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원 영화과 김종현 교수의 연말연시 추천영화

입력 2012-12-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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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도 수많은 영화가 세상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게다가 영화 역사상 최초로 연간 한국 영화 관람객 수가 1억 명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많은 국민이 영화와 함께 웃고 우는 영화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연말, 영화 한편으로 한해를 마무리 해보는 건 어떨까?



KAC 한국예술원 영화과 김종현 교수의 도움으로 한해를 열심히 달려온 나 자신과 주위를 둘러보게 해주는 연말연시 추천 영화를 몇 가지 꼽아본다.

디어 미(Dear Me, 2011)

러브 미 이프 유 데어(Love me if you daer)로 데뷔했던 얀 사무엘 감독작, 소피 마르소가 주연한 작품이다. 일에 중독된 커리어우먼으로 바로 코앞에 있는 승진을 꿈꾸고 그것만이 행복이라 믿는 소피 마르소, 그녀에겐 잊고 싶은 가족들과 가난한 어린 시절이 있다. 가난이 싫어 그토록 성공을 꿈꾸는 현실의 그녀는 냉정하고 이기적이다. 이런 무수한 것들로 삶을 가득 채운 소피 마르소에게 7살의 자신이, 꿈을 잃어버린 현실의 소피 마르소에게 꿈이 담긴 편지를 보냄으로서 다시 인생의 설계도를 바꾼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20대 젊은 여성들의 지지율이 높은 영화 디어 미는 소녀에서 어른이 되어버린 20대에게 동경하고 싶은 일기장 같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너무 높아서 닿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많은 일들이 어느 순간 내 눈 높이보다 아래에 있게 된다면 우리는 과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행복의 잣대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는 동화 같은 영화 디어 미를 추천한다.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The Best Exotic Marigold Hotel, 2012)

의학의 발달로 100세 시대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 영화를 추천한다. 60대 이상의 사랑을 다룬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은 사별을 한 사람, 남자를 사랑한 사람, 주식투자로 망한 사람, 무릎관절이 망가진 사람, 화려한 로맨스를 꿈꾸는 사람 등 저마다 사연을 지닌 7명의 인물들의 노년을 다룬 멀티 플롯의 영화로 인도의 한 호텔에서 인생을 재정비하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이 영화의 매력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곳에서 자고, 같은 것을 먹지만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노년의 남녀가 받아들이는 행복도에는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같은 양의 커피를 먹으면서 ‘커피가 반이나 남았네’와 ‘커피가 반밖에 남지 않았네’의 차이를 예로 들면 적절할까? 삶은 관점의 차이로 변화하는 무형의 것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영화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엔딩부로 가면서 결혼한 부부에게 뜨끔한 일침을 가하는 코믹한 영화 한편을 추천한다. ‘아내이기 이전에 애인이었던 여자를 기억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재미있는 영화이다. 연애 이론 중에 사랑의 7단계라는 것이 있다. 1단계 ‘I meet you’ 운명임을 느끼며 사랑을 시작하는 단계로 출발해 마지막 7단계 ‘I am you’ 내가 너가 되는 단계에 달한다. 이 영화에서는 사랑의 마지막 7단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부부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귀찮고 시끄럽고 매력 없어 보이는 아내가 7단계를 극복한 남편에겐 다시 1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뻔 한 스토리를 요즘 관객의 눈높이에 적절히 맞춰 감독의 의도를 녹여 낸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한바탕 웃음거리를 주는 동시에 늘 곁에 있어 잠시 잃어버린 연인, 배우자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만들어주는 따뜻한 영화이다.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2012)

SF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프로메테우스. 3D의 광활함이 영화 시작부에 펼쳐질 때 잠시 동안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감독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일까?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을 창조한 조물주를 만난다면 당신은 어떤 질문과 대답을 듣고 싶은가?’ 감독은 데이빗이라는 로보트를 통해 그 대답을 역으로 공략한다. 현실에서 우리가 그토록 인류의 기원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명연장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과학의 진보를 위해 인류의 기원을 찾는 것이 전부일까? 왁자지껄한 연말 분위기를 피해 잠시나마 조용히 생각에 잠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프로메테우스 영화 한편을 추천한다.

한편, 김종현 교수가 몸담고 있는 KAC 한국예술원 영화과는 1996년 국내 최초의 사립영화학교 ‘네오필름 아카데미’라는 전문 영화교육기관에서 출발한 교육과학기술부 4년제 예술학사학위 인정 교육기관이다. 영화연출에서부터 촬영, 편집, 제작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 설비를 갖추고 기초 교육과정과 현장실습을 실시하며 전문 영화인, 영상인을 꾸준히 배출해내고 있다. 실제 본교 영화과 3학년 이태호 학생은 ‘집앞에서’ 작품으로 제64회 칸국제영화제에, 2학년 안승혁 학생은 ‘비보호좌회전’으로 벤쿠버국제영화제에 초청된바 있으며, 이밖에도 수많은 재학생, 졸업생들이 국내외 영화제에 활발히 진출하며 영화계의 차세대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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