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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바닥이더니…원화가치 상승폭 두 달째 세계 1위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입력 2026-10-27 06:00  

17년 만에 바닥이더니…원화가치 상승폭 두 달째 세계 1위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원화의 실질가치가 지난 8월과 9월 두 달 연속 세계에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원화의 실질가치는 석 달 만에 11.7% 급등했다.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시장 수급 개선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2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9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REER·2020년=100)은 전달보다 3.2% 오른 92.73으로 집계됐다. 2024년 11월(93.43) 후 2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주요 교역 상대국과의 환율과 물가 차이를 반영해 산출한 통화의 실질가치 지표다. 지수가 상승할수록 교역 상대국 통화에 비해 자국 통화의 실질가치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기준연도인 2020년보다 실질가치가 낮아졌다는 뜻이다.

원화의 실질가치는 지난 6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추락했다가 가파르게 반등했다. BIS에 따르면 지난 6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83.03으로 2009년 3월(79.33) 후 17년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당시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조사 대상 64개 경제권 가운데 일본(65.48)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63위였다.

하지만 이를 저점으로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7월 85.44, 8월 89.88, 9월 92.73으로 석 달 연속 올랐다. 월별 상승률은 각각 7월 2.9%, 8월 5.2%, 9월 3.2%였다. 7월에는 64개 가운데 상승률 2위였지만 8월과 9월에는 잇달아 1위에 올랐다. 실질실효환율 지수 수준의 순위도 올 6월 63위에서 9월엔 60위로 상승했다.

두 달 연속 상승률 세계 1위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4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이 월간 상승률 1위를 기록한 것은 1998년 7월(8.40%)과 12월(5.85%), 2012년 11월(1.94%), 2017년 11월(1.99%) 등 네 차례에 불과했다. 과거 두 차례는 모두 한 달에 그쳤다. 한국이 두 달 연속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화 강세의 배경으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황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8월 경상수지 흑자는 279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696억7000만달러)의 4배에 달했다. 지난 6월에는 497억3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고, 7월과 8월에도 각각 420억8000만달러와 461억1000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경상수지가 45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흑자(1231억달러)의 3.7배 규모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황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도 빠르게 하락했다. 지난 6월 달러당 1528.0원이던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7월 1488.9원, 8월 1404.4원, 9월 1358.8원으로 낮아졌다. 지난 23일에는 달러당 1324.6원까지 내려가면서 최근 2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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