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재스민 혁명, 일본 대지진 사태로 가려졌던 유럽재정위기가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벌써부터 3차 위기가 가시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 스페인까지 전염될 경우 지난해 겪었던 두 차례 재정위기와 달리 한국 등 역외국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점이다. 유로랜드내 경제소국과 경제대국의 중간자 역할(balancer)을 하는 스페인이 위기에 휩싸이면 독일, 프랑스 등과 같은 경제대국에까지 전염문제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유럽 금융사들이 마진 콜(증거금 부족현상)이 발생하면 디레버리지(자본회수) 대상으로 어느 국가를 선택하는 가를 이해하는 것은 역외국에 미칠 충격을 추정할 때 아주 중요하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금융사들이 마진 콜을 당하면 외부에서 긴급으로 자금지원이 없으면 보유자산을 가능한 적게 처분해 응해야 한다.
이때 시장 상황을 보면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한 국가들은 보유자산을 팔려는 사람이 많고 사려는 사람은 적기 때문에 대규모 초과공급이 발생한다. 이 시장에서 금융사들이 마진 콜에 응하기 위해 보유자산을 처분하면 그 과정에서 가격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당초 계획분보다 더 많이 팔아야 가능하다.
반대로 한국, 중국 등과 같은 경제여건이 좋은 국가들은 팔려는 사람이 적고 사려는 사람이 많아 초과수요가 발생하거나 최소한 위기가 발생한 국가보다 수급사정이 좋다. 이 때문에 마진 콜을 당한 금융사들이 이 국가를 디레버리지 대상으로 선택하게 되고, 이들 국가들은 당초 기대와 달리 외국자금의 이탈로 주가는 떨어지고 환율은 올라가 뜻하지 않는 현상을 맞게 된다. 리먼 사태 직후 아시아 금융시장이 전형적인 예다.
중요한 것은 과연 이런 사태가 발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두 가지 기준에서 아직까지 그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된다. 무엇보다 아시아 위기재발 방지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를 본보기로 유럽이 조성해 놓은 구제금융 규모가 1년 전에 비해 많아졌고 수혜조건도 크게 완화됐다.
유럽통합 자체도 쉽게 붕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통합은 자유사상가들에 의해 ‘하나의 유럽구상’이 처음 나온 20세기 초를 깃점으로 한다면 100년, 이 구상이 처음으로 구체화된 1957년 로마조약을 기준으로 한다면 5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 만큼 유럽 국민들의 피와 땀이 맺히면서 어렵게 마련한 것이 바로 유럽통합이다.
그동안 유럽통합은 두 가지 경로로 추진돼 왔다. 하나는 회원국수를 늘리는 ''확대'' 단계로 초기 7개국에서 27개국으로 늘어났다. 다른 하나는 통합의 단계를 끌어올리는 ''심화'' 단계로 유로화로 상징되는 경제적 통합에 이어 2009년 12월 리스본 협약이 발효되면서 정치적 통합에 대한 기대까지 일어났던 상황이었고, 궁극적으로 사회적 통합까지 달성한다는 것이 위대한 유럽구상이었다.
하지만 이 마져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재정위기가 불거질 소지는 남게 된다. 특정지에서 단일통화를 도입하려면 회원국 간에 서로 다른 경제여건을 통일시켜야 가능하다. 유로화만 하더라도 회원국이 되기 위해 환율, 금리, 물가, 재정수지를 경제수렴조건(economic convergence condition)에 충족시킬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문제는 유럽재정위기가 장기화됨에 따라 신규 가입은 고사하고 현재 유로랜드 회원국이라 하더라도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무늬만 회원국들(bad apples)’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이 무늬만 회원국들을 끌어가는 과정에서 이제는 ‘건전한 회원국들(good apples)’까지 전염되는 임계상황을 맞고 있다.
그런 만큼 유럽통합은 깨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현실적인 제약요건을 감안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조지 소로스 등이 제시하는 투 트랙, 즉 건전한 회원국들은 계속 통합단계를 밟아가고 차제에 무늬만 회원국들은 탈락시키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합이론상 유럽처럼 경제발전단계가 비슷한 국가끼리 결합하면 무역창출효과가 무역전환효과보다 커 역내국과 역외국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어떤 유럽국가든 통합에 가담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앞으로 투 투랙이 모색되는 과정에서 무늬만 회원국들은 단기적으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지마는 이를 계기로 재가입을 위해 이전보다 더 노력하는 ‘충격요법(shock doctrine)’이 돼 유럽통합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투자 관점에서 유럽재정위기와 같은 리스크는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추세 자체를 꺾는 「하이 리스크」, 변동성만 확대시키는 「미들 리스크」, 그냥 스쳐 지나가는 「로우 리스크」다. 아직까지 유럽재정위기는 「미들 리스크」로 분류된다.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보이나 주가가 추세적으로 하락국면에 접어드는 리스크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특히 이번에 스페인까지 전염될 경우 지난해 겪었던 두 차례 재정위기와 달리 한국 등 역외국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점이다. 유로랜드내 경제소국과 경제대국의 중간자 역할(balancer)을 하는 스페인이 위기에 휩싸이면 독일, 프랑스 등과 같은 경제대국에까지 전염문제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유럽 금융사들이 마진 콜(증거금 부족현상)이 발생하면 디레버리지(자본회수) 대상으로 어느 국가를 선택하는 가를 이해하는 것은 역외국에 미칠 충격을 추정할 때 아주 중요하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금융사들이 마진 콜을 당하면 외부에서 긴급으로 자금지원이 없으면 보유자산을 가능한 적게 처분해 응해야 한다.
