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같은 단지 내 평형별 가격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과거에는 면적이 넓을수록 가격이 비싸다는 공식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전용면적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데도 매매가격은 2억원 안팎에 불과한 사례가 등장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소형 아파트로 매수 수요가 이동한 데다, 1~2인 가구 증가로 소형 평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사당롯데캐슬골든포레' 전용 49㎡는 지난달 10일 15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3일 전용 84㎡가 16억99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는 1억7900만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2월만 해도 전용 84㎡가 12억8000만원, 전용 49㎡는 9억5000만원에 거래돼 두 면적대 가격 차이가 3억3000만원이던 것과 비교해 격차가 크게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인근 단지에서도 확인됐다. 사당동 '사당자이'는 지난달 3일 전용 84㎡가 13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앞서 지난 9월 전용 59㎡는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와 소형인 전용 59㎡의 가격 격차가 1억300만원까지 좁혀졌다. 2025년 초만 하더라도 전용 84㎡가 9억6000만원, 전용 59㎡가 7억원에 거래돼 격차가 2억6000만원에 달했다.
동대문구 답십리동의 '동답 한신'에서도 비슷한 거래 사례가 확인됐다. 지난달 전용 44㎡는 6억7500만원에, 전용 96㎡는 9억원에 거래됐다. 전용 면적이 2배 가까이 되는데, 거래 가격 차이는 2억2500만원에 불과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이 면적대는 각각 4억8300만원, 7억3000만원에 거래돼 가격 차이가 2억원을 훌쩍 넘었다.
평형별 가격 격차가 좁혀지는 배경으로는 우선 강화된 대출 규제가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주택가격에 따라 차등화했습니다.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지만,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한도가 줄어든다. 집값이 비슷하더라도 가격 구간에 따라 대출 가능액이 달라지다 보니, 규제 한도를 기준으로 아파트 가격이 수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수자들은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평형을 선택하는 이른바 '평형 다운사이징'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특히 집값이 급등한 서울에서는 원하는 입지를 포기하는 대신 같은 단지의 작은 평형을 선택하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구 구성 변화도 소형 평형의 몸값을 높이는 한 요인이다. 1~2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과거처럼 넓은 주거 공간을 꼭 필요로 하지 않는 수요층이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매입 가격에 같은 단지의 입지와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소형 아파트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청약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용 60㎡ 이하 아파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이 8.99 대 1로, 전용 60㎡ 초과 아파트(3.16 대 1)의 세 배에 육박했다. 지난해 하반기 분양한 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이 44.8 대 1로, 지난해 상반기(10.2 대 1)와 비교해 경쟁률이 네 배 이상으로 뛰었다.
다만 이런 소형 평형 가격 강세 경향이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의견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가족 구성과 생활 방식에 따라 넓은 주거 공간을 선호하는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대출 규제가 계속된다면 당분간 소형 평형의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향후 대출 여건과 금리 상황, 공급 물량 등에 따라 대형과의 가격 격차는 다시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