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챙겨야 할 ‘볼커 모멘텀과 역볼커 모멘텀 간 논쟁’

입력 2013-01-28 10:34  

투자자들이 꼭 챙겨야 할 ‘볼커 모멘텀과 역볼커 모멘텀 간 논쟁’

최근 각국의 중앙은행이 일대 변신을 꾀하고 있다. 갈수록 각종 현안을 풀기 위해 중앙은행 역할이 커지는 만큼 이 변화는 경기와 주가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목표가 수정되고 있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 목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있는 만큼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통화론자들은 경기부양 등과 같은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악마와의 키스’라 할 정도로 금기(taboo)로 여겨 왔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글로벌화가 진전되고 시장경제가 활성화됨에 따라 물가는 안정되는 추세다. 이런 시대에서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만을 고집하기보다 위기극복, 경기회복 등과 같은 다른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 ‘악마와의 키스’가 ‘천사와의 키스’로 대접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비슷한 맥락에서 ‘볼커 모멘텀’과 ‘역볼커 모멘텀’ 간의 논쟁이 올해 첫 연준(Fed) 회의를 앞두고 거세게 일고 있다. 전자는 전 Fed 의장이었던 폴 볼커가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독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역볼커 모멘텀은 물가가 안정된 시대에 있어서는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우선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정부와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냉키 Fed 의장은 앞으로 중앙은행은 ‘물가목표제(inflation targeting)’ 뿐 아니라 ‘성장목표제(growth targeting)’, ‘고용목표제(employment targeting)’를 함께 설정해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버냉키 의장은 지난해 12월에 열렸던 회의에서 실업률이 6.5%로 개선될 때까지 현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고용목표제를 도입해 주목을 끌고 있다.

전통적으로 물가안정을 중시해 왔던 유럽중앙은행(ECB)이 드라기 총재가 취임한 이후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물가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ECB는 기준금리를 인하해 왔다. 유동성 조절정책도 미국처럼 국채매입을 통해 양적완화를 추진하고 그 규모를 늘려가는 중이다. 영란은행은 성장목표제를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이웃 일본은행도 물가안정 후순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경제 고질적인 문제인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타깃팅 선을 기존의 1%에서 2%로 상향 조정했다. 앞으로는 발권력을 동원해 엔저를 추가적으로 유도해 추세적으로 1990년대 이후 2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다.

통화정책 관할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이른바 ‘그린스펀 독트린’ 과 ‘버냉키 독트린’ 간의 논쟁이다. 금리변경과 같은 통화정책은 원칙적으로 부동산, 주식 등과 같은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 (Fed) 의장의 신념이다. 이 독트린은 한때는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였지만 자산시장의 거품을 일으켜 2008년 하반기 이후 금융위기를 낳게 한 주범으로 꼽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위기를 풀어가는 버냉키 Fed 의장은 통화정책 대상에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처럼 실물경기와 자산가격이 따로 노는 여건에서는 통화정책은 반드시 자산시장을 반드시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갈수록 각국의 통화정책은 ‘그린스펀 독트린’보다 ‘버냉키 독트린’ 쪽으로 기울고 있다.

통화정책 관할범위가 확대되면 적정금리 산출방식도 변경될 수밖에 없다. 특정국의 금리는 소비자물가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더한 수치와 비교해서 적정성을 따지는 피셔 공식이 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테일러 준칙은 중앙은행이 물가와 성장 등 여타 거시경제 목표 가운데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었는지를 알 수 있다.

테일러 준칙은 실질 균형금리에 평가기간중 인플레이션율을 더한다. 여기에 평가기간중 인플레이션율에서 목표 인플레이션율을 뺀 수치에 정책반응 계수(물가 이외의 성장 등 통화당국의 정책의지를 나타내는 계량수치)를 더한다. 그리고 평가기간중 경제성장률에 잠재성장률을 뺀 값에 정책반응 계수를 곱한 후 모두 더해 산출한다.

중앙은행이 새로운 환경에 변신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초저금리 시대’를 맞고 있다. 테일러 준칙을 통해 추정한 선진국의 적정금리를 보면 미국 3.5%, 유로랜드 3.5%, 영국은 3.75%로 나온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의 현 기준금리는 제로(0) 수준에 가깝다. 대부분 신흥국들의 기준금리도 적정수준을 밑돌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뿐만 아니라 국채, 모기지 증권. 주식, 우량 회사채 등 다양한 형태로 양적완화 정책을 병행한 결과 글로벌 유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 현재 실물경제 규모에 비해 월등히 많은 유동성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종전의 경제이론이나 인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역설(paradox)`이니 `수수께끼(conundrum)` 현상이 자주 나타나 혼란스럽다. 이른바 ‘경제학의 혼돈시대(chaos of economics)’다.

대표적으로 미국 국채시장에서 지속되고 있는 ‘T-본드의 역설(T-bond`s paradox)`이다. 미국처럼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는 국채수익률은 상승(국채값 하락)해야 하나 반대로 하락(국채값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정도 차는 있지만 사정은 다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와 관련해 글로벌 유동성의 국제간 자금흐름도 종전과 다른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돼 주목된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선진국 자금은 높은 수익을 쫓아 잉여자금은 펀드형태로, 잉여자금이 없을 때는 캐리자금 형태로 신흥국에 유입됐다. 반면 신흥국 자금은 안정성을 중시해 선진국 자산에 투자됐다.

하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글로벌 불균형으로 선진국 자산의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위기 이전까지 유지됐던 국제간 자금흐름 메커니즘이 흐트러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띠는 것은 한국, 중국과 같은 선진 신흥국들이 선진국의 수익성 추구자금과 신흥국 안정성 추구자금의 공동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는 점이다.

최근처럼 대부분 통화에 대해 원화가 강세가 될 만큼 우리나라에 글로벌 유동성이 많이 들어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성장에 대한 우려에도 한국의 해외시각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CDS(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와 외평채 가산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국가신용등급도 3대 평가기관으로부터 모두 상향 조정됐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내부적으로 여전히 혼탁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유동성이 집중 유입될 만큼 해외시각이 개선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유럽위기 이후 해외투자시 가장 중시하는 재정의 건전성이 높게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3% 내외로 신흥국 위험수위인 7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갑작스런 외국인 자본유출에 대한 완충능력도 충분히 확보돼 있다. 제1선 자금인 외환보유액은 3200억 달러를 웃돈다. 제2선 자금도 미국, 일본,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쿼터를 감안하면 1000억 달러를 넘는다. 최광위 캡티윤 모델에 따른 추정된 우리 적정외환보유액보다 많은 수준이다.

관심은 앞으로 우리 시장에 얼마나 더 들어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여건도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는다. 재정건전성, 완충자본 확충능력 등도 단기간에 쉽게 악화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외국인 자금의 추가 유입 여부는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 정책당국과 국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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