비난했고, 농민단체는 노무현 생가 마을에서 고사 퍼포먼스까지 벌였다. “정치적 부담은 크지만 결단 내고 가자”는 노무현의 용단 뒤 한·미 FTA가 우리 경제 영토를 얼마나 확장했는지는 대미 교역량과 무역흑자 증가액이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용단은 문화 영토를 넓히는 기폭제가 됐다. 1998년 일본문화개방 당시 반대 여론은 60%가 넘었다. DJ의 특별지시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핵심 인사들은 모두 그와 오랜 재야 동지였지만, 이들조차 선뜻 맡기를 주저하는 분위기였다. DJ의 자신감이 입증된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본 영화 ‘러브레터’가 먼저 한국에서 히트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쉬리’, 가수 보아,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우리는 이제 또 한 번 경제 영토 확장의 기로에 서 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다자간 메가FTA로 교역의 고속도로 같은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한국산 원단 및 부품으로 베트남에서 의류, 스마트폰을 제조해 캐나다로 수출할 때 무관세를 적용받기 위해선 이 협정 가입이 필수적이다. 가입국 중 호주, 칠레, 캐나다 등은 자원 부국이다. 요소수 사태와 니켈, 리튬 등의 공급망 위기에 대비하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CPTPP 연내 신청 보류 지시는 노무현이 표현한 ‘정치적 부담’ 때문이다.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의 한 대목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위험을 안고 뛰어들거나, 불확실하기 때문에 위험을 회피하는 것, 이것 둘뿐이다. 어차피 뛰어들 것이라면 남보다 먼저 해야 앞서갈 기회를 포착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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