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을 대량으로 사들여 빈 아파트에서 시가 42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제조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총책은 같은 수법의 범죄로 수감됐다가 출소한 뒤 교도소에서 만난 이들을 모아 다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약사법 위반 혐의로 13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4명을 구속해 지난달까지 모두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총책 A씨 등 5명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경기 평택의 한 아파트에서 감기약을 원료로 필로폰 1.36㎏을 제조한 혐의를 받는다. 시가 약 42억원으로, 4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은 제조된 필로폰을 유통 전에 모두 압수했다.
범행 장소는 유치권 분쟁으로 수년째 비어 있던 아파트였다. 일당은 폐쇄회로(CC)TV와 주차 차단기를 설치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제조 도구와 약품을 보관할 별도 창고도 마련했다.
A씨는 2021년에도 감기약으로 필로폰을 만들다 수감된 전력이 있었다. 출소 후 돈을 벌 목적으로 '감방 동기'들을 모아 제조시설을 차렸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처음 섭외한 기술자가 약 5개월간 제조에 실패하자 같은 수법의 제조 경험이 있는 다른 기술자를 끌어들였다. 이후 지난해 10월부터 약 8개월간 필로폰을 제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기약 공급에는 한약사와 약국 관계자 등이 관여했다. 한약사 B씨는 A씨가 필로폰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올해 1~6월 자신이 사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여섯 차례에 걸쳐 감기약 1만610통, 총 63만6600정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B씨의 동료인 약국 실장 C씨는 약사 자격 없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A씨에게 감기약을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감기약 공급에 관여한 6명과 유해 화학물질을 판매한 2명도 함께 송치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 잠복과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올해 6월부터 피의자들을 검거했다. 필로폰과 제조 원료·도구 등을 압수하고 감기약 판매로 얻은 범죄수익 등 1억3000만원도 환수했다.
경찰은 범행에 악용된 감기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지정을 의뢰했다. 대한약사회에는 감기약 판매 시 주의사항 안내를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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