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피자, 킴벌리클라크, 힐튼, 제너럴모터스(GM)…. 2025년 이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으로 이전 상장했거나, 곧 옮겨갈 예정인 '업력 50년 이상' 미국 기업이다. '신뢰', '전통'의 이미지가 강한 NYSE에 더 어울림 직한 기업이 나스닥으로 옮겨가는 이유가 뭘까. 나스닥 상장사의 '혁신기업' 이미지를 갖는 동시에 나스닥 100 지수 편입에 따른 펀드 매수세 유입, 이전 상장에 따른 수수료 인하 등 인센티브를 노린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전통 자동차 업체가 나스닥에 상장하는 건 GM이 처음이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GM의 기술 주도 전략과 성장세를 고려할 때 나스닥이 상장에 적합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NYSE에서 나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GM 같은 전통 기업은 적지 않다. 2025년 이후 현재까지 NYSE에서 나스닥으로 이전했거나, 이전 예정인 상장사는 총 27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NYSE에서 나스닥으로 옮긴 세계 최대 유통사 월마트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도 다음 달 5일 나스닥으로 간다. 반대로 나스닥에서 NYSE로 간 사례는 같은 기간 18건에 그쳤다.
2000년대 이후 나스닥 간판 상장사가 '빅테크'로 성장하며 시장의 무게감이 커졌다. 올 들어선 AI 산업을 이끄는 스페이스X와 상장 예정인 앤트로픽, 오픈AI가 모두 나스닥을 택하며 '첨단·혁신 기업의 요람'이란 위상이 굳어졌다. 자율주행 기술과 차량용 첨단 소프트웨어를 앞세우는 GM, 기술 기반 첨단 마트로 정체성을 잡은 월마트가 나스닥을 택한 것도 '첨단 기업' 이미지를 얻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나스닥은 올해 나스닥 100 편입 요건을 완화하며 대기업을 유치 중이다. 나스닥 100 지수 편입을 위해 '최대 1년'까지 대기해야 했지만, 올 초 스페이스X 상장과 함께 '15일' 만에 지수에 편입될 수 있는 신속 처리 절차를 마련했다. 기업 주식의 최소 10%를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조건도 삭제했다.
금전적 이익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보통주 2억주를 보유한 상장사의 경우 연간 상장 유지비는 나스닥은 19만달러, NYSE는 26만달러로 알려졌다. 거래소 간 유치 경쟁으로 떨어지는 인센티브도 있다. 나스닥은 일정 수준 이상 시총을 보유한 이전 상장 기업에 4년간 37만달러 상당 서비스를 무상 제공한다. 나스닥은 "나스닥에 상장하면 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좁혀지고 주문량도 크게 는다"며 서비스 품질을 강조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최대 우량 기업들의 본거지라는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온 NYSE의 위상에 또 다른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AI 산업이 커지면서 첨단 기술주 이미지의 나스닥 시장을 선호하는 현상은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뉴욕=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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