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주행보조 장치를 사용하던 차량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연방정부가 안전성 조사에 착수했다. 자동차 제조사의 공식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도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있는 기술이 확산하는 반면 연방 안전기준은 마련되지 않아 규제 공백이 드러나고 있다.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콤마AI가 판매하는 핸즈프리 주행보조 장치와 관련해 지난 9월 공식 조사에 들어갔다. NHTSA가 파악한 관련 충돌 사고는 최소 5건으로, 이 과정에서 3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일부 운전자가 장치를 사용하던 중 잠들거나 정차 중인 차량을 들이받은 사실도 경찰과 사고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콤마AI는 일반 차량에 별도의 장치를 설치해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제공한다. 콤마AI는 약 10년 전부터 자동차 소유자가 일부 차량에 반자율주행 기능을 직접 설치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규제 당국이 제품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초기 상용화 계획을 중단하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공개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안전성 논란은 실제 충돌 사고가 확인되면서 확대됐다. NHTSA는 지난해부터 콤마AI 장치를 설치한 차량의 사고 보고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당국은 "초기 검토 자료에서 콤마AI 시스템이 같은 차로에 있는 차량을 적절히 감지하거나 대응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5년 미주리주에서 발생한 추돌 사고다. 앨런 로버슨이란 남성이 중고 혼다 어코드를 운전하다 빨간 신호등에 정차해 있던 다른 차량의 후미를 들이받았다. 당시 로버슨의 차량은 시속 80마일로 주행하고 있었으며 콤마AI 장치가 작동 중이었다. 소송 기록에 따르면 이 사고로 정차 차량에 타고 있던 탑승자 한 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이 같은 장치는 자동차 업계가 새로운 구독형 수익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시장과도 맞물려 있다. 주행보조 기술은 차선 유지와 적응형 순항제어부터 운전자의 감독을 전제로 한 핸즈프리 주행까지 다양한 수준으로 구분된다. 현재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운전자 감독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는 없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역시 운전자의 감독이 필요한 시스템으로 설명되고 있다.
테슬라는 월 99달러의 FSD 기능을 통해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목적지까지 경로를 따라 주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슈퍼크루즈와 포드의 블루크루즈도 일부 고속도로에서 핸즈프리 주행 기능을 제공한다. 반면 콤마AI 장치는 기존 자동차에 별도로 설치해 제조사가 제공하지 않는 기능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후 장착 장치가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관련 연방 안전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비영리 자동차안전단체 센터포오토세이프티의 마이클 브룩스 사무총장은 "NHTSA가 자동차 제조사들이 개발한 주행보조 시스템의 안전성을 조사하는 데도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콤마AI는 자사 제품이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주행보조 시스템 가운데 성숙도가 높은 제품 중 하나라고 반박했다. 특히 대부분의 차량에 없는 운전자 감시 기능을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디브 시하데 콤마AI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안전 기능을 포함한 주요 기능을 구독 서비스나 추가 요금 뒤에 숨기는 방식에 반대한다"며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하고 이용자들은 차량용 하드웨어 구입비만 부담한다"고 밝혔다.
콤마AI 외에도 비슷한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인공지능 기업 에필로그(Epilog)는 300종 이상의 차량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이드카'(SideCar)를 생산한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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