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메타, xAI 등 글로벌 빅테크가 꺾이지 않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의지를 보이자 국내 기판·연료전지·데이터센터 관련주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미국 네오클라우드 코어위브가 촉발한 AI 인프라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서서히 걷히는 모양새다.
22일 장 초반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기와 대덕전자, 심텍, 코리아써키트 등 국내 기판 관련주가 2~4% 안팎 강세를 보였다. 지난 20일 상장 직후 급락했던 국내 데이터센터 솔루션 업체 엘리스는 전날 상한가를 찍은 데 이어 이날도 장 초반 20% 안팎 급등했고, 삼성에스디에스도 6%대 상승했다.
연료전지 관련주 가운데 비나텍은 21%, 코세스와 한선엔지니어링, 미코도 각각 5~10%대 급등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전력 병목'을 돌파하기 위해 연료전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설의 중심은 기판이다. 엔비디아는 이비덴, 삼성전기, 유니마이크론과 맺은 기판 계약으로 향후 3년간 생산능력을 2.5배로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기는 이번 발표로 엔비디아 기판 공급망에 공식 합류했다.
삼성전기는 국내 기존 공장 물량을 곧바로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엔비디아와 공동 투자해 세종·부산 공장에 AI 반도체 패키지기판 전용 생산시설을 증설키로 했다. 엔비디아는 2028년이면 삼성전기 연간 패키지 기판 생산능력 가운데 "상당 부분"이 자사 몫으로 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기는 올해부터 엔비디아향 공급 물량이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엔비디아는 생산능력을 선점하기 위해 자금 지원에도 나섰다. 고성능 GPU용 기판 시장 1위 업체인 일본 이비덴에는 생산능력 증대를 위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선급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대만 테스트 업체 KYEC에도 11억달러를 선지급해 미국에 테스트 시설을 짓도록 했다. 최근 AI 인프라 투자의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른 '자본' 문제를 엔비디아가 직접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기판 품귀가 AI 가속기용 ABF 기판에서 메모리용 BT 기판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도 중소형 기판주에 힘을 실었다. 권민규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8년까지 ABF 기판 생산능력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동안 BT 기판 증설 폭은 10%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보고 대덕전자와 심텍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두 회사의 BT 기판 매출 비중은 각각 84%, 72%로 추정된다.
스페이스X도 하루 앞선 20일 실적 발표에서 AI 연산 용량을 9월 말 1.7GW에서 올해 말 2.5~3GW, 내년 말 최소 13GW로 늘리겠다고 했다. 4분기 설비투자 전망치는 350억~400억달러로 제시해 3분기(196억달러)보다도 두 배 가까이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스페이스X 경영진은 "새롭게 컴퓨팅을 배치하면 현재 가격 기준 투자 회수 기간이 1년이 채 안 된다"며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JP모건은 "자금 조달 제약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고 AI 구축 모멘텀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일론 머스크 CEO는 AI 인프라 확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반도체보다 전력과 냉각 설비를 지목했다.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지 않고 데이터센터 옆에서 직접 전기를 만드는 블룸에너지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하는 블룸에너지는 밤 사이 주가가 7% 급등했다.
국내에서도 블룸에너지 밸류체인 관련주인 비나텍(슈퍼커패시터), 한선엔지니어링(배관 모듈), 코세스(전극셀 자동화 장비) 등이 강세를 보였다. 비나텍은 전날 글로벌 전자제품 위탁생산(EMS) 기업 산미나와 1195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용 슈퍼커패시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연결 매출(822억원)의 145%에 달하는 규모다.

데이터센터 투자 관련 공포가 서서히 걷히자 국내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기업 엘리스도 이틀째 급등하고 있다. 엘리스는 이날 오전 10시52분 기준 14.4% 오른 9만1300원에 거래되며 공모가(9만500원)를 넘어섰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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