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산에는 반드시 깊은 계곡이 있다

입력 2012-05-3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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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산에는 반드시 깊은 계곡이 있다

스페인이 또 악재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라호이 총리가 6%가 넘는 차입금리가 무리하다면서 ECB에 연일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이미 3850억 유로를 빌려준 ECB는 스페인의 구제신호를 모른 체하고 있다.

오늘은 그 이유를 고민해보자.

유로존이 탄생하면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조달 금리의 하락이었다.

시장 경제의 적정금리보다 낮은 금리는 부동산 붐을 일으키게 하는 단초를 제공했는데, 유로존 출범 이후 스페인의 부동산 가격은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스페인의 성장률은 선진국으로서는 드물게 6%의 빠른 성장을 가져오면서 유로존에서 질투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아 왔지만 동기간 가계 부채는 3배 이상 증가하면서 미래의 불행 역시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던 것을 정치인들은 인지하지 못했다.

이후, 메르켈에 의해 채권 분리 정책이 제기되고 스페인은 금리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당연히 과도하게 부풀어졌던 부동산의 버블이 여기저기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이제 고작 고점 대비 30% 정도 하락했지만, 이로 인해 은행들이 부실해지게 되었고 예금기준 스페인 2위 은행인 방키아가 국유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 주말 신용평가사 <에간존스>는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강등했는데...스페인 은행들의 자산이 GDP에 두 배가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스페인은 낮은 금리로 인해 촉발된 너무 빠른 성장에 대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스페인은 그리스처럼 포기가 쉬운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경제규모가 1.4조 달러로 세계에서 12번째 경제 대국이다.

게다가 남미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스페인의 실패는 단지 유로존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대마불사의 영역에 속해있다.

하지만 부실의 규모는 단지 지원을 통해서 해결할 수준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ECB가 스페인의 금리가 오를 때마다 시장에서 개입을 통해 강제로 낮추었지만 계속 밑빠진 독에 물을 부어댈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즉 스페인은 외부의 지원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거대한 경제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위기가 커지자 오늘 새벽 EU 집행위에서는 스페인이 2014년까지의 재정긴축에 대한 계획서를 짜임새 있게 제출한다면 재정적자 감축 목표 시한을 2014년까지 연장해주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마도 스페인은 수용할 것이고, 오는 EU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결정될 것이다.

결국 지금 당장 스페인이 가장 빠르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ECB 뿐이지만 ECB가 지원사격을 중단한 것은 스페인의 자구노력을 이끌어 내기 위함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글. 박문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03470 target=_blank>동양증권 강남프라임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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