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직후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7달러를 넘어섰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이날 장중 3% 넘게 상승하며 배럴당 117달러대(장중 최고 117.45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가 117달러선을 상회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다. 9월 초와 비교하면 약 20%, 연초 대비로는 85% 이상 상승한 수치다. 원거리 월물인 2027년 4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100달러 선 위에서 거래되는 등 시장에서는 고유가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번 가격 급등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 중동 내 군사적 충돌이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글로벌 원유 공급 부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선거 이후 이란을 재타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으며, 공격 대상에는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와 나탄즈 인근 곡괭이산 핵시설, 미사일·드론 전력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날 이란 국영 TV는 유조선 7척이 공격을 받거나 기뢰에 피격됐다고 보도했다. 친이란 성향 예멘 후티 반군도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한 공격을 확대해 미국 정부가 현지 외교관 일부와 가족을 철수시켰다.
원유 공급 우려 속에 재고 감소세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3분기 글로벌 원유 재고가 하루 평균 190만 배럴 줄어든 데 이어, 4분기에도 하루 70만 배럴 규모의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털마켓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FT 인터뷰에서 "중동에서 단기 군사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가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전쟁이 곧 종식될 것이라는 주장은 실제 이어지는 미사일 공격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고 짚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피단에너지의 밥 맥널리 대표는 "교전이 핵심 석유 인프라 타격으로 비화할 경우 유가가 순식간에 150달러 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유가 충격으로 미국의 물가 불안도 다시 자극받고 있다. 전날 5%를 밑돌았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부각되며 4.99%대로 소폭 반등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쟁을 조기에 종식할 수 있지만 이란은 실패한 국가이며 우리는 필요한 모든 석유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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