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이팬 5000원, 에어프라이어 1만원. 이마트가 선보인 초저가 생활용품 매장 '와우샵'의 가격표다. 과거 잡화 전문점 '삐에로쑈핑'을 운영했다가 약 2년 만에 철수했던 이마트가 다시 비식품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이번에는 1만원 이하 저가 상품을 앞세워 고객들의 지갑을 공략한다. 식품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 경쟁이 치열한 초저가 생활용품 시장에서 통할지 눈길이 쏠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스타필드 마켓 월계점과 이마트 은평점에 약 331㎡(100평) 규모의 와우샵을 열었다. 와우샵은 모든 상품을 1000원부터 1만원 이하의 균일가로 판매하는 초저가 생활용품점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일부 점포에서 편집존 형태로 와우샵을 시범 운영했는데 이번에 매장 규모와 상품 구색을 확대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다이소가 주도하는 초저가 생활용품 시장에서 이마트가 내세운 무기는 상품 소싱 역량이다. 대형마트를 운영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해 가격 경쟁력과 상품 다양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마트는 국내외 브랜드와 협업하고 단독 상품을 발굴하는 등 개발 역량을 투입해 1만2000여 종의 상품을 새로 개발했다. 이 가운데 점포별 특성을 고려해 매장마다 7000~8000종을 선별해 판매할 예정이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해외 상품들도 대거 들여왔다. 전체 상품 가운데 해외 소싱 상품의 비중은 절반에 달한다. 실제 이날 방문한 이마트 은평점 와우샵 내 '글로벌 브랜드존'에는 스페인산 산미구엘 코카콜라 유리컵과 체코산 와인 글라스, 폴란드산 수납함 등이 진열됐다.
식품코너에는 중국 최대 라면 브랜드 캉스푸와 일본 식품기업 닛신을 비롯해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각국의 먹거리가 매대를 채웠다. 1만원짜리 상품을 별도로 모아 놓은 공간에는 믹서기와 전기주전자, 드립 커피메이커 등 소형가전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첫발을 뗀 와우샵에 대해 소비자들은 일단 합격점을 주는 분위기였다. 전기담요와 에어프라이어 등을 구매한 소정선 씨(40대)는 "가전 제품을 온라인 최저가보다 싸게 팔아서 좋다"며 "상품은 다이소가 더 다양한 것 같긴 하지만 해피콜, 테팔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이 많아 믿고 살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매장을 둘러보던 40대 주부 이수경 씨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부터 어른들이 사용할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상품이 있어 가족 단위로 쇼핑하기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이마트는 앞서 2018년 일본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삐에로쑈핑을 선보였으나 2년도 채 안 돼 사업을 접었다. 복잡한 쇼핑 동선과 빼곡한 상품 진열 방식이 일본 관광지에서는 이색 경험으로 통했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일상 소비 패턴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품은 많았지만 반복 구매로 이어질 만한 실용적인 구색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잡화 사업에서 쓴맛을 봤던 이마트가 다시 생활용품 시장에 뛰어든 배경에는 식품에 집중된 마트의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기존에는 다이소 등 외부 점포를 입점시켜 집객 효과를 누렸다면 이제는 자체 매장으로 직접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쿠팡 등 이커머스와 생활용품 전문점 등으로 이동한 비식품 수요를 다시 마트로 끌어들이겠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저가형 오프라인 매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차별화된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와우샵의 시장 안착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기 불황기에는 저가형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이마트는 글로벌 상품 소싱 인력과 유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다이소와 경쟁할 만한 역량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이소가 채우지 못한 고품질 브랜드 상품과 소형가전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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