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가 조기 사임한다.라가르드 총재는 29일 “맡은 일을 잘 해냈다는 마음으로, 미래에 대비할 준비가 된 ECB를 남기고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2월 7일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공식 임기는 내년 10월까지다. 2019년 취임한 그는 앞서 ‘8년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느냐’는 질문에 확답을 피하며 중도 하차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
조기 사임의 배경으로는 모국인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이 꼽힌다. 프랑스가 경제난과 반정부 시위로 내홍을 겪는 가운데 라가르드 총재는 내년 봄 치르는 프랑스 대선의 선거운동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다만 직접 출마할 가능성은 부인했다. 반(反)유럽통합 인사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의 최근 지지율 상승도 그의 사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가르드 총재가 일찍 물러나면서 유럽통합을 지지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재임 중 차기 ECB 총재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유럽연합(EU) 정상은 우파 민족주의 성향인 르펜 의원이 집권하면 친유럽 성향의 차기 총재 선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CB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물가와 국채시장 불안 속에서 차기 총재 인선을 진행하게 됐다. 후임 총재로는 스페인 출신의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거론된다. 중도 실용주의자로 꼽히는 클라스 크놋 전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도 물망에 올라 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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