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1,894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인천 방문율은 6.1%에 그쳤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6년 2분기 외래관광객조사에서 방한 외국인의 지역별 방문율(복수 응답)은 서울 78.6%, 부산 18.4%, 경기 12.3%, 제주 10.4% 순으로 나타났다. 인천은 주요 관광 지역과 비교해 낮은 방문율을 기록했다.
인천공항을 오가는 여객 규모와 비교하면 이러한 격차는 더 두드러진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제선 여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증가한 3,839만 명을 기록했다. 국제공항협의회(ACI) 통계 기준 세계 최고 수준의 여객 실적에도 불구하고, 공항 이용 수요가 인천 지역 관광으로 충분히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대학생 한채희(23)씨는 “국내 관광지 중 인천이 먼저 떠오르지는 않는다”며 “같은 시간을 들여 인천까지 갈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인천을 단순히 지나가는 도시가 아닌 관광 목적지로 인식하게 할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 7곳, 인천 관광 잡는다

“2030세대는 왜 인천의 섬을 찾지 않을까요?”
지난 9월 29일 인천스타트업파크 인스타Ⅱ 브릿지룸에서는 ‘2026 인천 관광 스타트업 육성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조봉우 산봉우리 대표는 취재진에게 질문을 던지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인천에 관광 자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곳에 와야 할 이유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올해 선정된 관광 스타트업 7개 사가 참여해 사업 모델과 주요 성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각 기업 대표가 답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인천관광공사는 2020년부터 관광 스타트업 육성 사업을 운영하며 기업 진단과 교육, 컨설팅, 사업화 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들이 주목한 관광 자원은 각기 달랐다. 인천의 섬과 농어촌부터 개항장의 역사, 지역 먹거리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기존 자원에 새로운 경험을 더해 인천을 방문하고 머무를 이유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같았다.
섬 여행과 캠핑카로 인천에 머물 이유를 만들다
인천을 관광 목적지로 선택하게 하려면 지역에서만 경험할 관광 자원이 필요하다. 관광객이 실제로 방문하고 머무를 수 있도록 이동과 숙박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는 인천의 섬과 농어촌을 체험형 여행지로 만들고 여행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스타트업들이 소개됐다.
조봉우 산봉우리 대표는 인천의 섬과 지역 자원에 러닝·웰니스 등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결합한 관광 상품을 기획한다. 신시모도에서 진행한 ‘아일랜드 플레이그라운드’는 애초 24명 규모로 기획됐지만 단체 참가자를 포함해 100명 규모의 프로그램으로 확대됐다. 덕적도에서는 5060세대 약 70명을 대상으로 선셋 요가와 줌바, 트로트 DJ 파티 등을 결합한 웰니스 여행을 선보였다. 조 대표는 “인천에 이미 좋은 자원은 충분하다”며 새로운 관광지를 만드는 대신 기존 지역에 방문할 이유를 더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동해안 등 다른 해안 관광지와 비교한 인천의 경쟁력을 묻는 말도 나왔다. 조 대표는 수도권에서의 접근성과 섬 여객선 운임 지원 혜택을 강조하며, 가까운 곳에 있는 섬의 매력을 알릴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바바그라운드는 농어촌의 일상을 관광 상품으로 연결한다. 허정 대표가 운영하는 여행 플랫폼 ‘노는법’은 농어촌 숙박·체험·먹거리 콘텐츠를 여행객에게 소개하고 예약을 연계하는 서비스다. 지역 호스트가 온라인 상품을 운용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상품 소개 페이지 제작과 유통의 디지털 전환도 지원하고 있다. 허 대표는 한 농촌 마을의 숙박·식사·체험 상품을 재구성하고 유튜버와 협업해 월 800만~1,000만 원 수준의 매출을 올린 사례를 소개하며, 인천의 어촌마을에도 이러한 모델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가 있어도 이동과 예약이 불편하다면 방문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김재문 미니칸캠핑앤모빌리티 대표는 외국인이 국내 캠핑장과 차량 선적이 가능한 여객선을 예약하기 어렵다는 문제에서 사업 기회를 찾았다. 캠핑카 대여에 다국어 안내와 예약 대행을 결합한 종합 여행 서비스를 운영하며, 개인 소유 캠핑카를 공유하는 사업 모델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캠핑카 10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캠핑카 소유자 9명이 공유 호스트로 등록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인천에서 구축한 서비스를 부산과 제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인천의 맛을 관광 상품으로
