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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대 때려 여친 숨지게 한 남친…가상국가 만들어 통제했다

입력 2026-10-26 21:02  


동거하던 여자친구를 514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남성이 가상의 국가와 처벌 규칙을 만들어 피해자를 통제해 온 정황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남성은 두 사람이 싸움을 줄이기 위해 만든 규칙이라고 주장했지만, 규칙에는 해명조차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고 처벌을 집행하는 사람은 남성뿐이었다.

지난 2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6월 서울 강서구에서 발생한 이른바 '강서 고문 살인사건'을 추적하며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사건은 지난 6월 20일 오후 2시24분께 서울 강서구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발생했다. 당시 28세 직장인 임 모씨가 의식을 잃었다는 남자친구 전씨의 신고를 받고 구급대가 출동했지만, 임씨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부검 결과 임씨는 갈비뼈 21개가 골절되고 주요 장기가 파열된 상태였다. 집 안에 설치된 홈캠에는 전씨가 임씨를 3시간20분 동안 514차례 폭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제작진이 임씨의 휴대폰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단어는 '국프'였다. '국가 프로젝트'의 줄임말인 국프는 두 사람이 '뚜리국'이라는 가상의 국가를 만들고, 운영에 필요한 각종 규칙과 문서를 작성하는 작업을 뜻한다.

전씨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국프에 대해 "둘이 정한 규칙"이라며 "덜 싸우기 위해 만든 규칙"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작성한 의사소통 지침에는 일상적인 갈등 해결을 위한 규칙이라고 보기 어려운 문구가 있었다.

문서에는 "거짓을 선택하는 순간 너는 그 어떤 인간적인 대우도 불가하다", "처벌이 시작되면 그 어떤 소명과 해명도 불가능하다", "처벌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규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처벌을 집행하는 권한도 전씨에게 집중돼 있었다.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규칙이 단순한 연인 간 약속을 넘어 상대방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작동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규칙을 어겼다는 판단만으로 피해자의 해명 기회를 차단하고, 처벌의 범위와 수위까지 가해자가 정하는 구조였다.

전씨는 폭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해할 의도는 없었고, 임씨의 거짓말을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폭행했다고 했다. 전씨의 부모는 오히려 임씨가 아들을 가스라이팅했다고 주장했으며, 전씨는 유가족을 평생 부양하며 사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방송에서 공개된 영상과 전문가들의 분석은 전씨의 해명과 다른 측면을 드러냈다. 전문가는 전씨가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폭력을 행사했다기보다 자신이 세운 규칙을 강요하면서 피해자를 통제한 정황에 주목했다.

사건 당일 영상에서 전씨는 여러 차례 죽음을 언급하면서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하지 않으면서 섬뜩할 정도로 상대를 폭행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법의학자인 내가 보더라도 끔찍해서, 사실은 보다가 좀 중단하고 다시 보고... 그 정도로 굉장히 심각하다"며 "수많은 악인의 나쁜 행위를 봐왔지만 이건 개인적으로 고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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