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 재테크> 집, 지금 사야하나?

입력 2015-03-13 06:30  

문관식 부동산 칼럼니스트. 필명 아기곰) 세상에 투자 상품은 많다. 그런데 주식, 채권, 부동산 등 투자 상품은 상당한 투자 수익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원금 손실이라는 아픔을 안기기도 한다. 이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투자에 나서기를 꺼린다. 더구나 여러 악재가 들릴 때마다골치 아프게 투자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회의가 들 것이다. 주식 투자? 안 하면그만이다. 채권 투자? 안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주택은 전혀 다르다. 집을 사지 않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안사기로 선택하는 순간 본인은 전세를 얻거나 월세로 어디에선가 살아야 한다. 집을 산다는 것과 전세나 월세를 얻는 것이 전혀 다른 선택 같지만, 서로 끊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주택 수요란 매매 수요뿐 아니라 임대 수요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매매 수요가 줄어들면 그만큼 임대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서, 지난 몇 년과 같은 전세난을 야기시키는 것이다.

전세라는 제도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주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일정 금액만 집주인에게 맡겨놓으면 2년 후에 원금 손실 없이 돌려받을 수 있기때문이다.(물론 집값 폭락시에는 전세금도 안전할 수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집에서 계속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그 집에서 2년을 더 살 기회를 얻는다고 해도, 시세만큼 전세금을 올려주어야 한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28년 동안 아파트 전세 연평균 상승률이 8.1%이고, 최근 5년간 연평균 상승률도 8.2%다. 계약을 갱신하는 매 2년마다 17% 정도의 전세금을 올려줘 왔다는 의미다.

그 나마 이렇게라도 전세를 얻을 수 있다면 행운이다. 전세 매물이 임대 시장에서 점점 사라지면서 '자신의 주머니에서 매월 생돈이 나가야 하는' 월세로 살아야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우리나라 월세 수준은 OECD 국가중 소득대비해서 가장 낮은 편이다. 선진국 가계에서 생활비중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것이 바로 주거비다.

집을 사는 것은 자본 이득을 단기간에 얻으려는 투기가 아니다. 내 가족이 편안히 쉴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건이다. 문제는 누구나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덜컥 집을 샀다가 소중하게 모은 재산에 손실이라도 있을까 봐사지 못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집값이 내릴 가능성보다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첫째, 매월 말 발표하는 한국은행의 소비자 심리지수 중 주택 가격 전망치가 역대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 24개월 연속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특히 최근 17개월은 110을 상회하고 있다. 이는 하락보다 상승을 점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시중의 통화량(M2) 증가율이 연속 석 달째 8%를 상회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평균치가 7.6%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역대 평균 이상으로 돈이 시중에 많이풀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2010년 9월을 마지막으로 지난 5년간 8%대 증가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통화량 증가 속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통화량 증가는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돈 가치를 떨어트리면서 자산 시장의 급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셋째, 전세가 비율이 역대최고치를 달리고 있다. 아파트를 기준으로 보면 올해2월말 전세가 비율은 70.6%로 역대 최고치이다. 세입자 입장에서 볼 때, 전세가 비율이 50% 정도였을 때 집을 산다는 의미는 "집값의 50%를 더 내고서라도 그 집을 사야 하나?"는 고민이었다. 하지만 전세가 비율이 70%를 상회하는 현재는 "집값의 30%를 내고서라도 집을 사야 하나?"는 수준으로 고민의 폭이 줄어든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도 전세가 비율이 높아지면 실수요자들의 구매를 자극했던 일들이 많았다.

주택을 투자로 본다 하더라도 다른 투자 상품보다 투자 수익률이 높았던 사례를얼마든지 들 수 있다. 하지만 내집 마련의 본질은 투자가 아니라 내 가족이 쉴 수있는 따뜻한 보금자리의 마련이다. 그 대안이었던 전세 제도가 시장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더욱이 집값 하락의 가능성보다 상승의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현시점은 내 집 마련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 볼 때이다.

