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가 'LG생활건강' 앞선다고?

입력 2013-03-0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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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필 회장, `넘치는 자신감` 혹은 `노이즈 마케팅`

브랜드샵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가 국내 화장품업계 2위인 LG생활건강을 앞지르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해 매출 4천523억원, 영업이익 542억원, 순이익 426억원을 기록한 에이블씨엔씨는 2017년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5년간 해마다 1천억원 규모의 매출 신장을 이루겠단 얘기다.

`노이즈 마케팅`과 경쟁사를 공격하는 거침없는 화법으로 잘 알려진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은 "화장품업계 2위인 LG생활건강을 넘어서지 않으면 회사의 미래가 없다"며 청사진을 밝혔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매출은 3조8천962억원.

물론 서 회장이 공격 대상으로 삼은 건 화장품 사업 부문 만이다.

LG생건은 화장품 사업에서 지난해 1조4천790억원의 매출을 올려 2천12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서 회장이 `LG생건이 영업을 못해준 덕에` 브랜드숍 1위에 올랐다고 말했던 `더페이스샵`은 지난해 매출이 4천67억원으로 전년대비 25% 늘었다.

미샤의 매출 증가율이 37%로 두드러지지만, 영업이익률을 따져보면 더페이스샵은 19.5%, 미샤는 12%로 차이가 현저히 드러난다.

적게 판 더페이스샵이 더 많은 이익을 남겼다.

미샤의 영업이익률이 낮은 것을 두고 업계에선 "노이즈 마케팅으로 대표되는 광고와 홍보비가 많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에스티로더의 베스트셀러인 `갈색병`, SK-II의 주력제품 `피테라 에센스`, 이번엔 시슬리의 아이크림‥.

특정 업체의 제품을 하나씩 찍어 제품명까지 노출하며 유례없는 `비교품평` 마케팅을 진행했다.



비교를 당한 업체들이 고소하겠다고 나서기도 했지만 서 회장은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갈색병` 대응제품 `보라색병`은 출시 1년만에 100만개가 팔리는 기염을 토해냈다.

노이즈 마케팅이 제대로 먹혀 들어간 셈이다.

화장품 업계에선 서 회장의 자신감에 대해 다양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서 회장은 경쟁사에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리는 것은 물론 지난해 말 더페이스샵 창업자이기도 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부도덕한 인물로 몰아세우는 등 업계를 공격하는 행보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국내에서 `990원` 저가 브랜드숍 창시자에 가까운 미샤가 후발주자였던 더페이스샵에 순식간에 밀려났던 만큼 서 회장이 더페이스샵에 오랜 앙금이 남아 있고, 정운호 대표가 새 브랜드를 만들자 인격적인 공격으로 지나치게 견제하는 것 아니냔 말이 들려왔다.

물론 두 대표 간의 진실 공방이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그랬던 서 회장이 LG생활건강을 거론하며 화장품업계 2위를 논하자 "이번에도 노이즈마케팅"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화장품 사업부문만` 앞지르겠단 얘기지만,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매출 3조원 규모 대기업을 앞서겠단 `말 한마디`로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화장품업계 마케팅 관계자는 "미샤가 히트 상품의 선전에 힘입어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이 같은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고가 수입화장품에 맞서 가격, 품질면의 장점을 내세운다 해도 수입화장품 의존도와 선호도가 높은 국내 소비자들을 장기적으로 흡수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보유 브랜드가 10여개에 달하는 LG생건과 달리 저가 브랜드숍인 `미샤` 하나만을 운영하고 있어 가격대별로 분산된 전 고객층을 끌어오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항간에선 `국산 저렴이 화장품을 쓰면 오크(괴물), 국산 화장품을 쓰면 휴먼(평민), 수입 화장품을 쓰면 엘프(귀족)`이란 말이 나올 만큼 고가화장품이나 수입산에 대한 `묻지마`식 충성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적인 저가 화장품으로 꼽혔던 미샤가 브랜드 런칭 초기부터 자리잡은 `싸구려` 이미지를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짙다.

초반의 `미샤`를 기억하는 이들은 7~8년 새 훌쩍 올라버린 제품 가격에 의아함을 느끼며 외면하기 때문이다.



노이즈 마케팅에 `수입보다 반의 반 값에 품질을 좋다던데 하나 사보자`는 소비자들이 구매했을지 몰라도 마케팅비를 쏟아부은 핵심 상품을 제외하면 구매 매력이 크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시장은 한류열풍 등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브랜드 춘추전국시대인 지금, 업계 내 과당경쟁을 부추길까 우려된다"고 말한다.

미샤는 이미 제품가격을 30~50% 할인해주는 `브랜드데이`를 운영하며 저가 브랜드숍 시장에 세일 경쟁을 부추긴 바 있다.



소비자들도 불만이다.

제 값 주고 산 소비자들은 "이렇게 앞다퉈 할인할 거면서, 아예 정가에 팔지를 말라"는 볼멘 소리도 뱉는다.

서영필 회장은 "매출만으로 2강을 정의할 수는 없다"며 "제품력과 고객관계 등 소비자에게 2강으로 인식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이즈 마케팅` 제품 1~2개로 한바탕 매출을 끌어올리고, 이익은 적게 남아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 미샤.

서 회장 언급대로 미샤가 소비자들에게 `국내 2위`로 인식되는 날이 올지, 공격적인 마케팅이 장기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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