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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독립만세" 외친 김유정…'볼 때마다 눈물' 반응 터졌다 [김수영의 연계소문]

입력 2026-10-31 08:35  

"대한독립만세" 외친 김유정…'볼 때마다 눈물' 반응 터졌다 [김수영의 연계소문]


"난 밀정이 아니야. 나한테 배후가 있다면 그건 이천만 조선인이다. 대한독립만세!"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에서 이가경 역을 맡은 배우 김유정이 외친 대사다. 드라마의 배경은 일제강점기인 1932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통역생으로 위장 취업한 이가경은 밀정으로 몰리며 추궁당하게 된 상황에서 이같이 소리치며 울분을 토했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되새겨보게 됐다는 반응과 함께 가장 최신 회차인 지난 25일 방송분은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 시청률 9.5%로 자체 최고를 기록했다.

드라마는 소매치기 이가경이 조선총독부에 밀정으로 잠입해 엘리트 통역관 사토 히데오(박진영 분)와 얽히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일제의 식민 통치, 독립운동, 밀정 등 그간 영화나 드라마 등 매체에서 많이 다뤄온 소재다. 그러나 '100일의 거짓말'은 주인공의 설정부터 과감하게 한 번 비틀었다.

주인공 이가경은 독립에는 관심이 없는, 오로지 돈을 모아 미국행만을 꿈꾸는 젊은 여성으로 설정됐다. 그에겐 독립운동을 해야 할 명분이 없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험난한 삶을 살아온 탓에 오히려 조선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지긋지긋한 조선을 떠나 새 삶을 살겠다는 게 인생의 목표다. 일반적으로 그려져 온 여성 항일운동가와는 사뭇 다르다.

심지어 소매치기로 돈을 벌고 거짓말을 일삼는 인물로 그려져 믿음·신뢰 등의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죽음 앞에서도 입을 다무는 독립운동 단체 구국단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경이 독립운동의 실체를 목격하고, 희생을 마주하고, 거대한 감정의 파고를 겪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을 대입하고 있다. 지나치고 있었던 독립운동의 숭고한 가치가 의외성을 지닌 인물을 통해 상기되고 있는 셈이다.


아픔을 지닌 각 인물의 서사도 시청자들을 울리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구국단 저격수가 된 유소란(김현주 분), 대의를 위해 마음을 숨기고 소란의 곁을 지키는 유필립(이무생 분), 조선의 가난한 소매치기에서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의 양자가 된 사토 히데오(박진영 분) 등 모든 캐릭터가 깊은 사연을 지니고 있다. 주변 인물들까지도 서사가 부여돼 있고, 이들의 관계를 촘촘하게 얽어냈다.

드라마의 이야기는 실화가 아닌 창작물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몰입은 실제 역사적 사건을 쫓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게 제암리 사건이다. 극 중 소란은 만세운동을 한 이들을 찾아내겠다며 마을에 불을 지르고 선량한 이들에게 총을 겨눈 일본군의 만행으로 딸을 잃었다. '100일의 거짓말'에서는 이를 '계암리 사건'이라고 명명했다.

이를 두고 시청자들은 제암리 사건을 떠올리고 있다. 1919년 일본군이 3·1운동의 주동자를 색출한다며 경기도 화성 제암리에서 주민들을 학살하고 마을에 불을 지른 일이다. 당시 AP통신 특파원 앨버트 와일더 테일러가 해당 사건을 기사화해 세상에 알렸던 바다. 드라마 속 계암리 사건 역시 외신 기자를 통해 보도됐다는 설정을 취한다.

소란과 필립이 사는 집은 제암리 사건을 보도한 앨버트 테일러가 살던 붉은 벽돌집 '딜쿠샤'를 모티프로 했다. '딜쿠샤'는 현재 역사 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딜쿠샤'라는 이름은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로, 테일러의 아내 메리 L. 테일러가 붙인 이름이다. 드라마에서는 "이전 집주인인 영국 기자가 한옥을 허물고 이 집을 지으면서 이 주춧돌을 그대로 둔 것 같다"라는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주춧돌 위에 적힌 글자 역시 '기쁨의 정원'이라는 의미의 '희원'이었다.

드라마는 류보리 작가가 썼다. 류 작가는 '구 조선총독부 건물 실측 및 철거 보고서'를 주요 참고 자료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1995년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를 앞두고 실제 도면과 사진을 기록한 자료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은 경복궁 앞을 70년 가까이 가로막고 있었던, 식민 통치의 중심이었던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와 관련한 이야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질감 없이 당대를 표현해낸 미술적 요소와 서사에 감동을 더하는 음악 등도 작품을 꽉 채우고 있다. 각 파트 모두 베테랑들이 힘을 보태 완성도를 높였다. 미술은 영화 '영웅'·'타짜' 등을 작업했던 양홍삼, 의상은 '경성크리처'·'호텔 델루나' 의상을 책임졌던 홍수희가 맡았다. 음악에는 '파묘'·'극한직업'·'명량' 등을 작업한 김태성 음악감독이 참여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까지 소화하는 배우들의 노고도 빛난다. 일본인 사토 신이치를 연기한 진선규는 작품을 위해 두 달간 현지에서 단기 유학을 하기도 했다. 진선규는 "일본에 살면서 하루 7시간씩 대본만 외웠다"고 밝혔다. 박진영 역시 외국어 대사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기 위해 입이 기억할 때까지 반복 연습했다면서 "연습밖에 답이 없었다. 머리가 외운다기보다는 입이 외운다는 느낌으로 툭 치면 나오게끔 연습했다"고 전했다. 현지 시청자들은 배우들의 일본어 연기에 호평을 보내고 있다.

'100일의 거짓말'은 tvN 개국 2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특별기획 드라마인 만큼, 작품을 이루는 모든 파트의 완성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시청률은 1회 5.3%에서 6회 9.5%까지 뛰었다. 화제성에서도 단연 앞선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의 10월 4주 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도 1위에 올랐으며, 출연자 부문에서는 김유정과 박진영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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