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 한옥도 ‘럭셔리’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인상적인 답을 내놓은 공간이 최근 문을 열었다. 강원 영월의 ‘더한옥헤리티지’는 10만 평(약 33만㎡)에 달하는 대지에 13년간 공들여 조성한 한옥호텔로, 전통 건축에 미식과 예술, 웰니스를 결합했다. 유네스코와 연계된 베르사유 건축상(Prix Versailles) 호텔 부문을 수상하며 세계 무대에서 ‘한국형 럭셔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곳에 체크인하는 순간 복잡한 여행 계획은 내려놔도 좋다. 고즈넉한 누각 티하우스에서 차를 마시며 마음을 고르고, 객실에 들어서면 4m 높이의 천장이 시야를 시원하게 열어준다. ‘차경’을 바라보며 여유를 누린다.
웰니스 프로그램은 명상과 다도, 목공예 등 한국형 체험으로 구성된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라온재에서 진행되는 ‘플로팅 배스 요가 & 싱잉볼 테라피’다. 749.43㎡ 규모의 인피니티 풀에 몸을 띄우면 시선 끝에 선돌과 하늘이 펼쳐진다. 한옥의 처마와 주변 풍경이 자연스럽게 한 장면에 포개진다. 물 위에 누워 온몸의 긴장을 풀자 복잡한 고민이 잦아든다. 수영장이 단순한 물놀이 공간을 넘어 깊은 이완과 명상의 장소가 되는 순간이다.
독채 전용 야외 수영장에서 여유를 즐기고 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석양을 감상한다. 늦은 밤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별과 달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위(無爲)의 하루가 저문다. 수면을 위한 배려도 섬세하다. 은은한 조명과 최고급 침구, 실내 온·습도 조절 시스템을 갖췄다. 이른 아침에는 요가로 몸을 깨우고, 영월의 제철 식재료로 차려낸 12첩 반상을 맞이한다.
한국의 전통문화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스며든다. 김동현 ROHAE 대표가 완성한 ‘고요·흐름·생기·온기·깊이’ 다섯 가지 블렌딩 차를 즐기고, 전문적인 다도 수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한옥에 사용된 고재(古材)를 활용한 목공예와 한복 체험도 마련돼 있다. 갤러리에는 허보리 작가의 작품과 고소미 작가의 공예품이, 객실 곳곳에는 강석영 도예가의 도자기 등이 놓여 있다. 공간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한국의 미학을 만날 수 있다.
‘바라보는 건축’이 아니라 ‘살아내는 건축’. 우리의 전통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몸으로 느끼고 즐기게 하려는 설립자의 철학이 인상적이다. 1박 100만원이 넘는 숙박료가 다소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로 떠나지 않고도 한국의 깊이 있는 문화와 자연 속에서 온전한 휴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관광지를 찾아 바쁘게 이동하는 대신 한옥의 마당을 거닐고, 차를 마시고, 자연 속에서 온전히 쉬어가는 시간. 더한옥헤리티지는 호텔 자체가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데스티네이션 호텔’의 진가를 보여준다.
조지아 Wave 칼럼니스트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