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휴가간 사이 여우가.. 유로존 유동성 고갈 가능성

입력 2011-12-2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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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투자 오후증시 2부-박문환의 증시퍼즐>

동앙증권 박문환 > ECB 자산이 증가했다는 점이 악재였다는 보도가 많았는데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기자들의 역량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금융전문가의 시각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어제 주가 하락의 원인은 ECB의 자산증가는 최소한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ECB가 3년 만기 장기물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했다는 것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니겠나. 이미 국채매입과 더불어서 유동성 공급에 대한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것이 노출되었다고 악재일 수는 없다.

게다가 2조7천억 유로 규모의 자산이 사상 최대치라고 하지만 영국이나 미국보다는 정말 양호한 수준이다. 또 신용대출도 아니다. 과거 미국은 모기지 채권을 무작위로 매수했었다. 하지만 ECB는 A등급 이상의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이란 점에서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뉴스플로어를 보면 ECB의 자산이 크게 늘어났다는 뉴스와 시장의 하락시기가 거의 비슷해서 착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단지 트리거였을 뿐이고 그것 말고 다른 악재가 있었을 것이다.

동앙증권 박문환 > 호랑이가 휴가를 간 것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그 산에 아직 여우가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동안 거의 유일하게 악재를 공급해 왔던 메르켈 총리가 휴가를 가는 바람에 시장을 괴롭히는 악재는 한동안 없었다. 그런데 독일의 재무장관 쇼이블레가 돌연 가시가 돋친 악재를 하나 던졌다. 그는 프랑스와 연대해서 조만간 금융거래세를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럽 전체에서 함께 참여하면 좋겠지만 우선 유로존부터 지금 당장 1월부터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이것이 유로화를 급락으로 몰고 1.2%정도 하락했다. 그리고 VIX를 6%이상 상승시켰던 진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쇼이블레 속 마음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무조건 악재라고 해석하기도 좀 애매모호 하다. 쉽게 얘기하자면 목을 좀 더 졸라서 1월 말 정상회담까지 완전한 재정통합을 이루기 위한 제스처일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굳이 악재라고 볼 수도 없다. 하지만 만약 쇼이블레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자칫 유럽의 유동성의 씨를 말리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겠다. 간단한 증거를 제시하면 오늘 새벽 영국은 보합으로 마감됐다. 하지만 독일이 2%나 넘게 하락했다. 즉 악재의 진앙지는 ECB가 아니라 독일 쪽에서 더 가깝게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앙증권 박문환 > 지금 유로존은 무척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는데 오죽하면 1%로 빌렸던 돈을 활용하지 않고 다시 ECB에 예치하겠나. 빌려오기로는 1%로 빌려왔는데 오히려 그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재예치했다는 것은 손실을 봐도 단기시장에서 그 돈을 돌리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ECB가 거의 4천900억 유로나 시장에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신지표라고 볼 수 있는 유리보OIS스프레드를 보면 단 10bp도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유로시장이 얼만큼 서로 믿지 못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난데없이 금융거래세를 시행하겠다. 과연 누가 유럽에서 금융거래를 하겠나. 같은 거래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그 돈들은 전체 GDP에서 금융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유럽에서 가장 큰 영국이 먼저 반대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영국의 참여 없이 토빈세를 시행한다면 영국으로 유럽의 단기자금들이 홀랑 흡수돼 버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그나마 시중에 남아 있는 돈들이 더욱 심하게 고갈돼 유로존의 유동성 문제를 다시 부각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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