이유림 개항로인절미 대표는 강화 찹쌀을 활용한 프리미엄 인절미로 인천을 대표하는 먹거리 브랜드를 꿈꾼다. 쉽게 굳고 맛이 단조롭다는 기존 떡의 단점을 보완하고 다양한 맛과 선물용 패키지를 개발해 상품성을 높였다. 매출은 2024년 7,400만 원에서 2025년 2억 2,000만 원으로 약 3배 성장했으며, 올해에는 백화점 팝업스토어도 세 차례 진행했다. 최근에는 인절미 만들기를 비롯한 체험 키트를 개발하며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관광 콘텐츠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서울 종로나 전국의 한옥마을 등 전통을 경험할 수 있는 다른 지역도 많은데 왜 인천 개항로를 선택했는지를 묻는 말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인천은 너무 멋있는 도시지만, 관광지로 충분히 표현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누군가 해야 한다면 제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대전의 성심당처럼 인천을 방문하면 떠올리는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컨템플레이티브는 인천 앞바다의 이야기를 한 병의 음료에 담았다. 정희수 대표가 개발한 ‘인천 앞바다 첫 사이다’는 1905년 인천에서 시작된 사이다의 역사에서 착안한 제로 칼로리 음료다. 민트 소다 맛의 ‘앞바다’와 밀크 소다 맛의 ‘먼바다’ 두 종류로, 관광객이 현장에서 마시거나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기획했다. 정 대표는 미국 뉴욕과 볼티모어, 애틀랜타, 휴스턴의 H 마트 유통망으로 제품을 간접 수출한 사례를 소개하며 “한 병을 건네는 일이 결국 한 도시의 이야기를 건네는 일”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역사 이야기를 관광 기념품으로 소장하다
지예림 개항로망 대표는 인천 개항장의 역사와 작은 이야기를 현대적인 디자인 상품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15년 이상 브랜드·디자인 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항장의 이야기를 담은 엽서 7종과 패키지, 틴케이스, 스티커 등을 제작했다. 향후 러닝·야외 용품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으로 상품군을 확장하고 개항장 현장 판매와 온라인 재구매를 연결할 계획이다. 지 대표는 “설명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예뻐서 먼저 선택하고, 그 뒤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발견하게 만드는 것이 브랜드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김덕영 에프오씨씨(FOCC) 대표는 한국의 역사적 인물을 향기로 기억하게 하는 관광 기념품 브랜드 ‘히어로즈 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서 발견한 ‘걱정’이라는 감정을 아쿠아 향으로 표현하고, 유관순 열사의 기개는 소나무 향으로 구현하는 식이다. 인천에서는 김구 선생의 탈옥 경로에 착안한 향수와 원도심 관광 코스를 연계했으며, 올해 상반기 약 80명이 관련 투어에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역사적 인물의 상업적 활용에 따른 우려를 고려해 관련 기관과 협업할 수 있는 인물을 우선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유족과 협업해 기부와 연계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7개 스타트업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천을 방문할 이유를 제시했다. 섬과 농어촌에 새로운 체험을 더하고, 지역의 맛과 역사를 관광 상품으로 재해석했다. 이동과 예약의 불편을 줄여 관광객이 인천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새로운 관광지를 만드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지역 자원에 주목했다. 이선아 인천관광공사 차장은 올해 기업 간 네트워킹을 확대하면서 지원사업 참여 기업 15개사 중 11개 사가 약 10건의 협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올해는 기업 간 네트워킹 시간을 많이 마련했다”며 기업 간 협업이 주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 관광 스타트업 7곳의 도전이 공항을 지나치는 발길을 지역으로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진호 기자/이수빈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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