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로 자기 일을 빨리 끝냈는데, 그 일을 넘겨받은 동료는 더 오래 일하게 됐다고 해보자. 그 직원은 일을 잘한 것일까. 자기 작업을 끝내는 속도와 회사의 일이 끝나는 속도는 다르다. AI가 생산을 맡기 시작하면 사람을 평가할 때 이 차이를 봐야 한다.
앞선 기고에서는 검증 구조와 업무 파이프라인을 바꿔 AI가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자고 했다. 사람이 모든 결과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정해진 범위 안에서는 일을 맡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가 이렇게 바뀌어도 개인의 평가가 보고서와 코드의 양에 머문다면, 일하는 방식과 보상받는 방식이 어긋난다. 많이 만드는 사람은 눈에 잘 띄지만, 다른 사람도 잘할 수 있게 만든 사람의 기여는 놓치기 쉽다.
그래서 사람의 성과를 볼 때 질문을 하나 더 해야 한다. 이번에 무엇을 해냈는가에 더해, 그 일을 하면서 다음 작업은 무엇이 나아졌는가를 물어야 한다. 직접 낸 결과와 함께, 자신의 경험을 동료와 AI가 활용할 수 있게 바꾼 기여도 평가에 포함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왜 이 결과를 골랐는지 설명할 수 있다. 가령 성능이 올랐어도 운영비용이 크게 늘었다면 채택할 만한 개선인지 판단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성능 향상에 얼마의 비용을 감수할지는 업무를 아는 사람의 경험이 필요하다. 그 판단을 자기 머릿속에만 두면 동료도 AI도 매번 그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 허용할 비용과 지켜야 할 성능을 기준으로 정리하면, 다음 시도는 그 기준에서 출발할 수 있다. 개인의 경험이 조직에서 쓰이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오류를 발견했을 때도 차이가 난다. 눈앞의 결과를 고치는 데서 끝낼 수도 있고, 같은 오류가 다음 작업에서는 걸러지도록 확인 방법을 바꿀 수도 있다. 반복해서 확인할 조건을 공통 검사에 반영하면 동료가 같은 오류를 다시 찾아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든다. 자동으로 판별하기 어려운 부분은 누가 언제 확인할지 정한다. 이 사람의 기여는 검사 항목을 얼마나 늘렸는지보다, 이후 작업에서 실제로 오류와 확인 부담이 얼마나 줄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동료에게 일을 넘기는 방식에서도 이런 기여가 드러난다. AI로 만든 시안만 건네면, 받은 사람은 무엇을 꼭 유지해야 하고 어디까지 바꿔도 되는지부터 알아내야 한다. 유지할 흐름과 바꿔도 되는 배치·표현을 함께 밝히면, 동료는 상대의 의도를 추측하는 대신 자신의 전문성을 보탤 수 있다.
이런 기여를 알아보려면 리더는 최근 작업 하나를 실제로 따라가 볼 필요가 있다. 어떤 결과를 냈고, 왜 그것을 선택했는지 묻는다. 작업 중에 발견한 문제는 어떻게 처리했으며, 그 처리 방법이 다음 작업에도 쓰였는지 확인한다. 그 일을 이어받은 동료에게는 무엇이 쉬워졌고 어떤 뒷수습이 남았는지 물어본다. 이렇게 봐야 산출물의 양만으로는 구별되지 않던 기여와 비용을 함께 평가할 수 있다.
회사도 구성원이 이런 개선에 시간을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공통 검사를 고치느라 자기 작업이 잠시 늦어진 사람에게 생산량이 줄었다고 낮은 점수를 주면, 구성원은 개선보다 자기 실적을 챙기는 편이 유리하다고 배운다. 업무를 바꾸라고 주문하면서 평가로는 예전 방식에 머물게 하는 셈이다. 개선이 팀의 품질과 속도에 어떤 차이를 만들었는지 확인하고, 그 몫을 당사자의 성과에 반영해야 한다.
AI를 잘 쓰는 사람을 찾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사람 덕분에 동료와 AI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게 됐는지까지 봐야 한다.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려면, 회사가 누구를 높이 평가하는지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하용호 데이터오븐 대표는 AI를 도입한 회사들이 왜 기대만큼 빨라지지 않는지를 현장에서 들여다봐 왔다. 두 번의 엑싯을 거쳤고, 데이터오븐 대표로 여러 기업의 AI 전환을 자문한다. 국가AI전략위원회 위원이며, 애드테크 기업 데이블의 CDO로 실시간 광고 AI를 이끌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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