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환 증시퍼즐, "독일은 서두르지 않을수도 있다"

입력 2011-10-18 16:50   수정 2011-10-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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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환의 증시퍼즐, "독일은 유럽문제를 서두르지 않을수도 있다"

앵커> 박문환의 증시퍼즐, 동양종금증권의 박문환 팀장 연결한다. 오늘도 문제는 독일이다. 얼마 전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비중 있는 사람은 입조심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나는데 정작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고 대변인을 통해서 얘기를 했지만 지키지 못한 것 같네요?

동양종금증권 박문환>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과거 총상을 입고 죽음의 고비를 넘겼었던 정치인인데. 많은 존경도 받고 있지만 한번 죽음의 문턱을 경험했던 터라 겁나는 게 없는 것 같다. 누구도 개의치 않을 정도로 거침없는 발언으로 유명한데 당시 앙켈라 메르켈 총리가 입 조심 해야 된다고 했던 것은 바로 쇼이블레 재무장관을 두고 했던 말로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늘은 메르켈 총리가 쇼이블레와 이구동성으로 23일 유로존 회의에 대해서 너무 낙관하지 말라는 경고를 했다. 물론 메르켈 총리의 발언에 대해서 주가가 크게 반응을 하기는 했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어제도 잠시 말했지만 세 가지 중요한 정책 중에서 지금 결정된 것 하나도 없다. 사실 23일부터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너무나 과한 욕심이다. 게다가 오늘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기존의 의견에 대립적 시각을 피력한 것이 아니고 너무 큰 기대하지 말고 시장을 직시하라는 충고였다. 그러니까 유로존 정상들이 지금 대책을 열심히 마련하고는 있지만 그 대책이 전체 악재를 모두 커버할 만큼은 아니라는 정도의 뉘앙스를 가진 것처럼 판단된다.

앵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를 했는데 시장은 여기에 대해서 지나친 실망감을 보여주고 있다. 어쨌든 독일이 유로존 재정 위기 해결 과정에서 아무리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독일의 입김이 요즘에 너무 세진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독일 만만치 않은 프랑스도 있는데 계속해서 이 시장은 독일의 입에 또 주목을 하고 있는데 그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동양종금증권 박문환> 독일이 돈을 가장 많이 내니까 독일의 발언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다른 나라에는 위기를 타개할 만한 구심점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애프도 바이러스에 속하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유독 손톱 발톱이 하나로 통일된 동물에 치명적이었다. 그러니까 말, 소, 양 돼지 같은 동물들이다. 개나 고양이가 구제역에 걸렸단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처럼 어느 사회현상 역시 특정한 사회나 단체에 더욱 치명적인 것이 존재한다. 오래 전에 중동에 봄이라고 하는 소위 자스민 혁명이 중동에만 치명적인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었는데, 보통 민주주의 체제 양당체제 하에서는 국민이 불만이 커지게 되면 선거를 통해서 정권을 바꿀 수 있다. 국민의 분노는 어느 정도 해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동은 거의 독재국가였기 때문에 바꿀 정당이 없다. 결국 바꿀 대상은 국가 하나뿐이기 때문에 국가 전복을 기도하는 운동이 될 수 밖에 없었단 설명을 드린 바 있다. 지금 비슷한 일이 또 벌어져있는 것이다. 뉴욕에서 소수로부터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는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 심지어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이 구호가 미국이나 한국보다는 유로존에서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는 사회적 환경이 유럽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민주주의라고 할지라도 유럽의 민주주의는 사회주의적 성향을 가미한 민주주의라고 말씀을 드렸었다. 많은 부분이 다르겠지만 더욱 독특하게 다른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서 자신이 못살게 되면 우리나라나 미국에서는 내 탓이오..내가 좀 더 잘났으면 더 잘 살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는 반면에 유럽에 사는 국민들은 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것은 사회제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자신보다는 국가 때문이라는 생각을 훨씬 더 강하게 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유럽의 정치권을 흔드는 큰 폭탄은 미국에서 뉴욕에서부터 제기되어 유럽의 정치계에 떨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작 위기를 해결해야 되는 두 주체 중의 하나인 프랑스도 이 폭탄으로부터 온전하지 않았다는 것이 얼마 전에 증명이 됐다. 상원을 뽑는 선거에서 드골 대통령 이후로 무려 53년 만에 좌파 연합이 프랑스 의회를 장악하는 아주 중대한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당연히 내년에 치뤄 질 예정인 프랑스 대선에서는 좌파로 대통령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힘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과연 무슨 정책을 강하게 밀고 나가겠나? 또 밀고 나간들 그게 먹히기나 하겠나? 그나마 가장 낫다고 하는 프랑스가 이지경이니 다른 나라는 더 설명이 필요가 없다. 이탈리아 같은 경우 가까스로 총리가 단 몇 표 차이로 재심 되긴 했지만 트레몬티 재무장관 같은 경우 아예 표결에 참가하지도 않았다. 기존의 여당에 대한 극심한 불신은 거의 극에 달하고 있고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한술 더 떠서 올해 안에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지고 있다. 즉 대부분 유럽의 정치인들은 오랜 침체로 인해서 미운 털이 강하게 박혀 있는 상황인데 월가를 점령하라는 사회적 현상에 의해서 지금 뭔가 주도적으로 큰소리를 내는 것보다는 복지 부동하면서 남은 임기를 무사히 마치는 쪽을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독일 역시 올해 선거에서 전패한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독일 국민의 불만은 다른 나라들과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독일의 실업률은 통독 이후 최저치까지 하락을 하고 있고 경제는 지속적으로 강해지고 있어 경제적으로는 불만을 터트릴 일이 별로 없다. 지금 그들의 불만은 단지 내가 낸 세금으로 왜 다른 나라를 지원하느냐는데 있다. 그래서 올해 선거에서 전패했다고 해도 우파가 굳건히 의회를 지키고 있다. 결국 독일은 정치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서 월등한 데다가 돈도 많이 내고 있으니까 당연히 독일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시장 역시 독일의 입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앵커> 그러니까 정치권에 남아서 정권을 유지하고 싶은 정치인들이 많은 다른 나라에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모습이네요. 독일의 입장이 이렇게 중요하다면 유로존의 문제가 독일의 입장을 듣고 왜 하루빨리 해결이 되지 않는지 역시 궁금하다. 어떤가?

