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 다른 세상, Art와 Business의 만남

입력 2012-04-0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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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Leadership] 4편 : 두 개 다른 세상, Art와 Business의 만남



안토니 곰리, 2010, Exposure (www.antonygormley.com에서 이미지 발췌)

<공공미술 작가 안토니 곰리의 작품을 볼 때면, 서울 광화문 광장이 자꾸 떠오른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두 전시회가 있다. 하나는 2002년 영국 ‘테이트모던(Tate Modern)’ 미술관에서 열린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대형 조형물 ‘마르시아스(Marsyas)’ 전시다. (마르시아스: 음악의 신 아폴론에게 도전한 반인반염소) 또 다른 하나는 2012년 일본 ‘모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From Me, Belongs to You Only’라는 한국 작가 이불(Lee Bul)의 회고전이다.

두 전시회는 기업의 직?간접적인 후원을 받은 전시회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아니쉬 카푸어의 전시는 글로벌 생필품 회사인 유니레버가 후원했다. 유니레버는 테이트모던의 중앙 전시공간인 터빈홀(Turbine-Hall)의 전시를 후원하고 있다. 2000년부터 시작된 기획전시는 ‘유니레버 시리즈’라 불리우며, 2012년까지 유니레버가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유니레버 시리즈를 통해, 아니쉬 카푸어뿐만 아니라, 루이스 브르주아(Louise Bourgeois),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등 13명의 세계 유명 작가들이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여 왔으며, 이를 보기 위해 매년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찾아오고 있다.



아니쉬 카푸어, 2002~2003, Marsyas (Tate Modern에서 구입한 엽서에서 이미지 발췌)

이불의 회고전이 열린 모리미술관은 부동산 개발회사인 모리주식회사가 롯본기에 개발한 모리타워의 꼭대기인 53층에 위치하고 있다. 작가라면 누구나 유리창 너머로 도쿄시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이 공간에서 전시를 하고 싶을 것 같다. 이불의 전시의 하이라이트도 유리벽 넘어 도쿄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마지막 전시관에 설치돼 있다. ‘The Secret Sharer (비밀의 공유자)’라는 제목의 작품은 반짝이는 구슬과 유리조각으로 개를 형상화했다. 개는 비인간화된 거대 도시를 향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엄청난 토사물을 토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술가의 다양한 창의적인 생각들이 사람들과 실제 소통되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 예컨대, 인사동의 웬만한 전시장을 대여하기 위해서는 3~400만 원(일주일 단위)이 필요하다. 여기다 작품 제작비, 카탈로그 제작 등을 고려하면, 한번 전시하는데 작게는 천만 원에서 수 억 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인기 작가의 경우, 상업 갤러리의 지원 하에 기획전을 열 수 도 있지만, 그들 역시 대중의 입맛에 맞는 작품 창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상업 갤러리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작가의 수는 한정적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다양한 예술가들의 창작을 후원해 주는 활동이 존재했다. 로마제국의 정치가 마에케나스(Gaius Clinius Maecenas)의 문화예술가의 후원에서 유래된 메세나(Mecenat) 활동은 예술가들에게 커다란 힘이 돼 왔다. 15세기 르네상스의 중심에는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루벤스, 도나텔로 등과 예술가와 함께 ‘메디치 가문’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다. 사실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의 중심에 있던 기간은 메디치가 다섯 세대에 걸친 약 100년에 지나지 않는다. 메디치 가문의 자본을 만든 지오바니 메디치를 제외하면, 코시모 메디치(지오바니 아들) 및 로렌조 메디치(코시모 손자) 두 사람의 후원에 의해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가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현재 피렌체 시가지와 거기에 남아있는 예술품의 절반 이상이 메디치 집안이 주문 제작하거나, 이에 자극 받은 다른 피렌체인들이 주문, 수집한 것들이라고 한다. (시오노 나나미,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 참고)

현대에도 이러한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활동은 ‘Art and Business’라는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 중 하나는 영국이다. 영국의 Art & Business 활동은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영국의 활동은 `기업의 예술 후원`이라는 일방적 차원에서 벗어나 있다. 국내 메세나 운동이 문화예술 단체에 대한 자금지원 및 기업-예술단체 간 후원결연을 맺는 활동이 중심이라면, 영국은 예술계와 비즈니스가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즉, 기업의 사고방식, 기술, 재능을 예술계에 어떻게 이전시켜 예술계를 발전시킬 수 있나를 고민하는 한편, 예술계의 전문 기술을 기업 경영에 접목시켜 기업의 창의성과 성과를 높이려고 한다. 예술과 기업 간의 시너지를 고민하고 있다.

