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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까지 20분…"7억엔 안 팔겠다" 집주인 돌변한 동네 [철길옆집]

입력 2026-11-08 12:00   수정 2026-11-08 14:06

철로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부동산 지형도를 재편하는 핵심 축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이 가시화하면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뀌고 있다. 한경닷컴은 노선별 개통 효과와 역세권·비역세권 간 가격 격차, 거래 흐름 변화를 데이터와 현장 취재로 짚는다. 철로를 따라 달라지는 집의 가치와 시장 재편의 실체를 검증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집값이 뛰는 걸 보면서 서울 내 집 마련을 포기했습니다. 청량리로 시작해 경기도 구리 근방을 알아보다가 남양주 별내·다산 신도시를 거쳐 결국 평내호평역 인근까지 밀려왔죠. GTX-B가 뚫리면 서울역까지 20분대에 들어간다니 그것만 믿고 주말마다 내 집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임장 다니고 있습니다." (남양주 평내동에서 서울 중구로 출퇴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씨)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서 서울 주요 권역과 인기 주거지 매매가가 연일 고점을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비규제·중저가 지역으로 상승세가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시 내에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으며 숨죽여 있던 평내동·호평동 일대가 GTX-B 노선 착공과 맞물리며 실수요자들의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87년 역사 품은 평내호평역…GTX 타고 서울역까지 '20분대'로
경춘선 전철역인 평내호평역은 한 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수도권 동북부 철도의 변천사를 품고 있는 역입니다. 역사의 출발점은 일제강점기인 1939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역은 당시 '평내역'이라는 이름으로, 조그만 시골의 임시 승강장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1945년 해방 이후에는 서울과 춘천을 이어주던 유일한 근대적인 교통수단의 역할을 했으나, 이후부터는 큰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2006년 경춘선 복선전철화 사업이 진행되면서 현재의 호평동 일대로 역사를 새로 지어 옮기고, 택지 개발로 인구가 급증한 호평동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평내호평역'으로 간판을 새로 달았습니다.
거칠게 달리던 디젤 열차의 단선 철로는 2010년 쾌적한 복선 전철 운행이 시작되며 그 힘을 다했습니다. 2012년엔 준고속열차인 ITX-청춘이 정차하며 서울 접근성을 한 차례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평내호평역은 수도권 동북부를 잇는 핵심 교통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남양주는 경의중앙선과 경춘선, 4호선(진접역) 등 형식상 여러 철도망을 갖추고 있지만, 서울 핵심 업무지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동네였습니다. 경춘선의 배차 시간은 출퇴근 시간에도 9~10분, 낮 시간에는 16~17분에 달합니다. 그마저도 상봉이나 청량리역까지만 연결돼 환승 부담도 큽니다. 광화문(CBD)까지는 최소 50분, 강남(GBD)이나 여의도(YBD)까지는 1시간~1시간10분 이상을 이동해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남양주의 교통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습니다. 지하철 8호선 별내선이 개통하며 잠실과 강남권 진입에 1차 숨통이 트였고, 강남 직결 노선인 9호선이 5단계 연장으로 강동과 하남을 넘어 남양주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남양주, 그중에서도 선호 주거 지역에서 소외됐던 평내호평의 판도를 바꿀 치트키는 단연 GTX-B 노선입니다. 인천 송도에서 여의도, 서울역, 청량리를 거쳐 평내호평으로 이어지는 GTX-B 노선이 개통되면, 평내호평에서 서울역까지 단 21분이면 도착합니다. 경춘선을 타고 청량리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며 1시간 넘게 이동하던 거기를, 30분 내로 진입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녹지·상가 품은 알짜 입지…다산·별내 불장에 온기 확산

평내동과 호평동은 2000년대 초반 조성된 계획 택지개발지구입니다. 천마산과 백봉산이 동네를 포근하게 감싸 안은 전형적인 배산임수 항아리형 지형으로, 서울과 가까운 곳치고는 쾌적한 녹지 환경을 자랑합니다.

동네 상권과 인프라도 어느 정도 갖췄습니다. 평내호평역 바로 앞에 이마트 남양주점을 중심으로 대형 상업지구와 메디컬 센터, 학원가가 오밀조밀 형성돼 있습니다. 특히 평내호평역 북쪽의 호평동은 2000년대 초반 조성된 택지지구답게 상관과 학원가 접근성이 좋아, 자녀를 키우는 3040 실수요자들의 실거주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이들 동네의 집값은 다산신도시와 별내신도시가 남양주 집값을 견인하는 동안에도 말 그대로 잠잠했습니다. 그러나 다산과 별내 대장단지들은 전용면적 84㎡ 실거래가가 12억원을 웃돌며 시세 상단을 열어두자, 남양주 구도심으로도 온기가 확산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지난 7월 이후 인접한 구리시 등이 규제 지역으로 추가 지정되자, 비규제 혜택이 유지되는 이곳으로 풍선효과의 불씨가 옮겨붙는 모습입니다.
남양주 대장의 '반값' 수준…"GTX 호재 활용해 전략적 엑시트를"
현재 평내동과 호평동의 시세는 '초역세권'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동네에서 시세를 리딩하는 평내호평역 초역세권 '평내호평역 KCC스위첸'(2017년 입주·333세대) 전용 84㎡ 거래가는 올해 들어 6억원 후반에서 7억원 초반 선에 형성돼 있습니다.

이밖에도 준신축인 '호평오네뜨센트럴'(2019년 입주·616세대), 대단지 프리미엄을 품은 '두산알프하임'(2021년 입주·2894세대) 등도 5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12억원을 돌파한 다산·별내 선도 단지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입니다.

평내동의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아직 거래가가 급하게 올라가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구리가 규제지역으로 묶인 이후 매수 문의나 현장 방문객이 확실히 늘었다"며 "GTX-B가 뚫려 서울역 20분대 출퇴근이 눈앞에 다가오면 지금의 6억~7억대 시세는 유지되기 힘들 것이란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들도 하나둘 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평내호평은 과거 갭투자 수요가 밀집했던 지역으로, 서울 및 인근 상급지 집값 상승에 따른 대심도 철도망 수혜를 직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차순위 후보지"라며 "전용 84㎡ 기준 6억~7억원대로, 서울에서 밀려오는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GTX-B 호재 가시화에 따른 가격 상승 탄력을 받긴 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김 소장은 부동산 가치를 결정짓는 주요 요소인 '교통·일자리·신축'의 삼박자 관점에서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통상 입지 가치가 대폭 폭발하려면 교통망 개선과 더불어 대규모 일자리나 대단지 신축 주거 타운이 함께 궤를 맞춰야 한다"며 "평내호평은 GTX-B라는 막강한 교통 호재를 갖춘 반면, 주거 단지들의 연식이 20년 차에 접어들고 있어 단기 상승 동력과 장기 정주 여건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포트폴리오 관리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김 소장은 "향후 대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들과 GTX-B 역사가 함께 조성되는 왕숙 3기 신도시 등이 본격적으로 들어서면 지역 내 수요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며 "실수요자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GTX-B 착공 및 개통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격 반등 국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향후 왕숙 등 신규 신도시 공급 시점과 맞물려 자산을 업그레이드하거나 갈아타는 '전략적 엑시트' 타이밍을 유연하게 그려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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