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들이 아메리카노 등 대표 메뉴의 가격은 동결하면서 제조음료와 디저트 가격을 올리고 있다. 고객이 브랜드의 가격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 가격’은 건드리지 않고 주변 메뉴에서 원가 상승분을 회수하는 선택적 인상 전략이다.
아메리카노 대신 ‘옆 메뉴’ 올린다
4일 카페업계에 따르면 파스쿠찌는 이달부터 제조음료 20종과 조각케이크 7종, 홀케이크 4종 등 31종의 판매가격을 평균 4.9% 인상했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등 주요 커피 메뉴는 조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레귤러 사이즈 아메리카노 가격은 4700원으로 유지된다. 개별 제품의 인상 전후 가격과 품목별 인상률은 공개하지 않았다.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 외식 물가 상승률이 2.5%였던 점을 고려하면 파스쿠찌의 평균 인상률은 전체 물가 상승률의 약 1.7배다. 파스쿠찌 측은 “각종 제반 비용 상승에 따라 부득이하게 일부 제품의 가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파스쿠찌가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은 약 1년9개월 만이다. 지난해 2월에는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카라멜라떼 마끼아또 등 음료 5종을 200~600원 인상했다. 당시 아메리카노 레귤러 가격도 4500원에서 4700원으로 4.4% 올랐다. 이번에는 이미 한 차례 올린 대표 커피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제조음료와 케이크로 인상 대상을 넓혔다.
저가 커피 브랜드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더벤티는 지난 5월 아메리카노 가격을 그대로 두고 일부 음료 가격만 100~500원 올렸다. 이천쌀라떼는 2800원에서 3300원으로 17.9%, 바닐라딥라떼 라지 사이즈는 3500원에서 3700원으로 5.7% 인상했다.
메가MGC커피도 지난 6월 ‘할메가커피’ 제품 3종을 각각 200원 올리면서 기본 아메리카노 가격은 건드리지 않았다. 매머드커피는 8월 아이스 아메리카노 소형과 중형 가격을 각각 200원 인상했지만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대형 제품 가격은 동결했다. 브랜드마다 판매량과 소비자 반응을 고려해 인상 품목을 세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가격’ 방어하고 객단가는 높이고
카페업계가 전면 인상보다 일부 품목 조정을 택하는 것은 아메리카노 가격이 브랜드의 가격 이미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카페 가격을 비교할 때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대표 메뉴가 오르면 브랜드 전체가 비싸졌다는 인식을 주기 쉽고, 가격 경쟁이 치열한 저가 커피 시장에서는 고객 이탈로 직결될 수 있다.반면 제조음료와 케이크는 메뉴별 원재료와 구성이 달라 가격 비교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시럽·우유·크림 등이 들어간 제조음료나 케이크 가격을 올리면 대표가격은 유지하면서도 고객 한 명이 실제로 지출하는 객단가를 높일 수 있다. 아메리카노 가격만 보면 동결이지만 디저트를 곁들이거나 제조음료를 주로 마시는 소비자의 체감 부담은 더 커지는 구조다.
원두뿐 아니라 우유와 설탕, 가공 원료, 포장재, 인건비와 물류비가 함께 오른 점도 선택적 인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가격 인상이 가맹점 수익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별개다. 본사가 완제품 케이크와 음료 원재료의 가맹점 공급가격을 함께 올릴 경우 소비자가격 상승분 중 상당 부분이 원가 증가분을 메우는 데 쓰일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아메리카노 가격은 고객 유입과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해 올리기가 가장 부담스러운 품목”이라며 “앞으로도 대표 메뉴는 최대한 유지하면서 시즌 음료와 디저트 등에서 수익성을 보완하는 방식의 가격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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