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악재로 단기 저점 확인 과정 지속"

입력 2012-05-2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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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투자 오후증시 1부 - 박문환의 시장돋보기>

동양증권 박문환 > 그날그날 유로존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루머와 더불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의 대통령에게 유로존 탈퇴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어떠냐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 게다가 스페인마저 국채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자칫 채권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소식이 시장을 또 한 차례 하락시켰다.

많은 악재 중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문제가 있었다. 연예인들과 정치인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자신들을 사랑하고 있다, 좋아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얼마 전 프랑스 대선에서 메르켈 총리는 사르코지를 지지한다고 한 적이 있었다. 프랑스 사람들의 독일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우리나라의 전라도, 경상도간 반목보다도 심한 편이다. 그런데 독일의 총리가 지지한다면 과연 사르코지의 지지율이 올라갈까.

지난주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 유로존 탈퇴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고 전해진다. 물론 독일 총리실 측에서는 그런 취지의 발언이 아니었다고 바로 정정했지만 그리스 각 정당들은 기분이 몹시 나빴을 것이다. 시리자 측에서는 즉각 그리스가 독일의 속국인 줄 아느냐며 즉각 불만을 표시했다. 긴축을 지지했던 신민당에서조차 매우 유감스러운 발언이었다고 논평했다. 가뜩이나 시장이 어렵다. 유로존에서 무게감이 있는 사람들은 한마디 할 때마다 여러 참모의 생각을 들어보고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스 사태에 대해) 물론 누구나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을 존중한다. 하지만 그리스의 위험이 리먼을 넘어선다는 분석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위기란 시장이 얼마나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리 작은 위험이라고 해도 시장이 전혀 몰랐다면 타격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큰 위험이라도 시장에서 인지하고 있다면 그 충격은 크지 않다.

그런 점에서 리먼은 상당히 큰 악재였다. 그 악재의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단 리먼은 미국의 3대 채권 프라이머리 딜러 중 하나였다. 주식과 채권은 분명히 다르다. 주식은 위험자산이지만 채권은 안전자산에 속한다. 리먼이 무너진 것은 시저를 배신했던 브루투스처럼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던 사건이다.

그래서 대비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리스는 최대 3500억 달러라는 모든 부실의 규모가 속속 다 드러나 있다. 그리스는 리먼보다 큰 위험이 아니다. 그리스는 리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위험에 불과하다.

사실 손실의 규모가 얼마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리먼 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급속도로 경색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마저도 규모조차 추정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신용위험을 사고 파는 CDS 거래는 소위 카운터파티 리스크가 존재하는 개인간의 거래 혹은 딜러간의 거래다. 기장할 의무도 없었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자신의 거래 상대방이 어느 정도 위험에 빠져있는지 조차 전혀 알 수 없었다. 얼굴은 멀쩡하지만 속이 얼마큼 곪아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당연히 믿을 수 없으니 거래를 줄일 수 밖에 없었고 돈이 돌지 않았다. 즉 금융시장에서의 거래단절이 금융경색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는 국채를 누가 보유하고 있는지 다 안다. 은행들이 얼마만큼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이 모두 드러나 있다. 채권보유는 CDS와 달리 기장의무가 있기 때문에 속일 수 없다. 게다가 그리스 문제는 이제 시한이 생기게 될 것이다. ESM 하에서는 유로존에서 어떤 나라라도 자유로운 진입과 진출이 가능하게 될 것이고 예정보다 1년 앞당겨져 7월이면 시작된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나가고 싶다면 7월 이후에 절차를 밟아 나가면 된다.

그리스가 원인을 만들기는 했다. 하지만 6월 17일 그리스의 2차 투표가 있을 때까지 계속 주가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안에 시장은 바닥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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