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결국 시간 지나면 해결된다"

입력 2012-06-2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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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투자 오후증시 1부 - 박문환의 시장돋보기>

동양증권 박문환 > 시장에서는 메르켈을 극우 편향의 정치인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조지 소로스는 역시 독일의 이기적인 정책이 유로존의 경쟁력을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EU 정상회담 이전까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메르켈을 이해한다. 만약 메르켈의 입장이라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지금 메르켈이 원하는 것은 유로존의 붕괴가 아닌 같이 잘 살자는 것이다. 유로본드나 공동의 보증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재정통합과 정치통합을 먼저 이루고 나서 하자는 것이다. 순서의 문제다. 이 부분에서 독일의 우파가 신 나치즘으로 기우는 것이 아니냐, 유로존을 다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에 동조하기 쉽지만 독일 우파의 출현은 시작부터 나치에 대한 대항 의지라는 취지로 생겼다.

물론 우파의 특성상 약간 이기적인 측면도 있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자. 지금 유럽에서 정치인들이 정권을 잡기 위해 가장 잘 활용하는 언어가 무엇인가. 신 재정협약, 원점부터 다시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돈을 빌려갈 때는 고개를 숙이고 빌려가서는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돈을 빌리기 위한 조건은 돈을 빌렸던 이전의 정치인과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돈을 빌려주는 독일 입장에서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러니까 메르켈이 원하는 것은 채권의 보장이다. 다른 소리를 못 하게 재정 통합체는 물론이고 정치적 통합체를 먼저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6월 정상회담에서 독일이 제안할 것으로 알려진 것은 EFA, 유럽재정기구의 설립이다. EFA는 초월적 지위를 갖게 된다. 만약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는 회원국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권한도 가질 수 있다. 가장 큰 의미는 이랬다 저랬다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스의 신민당 정부가 약속했던 것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후임 정부가 불이행할 수 있는 위험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미다.

만약 유로존의 회원국이 모두 찬성한다면 EFA는 즉각 구제금융 기금을 가동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유로본드도 발행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각국의 고유권한이라고 할 수 있는 재정에 대해 거부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유로구성국 전체의 찬성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시장에서 독일을 집중적으로 비난하는 이유는 독일이 주된 채권국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빌려준 돈에 대한 보증을 원하는 것이고 돈을 빌리는 쪽에서는 굶어 죽을지언정 재정주권을 쉽게 주기 싫은 것이다.

변형된 형태의 해결방법은 많다. 예를 들어 조지 소로스가 주장했던 방법처럼 ECB가 계속 돈을 발행할 수 없어 유동성을 늘릴 수 없다면 EFSF가 ECB가 보유한 그리스 채권을 매수할 수 있다. 그리고 ECB가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다시 매입하는 방법도 아무런 회원국들의 동의 없이 진행이 가능하다.

이런 해결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자꾸 엇나가고 있는 것은 해결점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다. 단지 자신에게 유리한 고지를 취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물 속에 머리를 박고 오래 참기 게임을 하다가 죽는 바보는 없다. 게임에서 졌다는 패배감보다는 숨을 쉬고 싶은 욕구가 더 큰 법이다.

숨을 쉬고 싶어 죽을 정도가 되면 자발적으로 물 밖으로 나오면 된다. 지금 시장은 유로존이 끝나는 것을 전제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독일이 양보하든 프랑스가 양보하든 스페인이 양보하든 결국 유로존의 문제는 숨가쁜 사람이 먼저 나오게 되어 있다. 해결점을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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