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3만시간 비행 돌파 여승무원 탄생

입력 2010-12-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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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국내 최초로 비행기록 3만시간을 돌파한 객실승무원을 배출했던 대한항공에서 이번에는 국내 최초로 비행시간 3만 시간을 돌파한 객실 여승무원이 나왔다.

화제의 주인공은 현직 국내 객실여승무원 중 최장 비행시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순열 사무장(여, 55세)으로, 1978년 7월 대한항공 입사 뒤 32년 5개월 만에 비행 3만시간 돌파의 대기록을 세웠다.

비행 3만시간은 거리로 치면 약 2650만km에 해당하는 것으로, 하늘에서 근무한 시간만 3년 6개월에 이르고, 지구를 662바퀴 돈 것과 같은 기록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12월 23일 인천공항 도착장에서 밴쿠버발 인천행 KE072편 근무를 마치고 도착해 비행 3만시간을 돌파한 이순열 사무장에 대한 비행 3만시간 돌파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현재 전직과 현직을 포함해 우리나라 객실여승무원 중 비행시간 3만시간을 넘어선 것은 이순열 사무장이 유일하며, 남승무원을 포함해도 이순열 사무장을 포함해 단 4 명만이 비행 3만시간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순열 사무장은 지난 1978년 대한항공 입사 후 32년 동안 줄곧 하늘을 근무지로 삼아 객실승무원으로 근무해 왔으며, 지난 2001년과 2006년 각각 비행 2만시간과 2만 5천시간을 돌파한 데 이어 내년 8월 정년을 앞두고 3만 시간 비행이라는 대 기록을 세우게 됐다.

중학교 3학년 때 영어선생님을 통해 이야기를 들은 이후 승무원의 꿈을 키워오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승무원 됐다는 이순열 사무장은 ‘손님을 꺼리고 피하면 가까이 있지 않아도 손님이 그 마음을 읽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매번 비행마다 최선을 다하는 ‘천상’ 객실승무원이다.

이처럼 고운 심성의 이순열 사무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 승객은 마닐라행 비행기에서 만난 필리핀 여고생이다.

이 여고생은 비행 중 급체를 한 경우로, 갑작스럽게 구토를 하는 바람에 이사무장이 맨 손으로 토사물을 받아낼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비위가 약해 비행기 멀미로 토하는 승객들을 피하려 한 적도 많았지만 기도하는 심정으로 필리핀 여고생 사건(?)을 해결한 계기로 그런 상황에 점차 익숙해졌고, 이후에는 신기하게도 정말 손으로 토사물을 받아내도 냄새를 전혀 못 느끼는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내년 8월말 정년을 앞두고 30여 년 간 지속해 온 비행 생활이 곧 끝난다는 마음에 요즘에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승객들마저 사랑스럽고 예뻐 보인다’는 이 사무장은 요즘 입사하는 후배 승무원들에 대해선 매너나 외국어 등 외적인 실력은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승무원으로서의 자부심은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시한다.

그런 만큼 이사무장은 자기 관리에도 철저하다. 20년 동안 헬스를 꾸준히 하고 있고 비행이 없는 날에는 5~10km씩 조깅을 하는 등 하루 2시간 운동을 거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한 비행을 하면서도 틈틈이 공부해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그녀는 현재 중세미술 분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등 배움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삶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다.

현재 배우고 있는 종교미술의 지식과 경험을 살려 은퇴 후에는 갤러리 투어 등의 봉사활동을 통해 이웃들의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싶다는 희망도 함께 키우고 있다.

2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까지 30년이 넘는 시간을 하늘에서 보내며 청춘을 보낸 이순열 사무장은 내년에 정년 퇴직을 하면 우선 스페인 산티아고로 850km 도보 여행을 갈 생각이라고 한다.

하늘에서의 생활이 그랬듯이, 지상에서도 그녀가 걷는 걸음 하나 하나는 사람에 대한 넘치는 사랑과 인생에 대한 열정의 순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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