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패션의 진실은 ‘디테일’에 있다.

입력 2010-06-0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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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종사자들의 패션에 있어 여름은 쉬운 계절이 아니다.

냉방병이 걸릴 정도로 서늘한 사무실과 그늘하나 없이 뜨거운 여의도 거리 사이를 오가다보면 어느새 옷은, 실용성만을 추구하는 도구로 전락해 버린다.

통풍이나 발열 등 실용적이고 편한 것만 추구하다보면 매력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패션이란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할수록 멋져 보인다.

시크한 여름 금융인이 되기 위해 감수해야할 것들, 불편하지만 멋져 보이는 여름 패션의 디테일에 대해 알아본다.

남자의 경우 반팔 셔츠가 클래식하지 않다는 것, 여자의 경우 오픈토 샌들(발가락이 보이는)은 실례라는 사실쯤은 기본이다.

그렇다면 기본이 아닌 것들은 뭘까? 성별에 관계없이 정장은 제 길이, 온전한 길이를 하고 있어야한다는 것도 기본이다.

아무리 좋은 최첨단 스마트폰을 새로 장만했다고 해도 왼손 손목에 정상적인 시계하나쯤은 차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기본이다.

기본이 아닌 것은 직종별 업무의 차이를 패션에 적용하는 데서 온다.

예를 들어 증권사 법인영업팀 소속인 경우 아무리 더운 날씨에도 갖출 건 다 갖춰 입어야 한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임원 접대와 영업 미팅이 많은 업무의 특성상 먹고 마시며 즐길 일이 많더라도 옷차림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연출해야 한다.

감색과 회색 정장에 긴팔셔츠와 타이, 갈색구두까지 다른 계절과 별반 차이가 없어야 한다.

여름철만 되면 각 브랜드들이 내놓는 시원하면서도 격식을 갖출 수 있다는 ‘쿨 비즈(cool biz)룩’도 이들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여름이 제일 괴로운 직종이 아닐 수 없다.

옷의 소재를 린넨으로 바꿔보는 것 정도가 증권사 법인영업팀 종사자들이 시도해볼 수 있는 유일한 여름 변신일 것이다.

파격과 변신을 가장 많이 시도해볼 수 있는 직종은 바로 펀드매니저다.

동물문양 타이나 서스펜더(멜빵)의 유행을 제일 먼저 유행시킨 건도 이들이었다.

그만큼 화려한 디테일을 선호하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이해받는 금융계 직종 중의 하나다.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사실상 ‘을’로서 보수적인 옷차림을 해야 할 것 같지만 패션에 있어서만큼은 언제나 트렌드를 이끌어 왔다.

펀드매니저에게 여름이란, 재킷 안에 깔끔한 피케셔츠(칼라가 있는 티셔츠)를 매치해 볼 수 있는 계절이다.

뒷목 밴드와 칼라(옷깃)가 일반적인 셔츠보다 약간 높은 것을 선택해 노타이를 시도해 볼 수도 있고, 시원한 느낌의 스카프를 린넨 재킷에 코디해 한껏 시원한 느낌을 살려볼 수도 있다.

모든 금융계 종사자들이 법인 영업팀 직원처럼 클래식하거나 펀드매니저처럼 화려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촌스러움을 어필해야하는 직종도 있다. 바로 고객의 돈을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 많은 트레이더다.

계절적인 요인보다는 실제 주식시장의 상황에 따라 패션의 부침이 심한 직종이기도 하다.

유럽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증권시장이 다소 가라앉은 이번 여름과 같은 경우에는 더욱더 보수적인 동시에 촌스럽기까지 한 옷차림을 고수해야 할 것이다.

금융가에서 유일하게 반팔 셔츠가 허용되는 직종이 있다면, 은갈치 양복조차 전략으로 보이게 하는 직업군이 있다면 바로 이들일 것이다.

지나치게 디테일에 신경을 쓴 티가 나거나 세련된 멋을 부린 표시가 나면 돈을 맡기는 고객의 입장에서 신뢰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글. 이여영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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