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상호금융의 부실이 심화하는 가운데 비조합원 이용량 규제로 지역농협 절반이 대출업무의 한계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규정상 지역농협은 대출 총액의 50% 이상을 조합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인구 감소로 농민 대출 수요는 급감한 반면 일반인 대출은 법적 상한에 육박하면서 일선 영업 창구가 마비될 처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에 제출받은 '농협 상호금융 비조합원 사업이용량 통계'에 따르면 비조합원 대출액이 45%를 넘은 지역농협은 올 상반기 기준 553곳이다. 전체(1106개)의 절반을 차지했다. 48% 이상인 곳은 194곳(17.5%), 상한선인 50%를 넘긴 농협도 27곳으로 집계됐다. 농협법 58조 및 농림축산식품부 지역농협 정관 표준안에선 비조합원 사업 이용량을 전체 사업량의 50%로 상한을 두고 있는데, 기준에 근접했거나 이를 넘겨 일반인 대출을 더 이상 취급할 수 없는 곳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비조합원 이용량 제한은 농민을 돕는다는 지역농협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조항이었다. 농협 조합원 종류엔 농민으로 구성된 일반 조합원, 그리고 농민이 아닌 준조합원이 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 비조합원으로 통칭한다. 다만 준조합원은 해당 시·군구 안에 주소나 거소가 있는 경우에만 될 수 있어 일선 대출 창구 입장에선 비조합원 대출 취급이 중요하다. 올 상반기 전체 지역농협의 대출 총액(384조원) 중 비조합원 대출은 164조원(42.7%)에 이른다.
지역농협은 조합원 대출을 늘려 비중을 떨어뜨리기가 녹록지 않다는 입장이다. 농촌 소멸 위기로 농민 수가 급감하고, 농지담보대출 역시 위축되는 추세라서다. 농협법이 유달리 깐깐한 탓도 있다. 다른 상호금융인 새마을금고의 경우 비조합원 사업량 제한이 없다. 산림조합은 조합장이 인정하면 기준을 초과할 수 있고, 수협은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준조합원이 될 수 있다. 국회에선 송 의원이 올해 1월 예금과 대출 등에 대해 비조합원 이용량을 제한할 수 없도록 하는 농협법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계류 상태다.
송 의원은 "비조합원 대출 규제가 농민 조합원에 충실하라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소멸 위기를 겪는 농촌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며 "상황과 여건에 맞춰 규제를 개선해 상호금융 부실을 해소하고 경제사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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