전혀 다른 성격인 예술과 비즈니스가 화학적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술가는 다른 것을 모두 희생하더라도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조적인 작품활동을 하고픈 사람들이다. 반면 비즈니스 세상에서는 다른 것은 모두 희생하더라도 이윤을 남기고자 한다. 재미난 일화 한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코시모 매디치는 조각가 도나텔로(르네상스 3대 조각가, 대표작: 다비드 청동상)가 생계에 신경쓰지 않고,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농장을 줬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도나텔로는 농장을 돌려줬는데, 그 이유는 농장에 신경 쓸 일(세금, 날씨 등)이 너무 많아 창작에 전념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농장을 돌려받은 대신, 메디치가는 도나텔로에게 농장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금 이상을 매달 보내줬다고 한다.

기업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 사회봉사 활동이 되지 않고 지속적인 활동이 되기 위해서는 예술과 비즈니스 간 상호작용을 통한 발전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노력도 중요하다. 즉, 기업이 예술을 후원하듯이 예술가도 사회의 발전에 공헌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술가의 사회공헌의 대표적인 사례로 북방의 천사(Angel of the North) 프로젝트를 생각할 수 있다. 영국의 석탄 산업의 쇠퇴로 낙후되어 가는 잉글랜드 북부지방의 소도시인 게이츠헤드(Gateshead)의 재생 방법으로 ‘문화예술’이 채택됐다. 그리고 그러한 문화예술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핵심 작업으로 게이츠헤드 외곽에 ‘북방의 천사’라는 거대한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높이 20m, 너비 54m, 무게 208톤에 달하는 거대 조형물은 영국의 공공미술 작가인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가 진행했다.

시에서 추진한 ‘북방의 천사’ 프로젝트에 모든 게이츠헤드 주민들이 찬성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는 게이츠헤드 주민을 설득하는 활동을 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본 프로젝트의 작가인 안토니 곰리가 직접 주민들과 소통하고, 설득하기 위한 활동을 했다고 한다. 현재 북방의 천사는 영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으며, 매년 이를 보기 위해 전세계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안토니 곰리, 1998, 북방의 천사 (www.antonygormley.com에서 이미지 발췌)

예술가의 참여와 함께, 예술과 비즈니스의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비즈니스에 실제 활용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단순히, 예술가의 작품을 기업 사옥에 전시하거나 제품 디자인에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창의력 및 문제해결 방식을 기업경영에 응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할 것이다.

유니레버의 카탈리스트(Catalyst)는 이러한 프로그램의 좋은 사례다. MAP 극단과 유니레버가 함께 진행한 본 프로그램은 극단 배우들이 반나절 짜리 워크숍을 유니레버 직원들과 함께 진행했다. 극단 배우들은 피드백에 대한 연극을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연습시켰다.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부하직원 또는 동료에게 피드백을 할 수 있는가를 체험하게 됐다. 이러한 올바른 피드백 방법을 통해, 구성원 개개인의 자기계발을 촉진시키는 문화를 조성했다고 한다. (한국메세나협회회 연구보고서 참고)

예술과 비즈니스 모두가 상생하는 메세나 활동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업의 사회공헌 관점에서 벗어나, 예술가(창작) / 기업(자본) / 비영리조직(메세나 협의회와 같은 중계조직)의 보다 적극적인 관여와 상호작용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예술가들도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몫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편, 기업은 창의력의 원천으로 문화예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 및 프로그램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향후 본 컬럼은 예술계가 사회에 어떻게 공헌할 수 있으며, 예술을 기업경영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컬처&리더십에 사용된 이미지는 사전협의를 통해 본 칼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Culture & Leadership 참여자: Awaken Group 강소영1), 아트엔젤컴퍼니 유화영&김정윤2)

(주1) 하버드 경영대학(MBA)을 졸업한 강소영은 맥킨지&컴퍼니(L.A.)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 미국, 싱가포르에 위치한 리더십 컨설팅 회사인Awaken Group을 설립하여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유럽, 아시아의 정부기관 및 기업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또한 Young Professionals’ Group을 설립하여 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링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http://www.awakengroup.com)

(주2) 뉴욕 Pratt Institute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유화영은 크랜베리 디자인 대표(브랜딩회사), 갤러리 그림손 관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아트 컨설팅 회사인 아트엔젤컴퍼니의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또한 영국 Loughborough대학에서 경영학(박사)을 전공한 김정윤은 현재 아트엔젤컴퍼니의 창립 멤버로서 작가들 발굴과 프로젝트 전략을 조언해주고 있다.

(http://www.artangel.co.kr//mailto:artangelcompa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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