동양종금증권 박문환> 결정권자가 하나라면 빨리 결정될 만도 한데 시장에서 여러 가지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정말 못 듣는 건지 귀머거리인지 아니면 못 듣는 척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못 듣는 척 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게 된다. 이번에도 시장의 큐를 쥐고 있었던 것이 바로 프랑스와 독일의 정상회담 이었다. 사르코지와 메르켈이 무슨 말을 했을까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오늘 새벽 메르켈 총리실의 대변인이 이 회담을 통해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비밀로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돌연 오늘 새벽 프랑스에서는 ESFS를 우선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하는 그 주장을 접어버렸다. 자체적인 증액을 해야 되다고 슬쩍 말을 바꿔버렸다. 물론 정치인들이 하루아침에 말 바꾸는 것이야 늘 보아왔던 거니까 전혀 새로울 것은 아니지만 어제 말했듯이 자체증액을 고집할 경우에 금융주들은 물론이고 공적자금 지출로 인해서 제2의 그리스 가 나올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아주 험악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서 지중해 동쪽에 작은 섬나라 키프로스 같은 경우에는 전체GDP의 30%까지 비용이 증가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척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사실을 독일에서 모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제가 만약에 앙겔라 총리였다면 저 역시 모른 척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했던 통독 이후 최저 수준의 실업률이라고 하는 초호황은 자신의 경제력에 비해서 현저히 저평가되어 있는 유로화가 상당부분 영향을 주었다. 지금 당장 모든 악재를 툴툴 털고 나면 유로화가 급등할 수도 있는데 굳이 정성을 다해서 위기 탈출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늘 앙겔라 메르켈 총리실의 발언으로 유로화가 하루에만 1% 하락했다. 주변 국가들이 굶어 죽을 만 하면 풀죽이나 좀 나눠주는 방법으로 위기를 끊어내지 않은 채로 좀 더 길게 이런 호황을 지속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하는게 저의 추측이다.

앵커 > 정말 그 말이 이해가 가네요. 유로존을 깨지 않으면서도 또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누리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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