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17일 구조된 방글라데시女 '생존 인터뷰'

입력 2013-05-16 16:28  


방글라데시 건물 붕괴 사고 잔해 속에 매몰된지 17일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된 여성 재봉사와 인터뷰가 15일 CNN에 보도됐다.

지난 10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 사바르 지역 건물 붕괴 사고 잔해 속에서 여성 재봉사 레쉬마 바굼(19)이 매몰 17일 만에 구조됐다.

14일 CNN 인터뷰에 응한 레쉬마는 사바르 지역 연합군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뼈도 부러지지 않았고 중상을 입은 것도 아니지만, 아직 몸이 약한 상태라고.

어릴 때부터 여자 아이들과 인형 놀이 대신 남자아이들과 거리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는 레쉬마는 다섯 형제 중 막내로 독립적인 성격이다.

레쉬마가 10대가 되자 가족들은 그녀에게 나이가 많은 남성과 결혼을 권했지만, 그녀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가족들은 레쉬마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도록 허락했다. 모친 주바이다는 "우리는 그를 받아들였지만,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레쉬마의 남편은 그녀의 가족들이 결혼 지참금을 충분히 주지 않았다며 그녀를 괴롭혔고, 다른 부인을 들였다. 주바이다는 그가 자신의 딸을 "고문했다"고 비난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많이 줬지만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6월 이들 부부는 수도 다카로 이사를 왔지만 의류 공장 근로자였던 남편은 그녀에게 일을 함께 하도록 하고는 이후 갑자기 사라졌다.

◈ 남편 때문에 의류 공장에 취업

혼자 집을 감당할 수 없었던 레쉬마는 사바르 지역 작은 집으로 이사를 했고 곧 라나플라자에서 일을 시작했다. 9층 건물인 라나 플라자에는 상점, 은행, 의류공장들이 들어서 있었다.

이 곳에서 레쉬마는 한달에 60달러(약 6만7천원)를 벌었다.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근로자들의 평균 수입 두배라고.

지난달 24일 오전 레쉬마와 동료들은 건물의 균열을 확인했다. 관리자는 별 일 아니니 돌아가 일을 하라고 했고, 레쉬마는 불길했지만 지시에 따라 자리에 돌아가 일했다.

한시간 후 전기가 나가더니 무너지는 소리가 나면서 기둥, 천장, 바닥이 무너져 내렸다. 먼지와 잔해들이 공중에 날렸다. 레쉬마는 "난 떨어지고 떨어졌다"고 말했다.

◈ 어둠 속에서 물을 찾아…

의식을 잃었던 레쉬마는 어둠 속에 갇혀 머리카락이 콘크리트에 눌린 상태였다. 그녀가 움직이려 할때마다 머리카락이 뽑혔다고.

손을 더듬어 가위를 찾아낸 레쉬마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버렸고,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어둠 속에서 물과 먹을 것을 찾아 움직였다.

점차 주변 잔해 속에서 들리던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사라져갔다. "살려달라"고 외치던 한 남성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소리가 사라졌다.

레쉬마는 자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몰랐다며 기다가 지치면 자고 일어나면 다시 기어갔다고 말했다. 막대기로 잔해 속을 찔러도 보고 기어 다니다가 잔해 속에서 과자 4개를 찾아냈다.

물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낀 레쉬마는 잔해 속에서 물도 조금 찾아내 마셨다. 그녀는 "그것이 빗물인지, 더러운 물인지, 무슨 물인지 몰랐다"며 "상관없었다"고 말했다.

◈ '붕괴된 건물 안에 딸이…' 생사도 모르고 찾아다닌 母


그 사이 모친 주바이다는 TV를 통해 딸이 일하던 건물 붕괴 소식을 들었다. 레쉬마가 집세를 내려고 휴대전화까지 팔아버려 딸과 연락을 할 수 없었다.

주바이다는 시체안치소와 병원들을 다 확인하고 다녔고, 구조대에게 딸의 사진을 보여주며 행방을 물었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구조대가 계속 생존자들을 구조해내는 며칠간 주바이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지만, 점차 목적없이 붕괴 사고 주변을 돌아다녔다고. 모르는 사람들이 그녀에게 밥도 주고 우산을 주고, 위로도 해줬다.

주바이다는 "다리 하나, 팔 하나라도 집에 데려가 묻을 내 딸의 시신을 원했다"고 말했다.

◈ 잔해 속에 새어 들어온 빛줄기

밤인지 낮인지도 모를 시간이 지나고, 잔해 속에 있던 레쉬마에게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잔해들을 치다가 빛줄기가 새어들어왔다. 레쉬마는 "살려줘요"라고 외쳤다. 아무런 답이 없자, 레쉬마는 막대기를 들고 힘껏 잔해 속에 찔러넣어 흔들었다.

시체 냄새에 티셔츠로 얼굴을 덮고 작업을 하던 구조대는 일주일째 생존자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다.

구조 작업을 마무리하려던 지난 10일 누군가 틈 사이로 튀어나와 움직이는 막대기를 발견했고 여성의 목소리도 들었다.

약 45분간 핸드드릴과 작은 망치로 콘크리트 블록을 부수고 레쉬마는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연합군 병원에서 회복 중인 레쉬마는 매일 회복이 되면서 이제 웃고, 앉을 수도 있다.

죽은 줄 알았던 딸이 살아 돌아오자, 주바이다는 "내 마음이 기쁨으로 뛰고 있다"며 "난 신에게 간구했고 딸이 돌아왔다"고 기뻐했다.

레쉬마는 자신의 앞에 무슨 일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다시 의류 공장에 가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붕괴사고로 1천12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tenderkim@cbs.co.kr
[노컷뉴스 김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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