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들에게 기저귀를 뗀다는 것의 의미

입력 2012-10-05 18:24   수정 2012-10-0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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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만나는 어린이 그리고 문화] 1편. 영아들에게 기저귀를 뗀다는 것의 의미

영아기에 기저귀를 뗀다는 것은 고등학교 수험생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일만큼이나 한 사람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기저귀를 더 이상 내 몸에 착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왠지 앉으면 푹하고 빠질 것만 같은 변기라는 곳에 앉아서 대소변을 봐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는 용기가 필요하며, 나아가 꼭 그때 거기, 변기에 볼일을 봐야 하는 책임감을 요하는 일이며 다른 말로는, 때와 장소에 가리지 않고 욕구를 자유롭게 해결했던 지금까지의 자유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바로 이것이 영아들에게 있어서 기저귀를 그만찬다고 하는 짧은 어구가 갖는 숨은 의미이다.

그런데 가끔 어쩔 수 없는 피치 못할 이유로 기저귀를 뗀 어린 영아에게 다시 기저귀를 채우는 경우도 있다. 먼 길을 간다거나 할 때 혹시나 실수를 해서 자동차 시트를 버리기라도 할까 하는 염려에서 영아는 자의와 상관없이 다시 기저귀를 착용한다. 나도 사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자동차 시트에 오줌이 묻었다는 일을 상상했을 때 그다지 유쾌한 상황은 아니며 이를 처리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떠오른다. 그건 교사인 나에게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나 같은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앗차!하고 내가 잊고 있었던 영아들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있었다. 그 주인공은 내가 기록과 연구를 위해 나가고 있는 직장보육시설에 다니고 있는 한국 나이로 4살된 유진(가명)이다. 작년 어린이집에 처음와 이제 어린이집 경력이 1년 반이나 되며, 생일이 빠르기 때문에 이미 기저귀는 떼었고, 행동이 빠르진 않지만 그만큼 생각이 진중한 어린이이다. 오전 간식을 먹고 난 후, 담임 교사가 아이들에게 우리 화장실 갔다오자 라고 이야기 하자 유진이는 평소와 달리 화장실을 안 가겠다고 버티고 있다. 배시시 웃으며 몸을 꼬는 유진이에게 나는 조심스럽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유진 : 선생님 나 자꾸 엄마가 기저귀 해요.

나 : 쉬아하면 기저귀 해야지~ (유진이네 반에서 이 말은 소변을 변기에 하지 않는 다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유진 : 쉬아 안 해요~

교사 : 그래? 근데 왜?

유진 : 나도 몰라요~~

얼굴은 웃고 있지만 ‘내 마음도 몰라준다’라는 듯한, 뭔가 실망한다는 듯 내게서 등을 보이며 나지막하게 “나도 몰라요~~” 한다.

이날의 에피소드는 채 5분도 되지 않았지만, 평소 같지 유진이 같지 않았던 점과 마지막에 등을 보이며 나지막하게 말하던 음성이 계속 머릿 속에 맴돌았다. 그래서 담임 교사에게 유진이가 소변 실수를 자주 하는지 물어보았다. 교사 말에 의하면 유진이는 거의 실수를 안 하는데, 유진이의 엄마가 출근하며 유진이를 어린이 집에 맡기기 때문에 먼 길을 자동차로 이동해야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저귀를 차고 오는 것 같다고 말을 덧붙였다. 나는 순간 유진이의 엄마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나에게 하소연 하던 유진이의 표정과 행동,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리곤 미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에게 나름 하소연을 했는데 난 그것도 모르고 ‘너 못하면 당연히 기저귀 해야지~’ 라고 말했으니 얼마나 야속했을까? 유진이에게 ‘나는 너를 안믿어’ 라고 말로 하진 않지만 행동을 통해서 아이에게 ‘엄마는(때론, 선생님은) 네가 소변을 아직 조절하지 못 할까봐 못미더워 그래서 이 기저귀를 채워야지 안심이 돼’라고 행동을 통해 말했고 유진이는 이런 경험을 통해 메시지를 받았는지 모른다.

영아들에게 기저귀를 차지 않는다는 의미는 이제 더 이상 아가가 아니라는 것을 모든 이에게 공표하는 일이다.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싶은 바로 그런 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아에게 기저귀를 뗐음을 동네방네 소문내며 칭찬을 해주어도 좋을 그런 일이다. 고 3학생이 본인이 바라던 좋은 대학의 좋은 과에 입학한 것과 마찬가지라고나 과장일까? 하지만, 만 2년을 넘긴 어린이 인생에서 가장 축복받을 일 중에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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