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또 이씨와 짜고 구형 ATM에서 빼낸 하드디스크를 싼값에 사들여 되판 혐의로 용산전자상가 중고부품업체 대표 정모(4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5~9월 시중 은행의 구형 ATM 450대를 신권 화폐를 인식하는 기기로 교체하면서 하드디스크를 폐기하지 않고 빼돌려 개당 6천~7천원씩 300만원 가량을 받고 정씨에게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에게서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잔액 등 금융개인정보가 든 하드디스크를 싼값에 사들인 정씨는 이를 중고 조립 PC에 장착하거나 디스크 자체를 소비자에게 되판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이미 이씨에게 사들인 하드디스크 445개 중 205개를 판매했고 나머지 240개는 경찰에 압수당했는데 이들 하드디스크는 모두 포맷된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폐기업체에서 압수한 하드디스크 5개에는 20만여건의 금융개인정보가 들어 있었다.
ATM 하드디스크에는 이용자가 입출금, 송금, 조회 등 은행 업무를 볼 때 화면에 나타나는 계좌주, 계좌번호, 잔액,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정보가 거래내역과 함께 고스란히 파일로 저장돼 길게는 1년까지 일정 기간 저장된다.
따라서 하드디스크가 파기되지 않고 유통되면 개인정보가 유출돼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큰 데도 은행은 ATM 유통ㆍ폐기업자의 하드디스크 유출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했다고 경찰이 지적했다.
경찰은 이씨가 2004년부터 ATM기기 수거를 해 왔기 때문에 하드디스크를 추가로 더 빼돌렸을 수 있다고 보고 유통 경로를 조사중이며 금융감독원에 이런 사실을 알려 은행권의 시스템 개선 등 개인정보 보호 강화 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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