이때 시장 상황을 보면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한 국가들은 보유자산을 팔려는 사람이 많고 사려는 사람은 적기 때문에 대규모 초과공급이 발생한다. 이 시장에서 금융사들이 마진 콜에 응하기 위해 보유자산을 처분하면 그 과정에서 가격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당초 계획분보다 더 많이 팔아야 가능하다.
반대로 한국, 중국 등과 같은 경제여건이 좋은 국가들은 팔려는 사람이 적고 사려는 사람이 많아 초과수요가 발생하거나 최소한 위기가 발생한 국가보다 수급사정이 좋다. 이 때문에 마진 콜을 당한 금융사들이 이 국가를 디레버리지 대상으로 선택하게 되고, 이들 국가들은 당초 기대와 달리 외국자금의 이탈로 주가는 떨어지고 환율은 올라가 뜻하지 않는 현상을 맞게 된다. 리먼 사태 직후 아시아 금융시장이 전형적인 예다.
중요한 것은 과연 이런 사태가 발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두 가지 기준에서 아직까지 그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된다. 무엇보다 아시아 위기재발 방지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를 본보기로 유럽이 조성해 놓은 구제금융 규모가 1년 전에 비해 많아졌고 수혜조건도 크게 완화됐다.
유럽통합 자체도 쉽게 붕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통합은 자유사상가들에 의해 ‘하나의 유럽구상’이 처음 나온 20세기 초를 깃점으로 한다면 100년, 이 구상이 처음으로 구체화된 1957년 로마조약을 기준으로 한다면 5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 만큼 유럽 국민들의 피와 땀이 맺히면서 어렵게 마련한 것이 바로 유럽통합이다.
그동안 유럽통합은 두 가지 경로로 추진돼 왔다. 하나는 회원국수를 늘리는 ''확대'' 단계로 초기 7개국에서 27개국으로 늘어났다. 다른 하나는 통합의 단계를 끌어올리는 ''심화'' 단계로 유로화로 상징되는 경제적 통합에 이어 2009년 12월 리스본 협약이 발효되면서 정치적 통합에 대한 기대까지 일어났던 상황이었고, 궁극적으로 사회적 통합까지 달성한다는 것이 위대한 유럽구상이었다.
하지만 이 마져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재정위기가 불거질 소지는 남게 된다. 특정지에서 단일통화를 도입하려면 회원국 간에 서로 다른 경제여건을 통일시켜야 가능하다. 유로화만 하더라도 회원국이 되기 위해 환율, 금리, 물가, 재정수지를 경제수렴조건(economic convergence condition)에 충족시킬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문제는 유럽재정위기가 장기화됨에 따라 신규 가입은 고사하고 현재 유로랜드 회원국이라 하더라도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무늬만 회원국들(bad apples)’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이 무늬만 회원국들을 끌어가는 과정에서 이제는 ‘건전한 회원국들(good apples)’까지 전염되는 임계상황을 맞고 있다.
그런 만큼 유럽통합은 깨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현실적인 제약요건을 감안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조지 소로스 등이 제시하는 투 트랙, 즉 건전한 회원국들은 계속 통합단계를 밟아가고 차제에 무늬만 회원국들은 탈락시키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합이론상 유럽처럼 경제발전단계가 비슷한 국가끼리 결합하면 무역창출효과가 무역전환효과보다 커 역내국과 역외국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어떤 유럽국가든 통합에 가담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앞으로 투 투랙이 모색되는 과정에서 무늬만 회원국들은 단기적으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지마는 이를 계기로 재가입을 위해 이전보다 더 노력하는 ‘충격요법(shock doctrine)’이 돼 유럽통합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투자 관점에서 유럽재정위기와 같은 리스크는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추세 자체를 꺾는 「하이 리스크」, 변동성만 확대시키는 「미들 리스크」, 그냥 스쳐 지나가는 「로우 리스크」다. 아직까지 유럽재정위기는 「미들 리스크」로 분류된다.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보이나 주가가 추세적으로 하락국면에 접어드는 리스크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