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 팀 보조작가 전원이 놀고 있고, 이야기 창작자들은 웹툰이나 게임 등 다른 장르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박해영 한국방송작가협회 저작권위원장·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작가)
제작사와 배우·작가·PD·스태프 등 국내 드라마 산업계 종사자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4일 “K드라마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제작비 상승과 수익성 감소 등 급격한 미디어 환경 변화로 드라마 제작 편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며 산업 기반이 무너졌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정부가 향후 5년간 1조원 규모의 드라마 투·제작 지원체계를 구축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와 한국방송협회·한국방송작가협회·한국드라마PD협회 등 드라마 제작 관련 12개 단체는 이날 서울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K-드라마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의 위기는 한 업계의 경영난을 넘어선 국가적 과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는 2022년 141편에서 2년 만에 약 30%가량 감소했다. 또 지상파 3사의 드라마 편성도 2012년 91편에서 2023년 32편으로 급감했다. 이들 단체는 “작품 제작이 줄면 일자리가 사라지고, 한 번 무너진 제작 현장을 복구하긴 어렵다”고 했다.
단순히 양적 하락의 문제가 아니라 숙련된 인력이 이탈하며 산업 전반의 제작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태봉 한국방송촬영인협회장은 “경험과 기술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는 K드라마 산업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박해영 한국방송작가협회 저작권위원장은 “지금 자체 자금으로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국내 제작사나 방송사가 없다”고 지적했다.
드라마가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한류 콘텐츠로 활약해왔지만, 이에 걸맞은 정책적 지원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게 드라마 업계가 밝힌 문제의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내년도 방송영상 분야 예산이 873억원으로 올해(918억원)와 비교해 45억원 줄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방송 콘텐츠 진흥 예산도 2026년 168억원에서 2027년 124억원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드라마 제작 활성화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하며 정부가 5년간 1조원 규모의 재원을 투자해 K드라마 지원체계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은 “연간 2000억원씩 정부가 지원하면 나머지 절반을 방송사와 OTT 등 플랫폼이 투자해 100억원 수준의 중저예산 드라마 40편을 더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송병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장은 “100편 중 1편의 글로벌 대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인재를 모으고 일자리를 보장하는 나머지 99편”이라며 “지금은 지난 영광을 돌아볼 때가 아니라 앞으로의 10년을 내다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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