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일 내년도 예산안을 ‘성장 확산 예산’으로 정의하며 ‘모두의 성장’이라는 정책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성장 확산 예산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820조원 규모의 2027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모든 지역과 모든 국민이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고르게 누리는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낡은 이분법적 논쟁에서 벗어나 달라진 시대와 상황에 맞는 새로운 성장 공식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인공지능(AI) 예산안’에서 AI를 통한 성장을 강조한 것과 차이가 있다.
야권에서는 분배 확대를 ‘성장 확산’으로 포장했다고 비판하며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로 국채부터 상환하라는 주장도 나왔다.
"미래대응기금, 시장 안정 도울 것"…기초연금·청년 예산 구체적 언급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개선된 경제 지표를 먼저 언급한 뒤 K자형 성장에 따른 양극화 위기를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3대 민생 프로젝트’(일자리, 서민 금융, 주거 안정)에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야권에서는 미래대응기금 활용 등 예산안 편성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추가 세수의 지출 우선순위를 놓고 국회 예산안 심의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성장을 36번으로 가장 많이 언급했고 투자(24회), 지원(22회), 미래(16회), 경제(12회), AI(인공지능·11회), 청년(9회), 민생(8회), 소득(8회) 순으로 말했다. 분배는 1회, 복지는 4회, 불평등과 양극화는 각각 3회 등장했다. 지난해 ‘AI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AI(28회)를 전면에 내세우고 산업(17회), 투자(12회), 성장(11회) 등을 주로 거론한 것과 차이가 있다.
미래대응기금 신설 취지에 대해선 “재정의 역할이 가장 절실한 불황기에 지출을 줄여야 하는 최악을 방지하고, 국채 신규 발행도 줄여 시장 안정을 돕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채를 발행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을 기존 국채 상환에 사용해 국채의 순증가분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국채 발언이 나오자 현장에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가 세수가 있는데 왜 신규 국채를 발행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여 항의했다. 이 대통령은 “말씀하실 게 있으면 하시고, 제가 마저 하도록 하겠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먼저 기초연금 및 장애인연금 확대, 기초생활보장 4대 급여 상향 등 복지 사업을 하나씩 나열했다. 청년을 위한 예산 편성액, 청년미래적금, 청년 공적임대주택 등을 하나씩 짚은 것도 특징이다. 뒤이어 3대 메가 프로젝트, 피지컬 AI, 7대 시드 사업 등을 언급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날 예산안 토론회에서 미래대응기금의 실효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명현 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은 “미래대응기금은 사업비의 58.4%가 기존 회계·기금에서 이관·분리된 사업이어서 기존 사업과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며 “아동수당 등 경직적 지출도 많아 추가 세수가 발생하지 않는 2029년 이후에는 부담이 일반회계로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기금 전출에도 나랏빚 갚기가 잘 이뤄지도록 정부의 채무 상환 의무 비율을 상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결위 여야 간사들도 예산안 재검토를 시사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의결 없이 (미래대응)기금을 자의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범위가 30%인데 이를 대폭 축소하는 등 제도적 통제를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내국세 일부가 미래대응기금으로 편입돼 지방 교부세 배정이 줄어든다는 주장에 대해 “배정 산식을 조정해서라도 보완책 마련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형규/이시은/이에스더 기자 khk@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