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돈을 벌려면 '크루그먼 스타일'을 읽어라

입력 2012-10-15 10:42   수정 2012-10-1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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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시에서 돈을 벌려면 ‘크루그먼 스타일’을 읽어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샤이의 강남스타일’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대단하다. 외국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한국 국민’인 것에 자긍심을 느끼게 할 정도다.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요즘 월가의 슈퍼 리치들 사이에는 ‘돈을 벌려면 크루그먼 교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읽어라’라는 주문이 돌 정도로 ‘크루그먼 스타일’이 유행이다.

글로벌 증시는 전형적인 정책 장세다. 그 중에서 중심국일수록 과도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에 시달림에 따라 이에 대한 처리방향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장 크다. 이미 4년 전 미국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에 직면하자 학계를 중심으로 위기해결 정책기조를 ‘긴축’과 ‘부양’ 가운데 어느 쪽으로 선택할 것인가를 논란이 벌어졌다.

특히 재정분야에서 ‘로코프 독트린’과 ‘크루그먼 독트린’ 간의 논쟁은 유명하다. 로고프 독트린이란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신용등급 추락 등과 같은 신뢰위기에 봉착하고, 재정지출을 통한 부양대책은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로 경기가 의도했던 대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근거에서 나온 주장이다.



하지만 금융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아 재정적자 축소에 우선순위를 두면 1930년대 대공황 당시처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 것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시킨다면 누진적인 조세구조를 갖고 있는 국가일수록 재정수입이 늘어 재정적자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 ‘크루그먼 독트린’이다.

한때 세계 최고의 경제학과 자리를 놓고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비유됐던 이 독트린 논쟁에서 재정정책 주무부서인 오바마 정부가 손을 들어준 것은 크루그먼 독트린이다. 출범 이후 오바마 정부는 금융위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재정정책의 우선순위를 경기부양에 두면서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크루그먼 독트린은 유럽위기를 풀어가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2년 반 전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하자 그리스, 포르투칼 등과 같은 위기발생국에 대해 ‘긴축을 강요해야 한다’와 ‘자체적인 위기해결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른바 ‘베를린 컨센서스’ 논쟁이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베를린 컨센서스란 당면한 유럽위기 해결책 등과 관련해 유럽위기 해결의 최후 보루역할을 맡고 있는 독일의 일관된 입장을 말한다. 논리는 간단하다. 유럽위기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경기부양보다 긴축정책을 추진해야 위기발생국의 도덕적 해이를 막으면서 균열된 유럽통합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 독일의 주장이다.

올해 초까지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던 독일이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베를린 컨센서스가 많이 누그러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위기 발생국의 경기부양에 지원하는 쪽으로 선회됐다. 외형상으로나마 유럽위기가 안정을 찾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유럽위기 해결에도 ‘크루그먼 독트린’인 작용되고 있는 셈이다.

통화정책에 있어서 경기와 금융시장이 애매모호해서 그런지 각종 정책방향을 놓고 논쟁이 심하다. 그 중의 하나가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버냉키 총재 간에 벌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타깃팅(inflation targeting)’ 논쟁이다. 인플레이션 타깃팅이란 중앙은행이 전통적인 목표인 물가를 관리하기 위해 설정한 억제선, 엄격히 따진다면 상한선을 말한다.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은 이렇다. 금융위기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현재 2%인 인플레이션 타깃팅 상한선을 3∼4%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플레이션(혹은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돈의 가치가 떨어져 실질소득(혹은 기대 실질소득) 감소하면 경제주체들은 이를 보전하기 위해 소비와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논리다.

버냉키 총재는 이런 주장에 대해 ’무모하다‘고 반박한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한 번 자극받으면 걷잡을 수 없고, 경제주체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실질가치가 떨어지면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오히려 `디레버리지(deleverage)`에 치중해 경기가 더 침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플레이션 타깃팅 논쟁이 벌어지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면 미국 국민들이 한때 스테그플레이션의 악몽에 시달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은 인플레이션 정책을 추진해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물가만 치밀 경우 이 악몽이 되살아날 높아 ‘물가안정’의 책임을 지고 있는 버냉키 의장으로서는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는 배경이다.

3차 양적완화 정책이 어려울 것으로 봤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이 정책을 발표했다. 그것도 물가가 안정된 것을 최우선 배경으로 꼽았다.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에 다가간 셈이다. 정책 장세인 상황에서 중요한 정책일수록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대로 결론이 남에 따라 월가의 슈퍼 리치들 사이에 ‘크루그먼 스타일’이 급속히 확산되는 이유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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