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주가예측기법 '사이클 큐브'로 본 한국 증시 전망

입력 2012-08-20 10:39   수정 2012-08-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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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新주가예측기법 `사이클 큐브`에 의한 한국 증시 전망

여름 휴가철이 끝나면서 각 전망기관의 올해 경기전망과 증권사의 주가 예측이 또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올해도 들어맞지 않는다면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일부 전망기관들의 경기예측은 4년 연속 들어맞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증권사들의 주가예측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투자자 사이에는 간헐적으로 제기돼왔던 ‘주가예측 무용론’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현상이 발생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측을 하는 데에 있어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최근 효과(recently effect)` 때문이다. 예측자의 행태상 20년 전보다 10년 전이, 10년 전보다 직전년도, 직전년도보다 예측시의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추세가 바뀌거나 종전에 비슷한 사건이 없을 때 예측이 크게 틀리는 것도 바로 이 요인에서다.

대부분 전망기관과 증권사들이 이듬해 경기와 주가를 예측할 때 당시 경기와 증시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흔히 좋을 때는 앞날을 더 좋게 보고 나쁠 때는 더 나쁘게 보는 것을 ‘냄비 예측 혹 천수답 예측’이라고 부른다. 불을 가하느냐 여부에 따라 쉽게 끓고 쉽게 식는 냄비의 속성에 비유된 용어이다.

하지만 예측이 틀렸던 것만은 아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새로운 경기진단방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복합선행지표(CLI: Composite Leading Index)는 2009년 2분기가 저점이 형성될 것이라는 예측이 들어맞았다. OECD가 매월 발표하는 이 지수는 경기순환에서 전환점에 대한 조기 신호들을 제공토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업취약지수(CVI: Corporative Vulnerability Index)도 2009년 이후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고했고 실제로 상승했다. 이 지수는 레버리지 비율과 기업가치 변동성, 무위험 이자율, 배당률 등의 재무지표를 이용해 산출된 것으로 종전의 주가판단방법이 경제상황과 정책기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감안해 만든 지표다.

최근에는 ‘대차대조표 경기변동이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일본 노무라연구소의 수석경제학자인 리처드 구가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대차대조표 상황을 감안해 경기와 증시를 예측하고 정책을 권고하는 방법이다. 금융사의 대차대조표가 취약하면 중앙은행이 자금을 공급해도 민간에게 대출이 안돼 경기와 증시가 침체된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일본 대지진, 원전 사태가 잇달아 발생하자 이 이론이 부각되는 것은 일본처럼 실물경제에 막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대형은행들의 대차대조표를 건실하게 해야 금융과 실물간의 연계성이 강화돼 지진과 원전 사태가 빨리 복구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 사태 해결에 힘을 쏟다 보면 대형은행들이 더 어려워지고 자기책임 원칙대로 방치하지 못하는 이상 공적자금이 투입할 수밖에 없어 경기는 더 침체될 수 있다는 이 이론의 정책 권고다.

한 나라의 경기나 증시는 고도의 복합시스템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혹은 주가 예측기관들은 지나간 과거를 토대로 예측모델을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모델은 현실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주가변동을 유발하는 복합변수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

그동안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의 경기와 주가 예측을 되돌아보면 이런 모델들의 비효율성이 자주 노출돼 왔다. 정작 예측이 필요할 때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증시 입장에서 더 우려되는 것은 주가의 방향이 바뀌고 있거나 게임의 규칙이 변한 뒤에야 비로소 터닝 포인트를 알린다고 요란을 떠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 혹은 증시의 복잡성은 대부분 국내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이 의존하는 것처럼 불과 몇 개의 선행지표로 포착할 수 없다. 현재 미국의 경제 사이클 연구소(ECRI: 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의 예측모델이 이 분야에서 세계를 평정할 수 있을 정도로 예측이 정확했던 것은 바로 ‘경제 사이클 큐브’라는 다차원적인 모델 덕분이다.

ECRI의 경제 사이클 모델을 보면 현실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모든 사건들을 예의주시하고 다양한 지표를 통해 경제의 모든 측면에서 형성되는 방향성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아무래도 경제의 복잡성에서 유발하는 뉘앙스나 추세변화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만이 최선이자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예측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ECRI의 ‘경제 사이클 큐브’를 소개하면 경제성장과 고용, 인플레로 크게 삼차원으로 구성한다. 경제성장은 다시 무역과 국내 경제활동으로, 이중 국내 경제활동은 부문별 장단기 선행지수로 구분된다. ECRI에서는 이 모델을 통해 100개 이상의 선행지수를 통합함으로써 보다 정확하고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예측을 추론해 낸다.

경제의 얼굴은 증시는 더욱 그렇다. 그런 만큼 국내 증권사들은 앞으로 주가를 예측할 때 ‘증시 사이클 큐브’(security cycle cube)라는 다차원적인 모델을 개발할 것을 권한다. 증시 사이클 큐브는 증시라는 복잡한 시스템 속에 발생하는 현상을 설명하고 주가를 예측하는 독특한 모델을 말한다.



다차원적인 증시 사이클 큐브에 될 수 있는 데로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지만 국내 증시에 영향이 큰 변수를 중심으로 포함해 우리 주가를 예측해 본다. 통계기법상 요인분석을 통해 우리 주가의 결정요인을 보면 △외국인 향방 △성장률 추이 △경상수지 흑자여부 순으로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온다.

올 들어 지금까지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는 채권시장까지 포함하면 15조원에 달한다. 변수가 많지만 현재 환율이 적정수준보다 높고, 국내 금리수준이 자금 원천국보다 높은 점을 감안하면 저가 메리트와 환차익을 겨냥한 단순히 포트폴리오상의 이익만 따지더라도 한국 증시는 여전히 매력이 높은 상태다.

대내적으로는 우리 경제전망이 가장 큰 변수다. 전망기관별로 올해 우리 성장률을 2~3%로 전망하고 있지만 증시에서 더 중요한 것은 경기순환상의 흐름이다.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우리 경기가 둔화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분명히 경기적인 측면에서는 주가 흐름에 긍정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우리처럼 외환위기를 겪은 상황에서 성장률 못지않게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경상수지다. 경상수지와 주가 간의 관계를 보면 흑자일 때에는 상승, 적자일 때에는 하락했다. ‘경기둔화하의 흑자’라는 성격논쟁이 일어날 수 있지만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올해 경상수지가 최소 15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에 영향이 큰 변수를 ‘증시 사이클 큐브’에 넣고 주가를 전망해 보면 일부 비관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렇게 어둡게 나오질 않는다. 다만 환율하락과 주가상승 속도는 종전보다 둔화되는 것으로 나온다. 앞으로 경기가 회복국면에 진입할 경우 세계 어느 국가보다 국내 증시가 유망해 보인다.

예기치 못한 행태변수들이 잇달아 발생된다고 해서 예측 자체가 무용한 것인 아니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정확한 진단과 예측이 요구된다. 최근처럼 경기와 증시판단이 어려워질수록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은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경기와 주가판단 방안을 고안해 경제주체와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 나갈 필요가 있는 때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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