■ 부추김에 흔들리지 마라(작성자 =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 정부와 업계의 집값 떠받치기가 파상공세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각종 소비자보호책을 폐지·완화하며 판을 깔아 주었고, 업계는 이에 보답하고자 사상최대 물량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거래량은 9년만에 최대인 100만건에 달했으며, 올해 1,2월도 마찬가지로 예년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주택가격은 조금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주택가격 상승률은 정부의 규제완화 폭탄에도 1.7%에 불과했다. 물가를 감안하면 거의 변동이 없는 수준이다. 거래가 늘면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과거와는 다르다. 신규 주택이 주변시세보다 높게 분양되는경우는 거의 없다. 건설사는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아야 소비자가 움직인다는 것을알고 있고, 실수요자들도 가격 상승보다 하락에 대한 전망이 더욱 높기 때문이다.

물론 위례, 동탄, 강남 재건축 등 일부 지역에 투기(혹은 투자) 바람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 지역은 과거처럼 막대한 이득은 아니지만 여전히 시세차액을 통해 수익을 거두는 게 가능하다보니 비정상적인 청약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떴다방' 등 부동산 업계가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이같은 바람이 서울을넘어 수도권으로 확산되기를 원하고 있다.

과거 2000년대 중반 부동산 폭등기 당시 투기에 참여하지 않았던 무주택자 서민들은 또다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빚을 내서라도 폭등에 동참해 수억원의 자산을 증식했던 친구와 동창생, 옆집 아저씨와 투기를 하지 않은 나의 자산가치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언론과 정부가 자극하는 부분도 이조바심이다. ‘지금 사지 않으면 영영 집을 살수 없다. 집값이 바닥인 지금 사라’는 정부의 부추김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임대시장 방관에 지친 세입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주택을 구입하고 있는 상황이 더해져 거래량이 증가했다.

이 같은 비자발적 수요는 필연적으로 대출 등 가계부실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61조원으로, 지난 2009년 329조원과 비교하면 5년사이 132조원이 증가했다. 올해도 대출 증가세는 더욱 커지고 있으며, 정부는 기준금리를 1%대로 인하하며 이 같은 빚잔치에 더욱 불을 붙일 모양새다. 지금의 주택거래가 소득을 기반으로 한 정상적인 매매보다는 빚을 통해 거품 폭탄을 떠안고 있는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다음 세대가 이 거품을 받아 이어줄 것이라기대한다. 그러나 경실련이 조사한바 있듯, 지금의 청년층이 정상적인 수단으로 수도권에 주택을 구매하기란 매우 어렵다. 베이비 붐 세대의 거품 낀 집값을 이어 받아줘야 하는 청년층은 비정규직, 취업난 등으로 소득 여력 자체가 부모세대에 비해매우 떨어진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KDI마저 주택가격 급락을 경고하고 나섰다. 주택이 일종의자산으로서의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지만, 현재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KDI는 인구구조변화, 성장률 정체, 공급량 급증 등 거시 경제적으로 판단하면 부동산 시장에 우호적인 재료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분양물량 폭증으로 인해 2~3년뒤 큰 조정이 올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구 자산과 국가자산의 80%가 부동산 건설 부분인 국가 경제구조상 정부는 계속해서 부동산 시장을 키우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정부와 업계조차 여전히 미래 부동산 시장에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불씨를 살리기 위해 더욱 규제를 완화하려고 하는 것이고 업계는 상황이 좋아 보이는 지금 많은 물량을 털어내려 하는 것이다. 자신의 소득범위 내에서 정상적인 주택구매는 개인의 판단이다. 그러나 주변의 유혹과 무언의 협박 속에 타의적으로 이뤄지는 주택 매매는 우리 경제의 더욱 큰 위험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다. 당신은 폭탄을 떠넘기는 정부의 속셈대로 스스로 그 위험성의 일부분이 될 것인가.

(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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