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과연 힐링이 정답인가?

입력 2013-02-2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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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대는 왜 지금 용기를 말하는가?

‘힐링은 뭐 아무나 하나요?’, ‘청춘에게 힐링을 강요하지 마세요!’

사회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은 힐링 열풍.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과열된 힐링 열풍 속에서 힐링조차 쉽지 않은 각박한 사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힐링을 강요하는 세상에 싫증을 느끼고 있는 것. 사회라는 견고한 ‘벽’을 만드는 데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 기성세대가 벽 앞에 선 청춘들의 멘토를 자처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현실과 동떨어진 치유의 메시지 또한 사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정말 마지막이라고 느낄 때, 절망의 벽 앞에서 필요한 건 그 벽을 뛰어 넘는 용기인 것 같아요.” 서점에서 만난 김진웅 씨(23, 대학생)의 말이다. 청춘이 ‘흔한 힐링’ 대신 ‘용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당장 취업이 문제이고, 스펙 쌓는 것만이 살길인 청춘들에게 힐링은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아픈 청춘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용기’다.

2월 19일, 졸업식이 열린 서강대학교 정문 앞. 상기된 얼굴로 교문을 나서는 청춘들이 ‘용기’를 손에 꼭 쥐고 있다. 정호승 시인의 신작 산문집《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를 출간한 출판사에서 준비한 ‘용기를 드립니다’ 이벤트가 한창이다. 졸업을 1년이나 미룬 끝에 5년 만에 학사모를 쓰게 된 이은혜 씨(25)는 “무형의 용기를 이렇게 나누어준다는 발상이 참신한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이 행사는 앞으로 연세대, 홍익대, 한양대 등 총 6곳의 대학에서 진행 될 예정이다. 출판사 관계자는 “전형적인 책 광고가 아닌 ‘용기’라는 키워드를 전달하는 이번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지금 청춘들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가 ‘용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단순한 홍보가 아닌 젊은 친구들에게 용기를 전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보람 있다고 말했다. 졸업장을 제시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대다수 유통업계의 소비적 이벤트가 난립하는 가운데 책 한 권의 울림이 ‘용기’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의 저자 정호승 시인은 “이 책으로 인해 가장 용기를 얻은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라고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밝혔다. 또 그는 “산업화가 한창이라 어렵지 않게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나의 젊은 시절과는 달리, 지금의 청춘은 견고한 벽 앞에 서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늘 안타깝다. 그러나 문 없는 벽은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달, 서울 각지에서 열린 사인회에서 정호승 시인이 젊은 독자들에게 적어준 메시지도 “모든 벽은 문입니다”였다. 이제, 벽을 문으로 바꾸는 용기, 절망과 맞서는 ‘용기의 힘’에 주목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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