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자금 유입 속도조절.. 중소형주 매수 기회

입력 2012-03-0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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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투자 오후증시 1부 - 박문환의 증시퍼즐>

동양증권 박문환 > 3차 LTRO는 없다고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또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높아졌다고 발언했다면 표면적으로는 무척 매파적인 입장이었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드라기 총재는 메사추세츠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즉 유럽인이라지만 미국식 경제이론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래서 겉과 속이 조금 다를 수는 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ECB는 거의 독일 분데스방크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의 ECB 총재였던 트리셰 역시 분데스방크의 요구사항을 언제나 수용할 수 밖에 없었고 거의 ECB의 정책은 분데스방크의 정책이었다.

문제는 분데스방크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병적인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ECB 총재가 뭔가 해보려고 양적완화를 통해 위기를 탈출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였던가 드라기 총재 약간 머리를 쓴다. 양적완화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양적완화 나 못하겠다. 안 한다. 나도"라고 얘기하고 이름을 슬쩍 바꿔 LTRO라는 것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는데 양적완화와 LTRO의 차이는 박문환과 샤프슈터의 차이점과 같다. 이름만 다를 뿐 그게 그거다.

물론 이제야 눈치를 챈 분데스방크의 위원들이 드라기에게 심각한 유감을 표현했고 그로 인해 이번 연설문이 마사지 됐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그의 생각마저 매파적으로 바뀌었는지의 여부는 좀 더 관찰이 필요하다.

일단 유로 캐리트레이드가 강하게 들어오지 못할 수도 있다. 캐리드레이딩이라고 하는 것은 원래 저금리 통화로 고금리 통화를 투자하는 것을 의미했는데 요즘에는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되는 통화로 가치가 고정되거나 오를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되는 통화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그 흔적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올해 한 해 동안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11조 원 정도를 매수했다. 그 중에 6조원이 유럽계 자금이었다. 유럽계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던 시기를 보면 1차 LTRO가 집행된 직후부터였다. 이것은 곧 LTRO로 인해 엄청난 유로화가 시장에 뿌려질 것이고 유로화의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투자자들이 유로화를 팔고 그것으로 우리나라 같은 이머징 통화를 원했던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이다.

다시 ECB로 가 보자. 오늘 드라기 총재가 더 이상의 LTRO는 없고 게다가 물가에 신경 쓰겠다고 했다면 투자자들은 적어도 유로화의 가치가 강하게 하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화의 약세를 전망하는 공격적인 캐리트레이딩의 증가를 예측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되겠다. 즉 외국인들의 강력한 매수는 다소 약해질 가능성 높다.

장담할 수 없겠다. 캐리트레이딩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지 이들이 매도로 전화될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그리스가 지금은 살아났지만 결국 퇴출될 것이라고 믿는 투자자가 더 많다면 그것은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유로화가 강세 때마다 오히려 캐리트레이드를 강화할 수도 있지 않겠나.

또 우리나라의 시장수급도 만만치 않다. 올해 개인투자자들은 6조원을 매도했다. 개인들이 매도를 짧은 순간에 집중시켰던 것은 뭔가 시장에 대한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다. 소위 박스권 매매라고 하는 단지 주가가 하락하면 사고 상승하면 팔고를 반복하다가 주가가 박스권을 돌파해 버렸다. 상승하는 바람에 주식을 팔고 그 이후 주가가 더 오르는 바람에 매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주식 예탁금 사상 최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주식을 팔아서 다른 곳으로 도망가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단지 박스권에서 물량을 털렸다는 것을 입증한다. 즉 내려오면 사겠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3차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치도 남아 있다. 유로 캐리트레이딩의 빈 자리가 만약 생긴다면 메워줄 달러 캐리트레이딩의 유입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ECB 총재의 발언이 곧 중기적 조정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시장의 성격만큼은 잠시나마라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강력하게 들어오는 순간에는 외국인들이 주로 대형주에 집중하게 된다. 대형주 위주로 상승하는 시장이 유지된다. 이런 경우 대형주를 주로 포트에 편입해야 하는데 하지만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위축되거나 정체될 경우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그 자리를 메우게 되고 대형주보다는 중형주나 혹은 소형주에서 더 기회가 생기게 된다.

즉 ECB 총재 발언이 매파적으로 바뀌었다면 가장 먼저 생각해야 될 것은 시장의 조정여부는 아닐 것 같다. 그보다는 시장의 성격이 대형주 위주의 시장에서 중형주 위주로 각개전투가 진행될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란 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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