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디지털 경제의 올해 총거래액이 3600억달러(약 477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전자상거래·온라인 여행 등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인공지능(AI)이 소비·투자를 이끈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지역 AI 서비스 기업으로는 투자금이 몰렸고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센터에도 자금이 집중되는 추세다.21일(현지시간) 구글·테마섹·베인앤드컴퍼니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 10개국의 디지털 경제 총거래액(GMV)은 올해 3680억달러로 예상됐다. 지난해(3150억달러)보다 17%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오는 2030년엔 6200억달러, 2035년엔 1조1390억달러로 뛴다는 전망도 내놨다. 올해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13%에 이른다.
총거래액은 전자상거래, 여행 예약, 차량 호출·음식 배달 거래액에 온라인 미디어 매출을 더한 수치다. 디지털 금융은 집계에서 제외했다. 조사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 등 주요국 6곳과 브루나이·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등을 통틀어 총 10개국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가장 큰 시장은 전자상거래 분야다. 올해 총거래액은 226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18% 늘어날 전망이다. 2030년엔 4090억달러, 2035년엔 8200억달러로 예상된다. 온라인 여행 거래액도 올해 590억달러에서 2035년 1260억달러로 확대된다는 분석. 보고서는 AI를 통해 상품 탐색이 수월해질 경우 거래가 늘어날 수 있는 데다 온라인 서비스를 처음 쓰는 이용자의 진입 문턱도 낮아질 것으로 봤다.
구글과 유고브가 지난 7월 주요 6개국 AI 이용자 9006명을 조사한 결과 AI가 대체로 믿을 만하다는 가정 아래 75%는 '상품의 최저가를 찾고 구매까지 대신하는 일을 AI에 맡길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별도 앱·웹사이트로 제공되는 생성형 AI 이용자는 주요 6개국 기준 2억4300만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1인당 AI 사용량은 500만토큰으로 미국(6000만토큰)의 약 10% 수준이다. 유럽은 1400만토큰을 기록했다. 토큰은 AI가 질문을 처리하고 답변을 만들 때 쓰는 기본 단위이자 이용량을 가늠하는 척도다. 동남아에선 기업 업무용보다 개인 모바일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체 AI 사용량은 지난해 2000조~4000조토큰에서 올해 5000조~7000조토큰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2030년 동남아 AI 사용량이 올해와 비교해 10~15배에 이른다고 내다봤다. 여러 단계의 일을 스스로 처리하는 AI가 확산하고 데이터센터가 확대되면서 AI 처리 비용이 하락할 경우 50~60배로 급증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AI 이용 확대는 데이터센터 수요로 이어진다. 동남아 전체 데이터센터 구축 용량은 2023년 1.6기가와트(GW)에서 2024년 2.4GW, 지난해 4GW로 늘었고 이달 기준 5.8GW로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52% 늘어난 셈이다. 현재 발표된 데이터센터 용량 계획은 총 11GW에 이른다.
보고서는 AI 처리 수요를 감당하려면 향후 5년간 데이터센터 용량을 약 3배로 늘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AI 기술과 반도체가 발전해 2030년까지 답변을 만드는 추론 과정 효율이 약 50% 개선될 가능성을 고려해도 시설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데이터센터로 유입된 민간 자금도 급증했다. 자금조달액은 2023년 9억달러, 2024년 33억달러, 지난해 43억달러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163억달러(약 22조원)가 몰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AI 처리에 필요한 장비와 기반시설 전체에 유입된 민간 자금은 약 200억달러에 달한다. 보고서는 시설 확충이 이어지면서 관련 투자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데이터센터를 제외한 디지털 기업의 민간 투자액은 2021년 270억달러에서 지난해 70억달러로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진 약 80억달러로 최근 3년간 연간 투자 수준과 유사했다. 투자금은 주로 여러 차례 투자를 받으면서 성장한 기업에 집중됐다. 전체 투자 규모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AI 관련 기업이 차지하는 몫은 커졌다.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서비스에 AI 기능을 넣은 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2024년 하반기 15억달러에서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9억달러·21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엔 32억달러가 몰렸다. 직전 반기보다 약 50% 늘어난 규모다. 전체 디지털 기업 민간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4년 하반기 약 30%에서 올 상반기 약 80%로 확대됐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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