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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도래지에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불허'…2심도 "적법하다"

입력 2026-10-26 20:20  


철새도래지 주변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한 정부 당국의 처분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4-2부(이광만 문광섭 박연욱 부장판사)는 동물학대방지협회(이하 협회)가 국가유산청장을 상대로 "국가지정유산 현상변경 불허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동물학대방지협회는 2016년 7월부터 지자체와 함께 부산 을숙도 내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운영해왔지만, 2023년 10월 "을숙도 인근에 설치된 고양이 급식소 때문에 길고양이가 늘어나고 있어서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는 민원이 국민신문고에 제출됐다.

을숙도는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자연유산이다.

이 같은 민원에 국가유산청은 관할 지자체에 "철새도래지 내 무허가 고양이 급식소를 철거하라"고 지시했고, 지자체는 직접 설치한 급식소 15곳을 철거하면서 협회에도 급식소 철거를 요청했다.

이후 협회는 2024년 2월 국가유산청에 "급식소를 추가 설치하게 해달라"면서 국가지정문화유산 현상변경 행위 허가를 신청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그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해선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에서다.

국가유산청은 현지 조사 끝에 "자연유산 보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서 신청을 불허했고, 협회는 불복 소송을 냈다.

길고양이 급식소가 철새도래지 보존·관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협회 측 주장이다.

급식소를 운영해온 8년간 길고양이 개체 수는 약 200마리에서 60마리로 줄었고, 고양이가 철새를 공격하는 빈도도 낮아졌다는 것.

협회 측은 재판에서 "급식소를 철거하면 오히려 고양이가 철새를 더 자주 공격해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해외 연구 결과와 전문가 조사보고서 등에 근거해 "급식소 때문에 길고양이가 늘어나 철새를 사냥할 우려가 있다"면서 국가유산청 측 손을 들어줬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그간 을숙도 내 길고양이 개체 수 감소를 급식소 운영 때문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보다는 이 기간 지자체 지원으로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이 시행됐기 때문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

또 1심은 "설령 협회 주장처럼 지난 8년간 급식소가 철새도래지 보존·관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더라도, 향후 장기적으로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거나 자연유산 보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2심 역시 협회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을숙도 철새도래지와 같은 생태계는 수많은 생물과 환경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작은 변화만으로도 장기간에 걸쳐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한번 훼손되면 회복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예견할 땐 예방적인 관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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