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사태로 글로벌 자금이동 관심"

입력 2013-03-2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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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경제연구소 정명수 > 박근혜 정부도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하경제와 사실상 전쟁을 선언한 상태다. 키프로스도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인데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IMF의 이른바 트로이카라는 세계기구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예금의 강제 징발이라는 유래 없는 조건이 붙었다. 이런 조치의 배경에는 키프로스에 예치된 거액 예금의 상당 부분이 러시아로부터 흘러 들어온 검은 돈이라는 판단이 있는 것이다.

지금 추산하기로는 100~300억 유로 정도가 그런 돈인데 만약 통상적인 방식으로 트로이카가 구제금융을 주고 키프로스의 금융 시스템이 정상화되면 검은 돈들이 이에 대한 수혜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 그래서 예금 징발이라는 특단의 조치로 키프로스라는 창구를 통해 검은 돈들이 유로존에 남아있지 못하게 하겠다는 정책적인 배경이 깔려 있는 것이다.

지금은 키프로스 구제금융의 방식이 다른 은행에도 적용될 수 있느냐를 가지고 논란이 되고 있다. 일단 키프로스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상황들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만든 것이다. 만약 이것이 다른 은행까지 적용된다면 예금자 보호를 받는 10만 유로 이상의 예금들은 보다 안전한 은행으로 이동하려고 할 것이다.

안전한 은행이란 북유럽의 은행이나 독일의 은행 등이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남유럽의 은행들은 크게 흔들릴 것이다. 이것이 금융 시스템에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어 아직은 이것이 예외적인 조치이고 검은 돈을 노린 조치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역사적인 배경을 보자면 글로벌 이코노미라는 말이 사용된 것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사이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경제 이야기 때문에 자본의 흐름이 굉장히 원활하게 됐었다. 그러면서 핫머니라는 것이 세계의 혼란을 주도하고 주도적인 금융위기가 나타나니 이런 것을 어떻게든 막아봐야 하겠다는 생각들을 하게 된 것이다. 넓게 보면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맞은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2008년 미국에서 리먼 사태가 터지고 다른 선진국 국가들까지 크게 흔들리니 이런 것을 규제해야겠다, 해외에 나간 자국 국민의 돈을 돌아오게 하거나 핫머니를 규제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영국이 올해 초 다국적 기업에 대해 탈세를 감시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했고 G20 회담에서는 다국적 기업의 해외 매출정보를 공유하자는 제안을 영국정부가 하기도 했다.

유로존도 비슷한 시기에 핫머니의 특효약이라고 하는 토빈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미국도 올해 해외계좌신고제도, FATCA를 시행한다. 이런 것이 미국인이라면 해외 어디에 있든지 그 사람에 대한 금융계좌정보를 미국 당국에게 넘기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런 조치들이 자금의 급격한 이동을 막는, 제어하는 시도들이다.

우리나라 국세청도 일련의 거액 자산가들에 대한 탈세를 잡아내려고 한다. 한만수 내정자가 낙마한 결정적인 것이 그런 부분이다. 우리나라도 해외계좌에 대해서는 자진 신고를 하는 법제화된 제도가 있다. 미국의 FATCA와 비슷한 제도다. 미국의 경우 자진신고를 하지 않고 버티다가 이것이 발각되면 엄청난 세금을 추징당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를 실시하면서 과연 자진신고를 할 것인지와 법제화 됐을 때의 효과에 대해 논란이 있었는데 일단 국세청이 세금 추징을 하면서 해외 계좌 신고가 늘어나고 있고 적발도 나타나면서 생각들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세금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인데 세금의 원칙이란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물린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런 저런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해왔던 관행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 과세당국의 의지다. 지난해에 계정된 세법을 보면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이를 증여로 간주해 증여세를 물리겠다는 언급까지 나와 금융 자산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런 것이 새 정부 들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세수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활발히 논의되는 것 같다.

키프로스가 국가적으로 검은 돈을 세탁하는 금융창구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그런 창구가 막히게 된 것이고 키프로스는 돈 세탁 비즈니스를 접어야 할 판이다. 그러면 키프로스를 이용했던 돈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텐데 국제적으로 여러 가지 조치들이 나오면서 규제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마땅한 은신처를 찾기 쉽지 않다. 그래서 탈세나 편법적인 증여, 해외자본 유출 등을 막아야 된다는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돈이란 안전한 곳으로 가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자금이 잘못되면 아예 시장에서 퇴장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런 부분을 걱정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현금화하거나 금 등으로 바꿔 안방 금고에 숨길 수 있다. 시장에서 이런 자금들이 퇴출되고 누적이 되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국세청이 탈세 혐의가 있는 강남권의 성형외과 원장을 조사하면서 보니 오피스텔 하나 전체가 현금창고 역할을 했다. 이런 부분들이 걱정되는 것이다.

금융시장 입장에서는 두 가지 의견이 있다. 지하경제가 양성화되면 이 돈들이 양지로 나와 금융상품이나 주식시장으로 들어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는데 이런 자금들의 속성이 과세의 표적이 될 수 있는 금융상품은 꺼린다. 오히려 자금 이탈을 불러오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가 IMF 당시에도 계수 상으로는 잘 해석되지 않는 역외 자본유출 현상이 있었다. 이럴 때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시스템 불안까지 가져올 수 있다.

지금 키프로스 사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작은 일들이 자금의 큰 이동을 만들어 다른 예상치 못한 일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우려다. 그래서 계속해서 은행이 부실화될 때마다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인 저항 등을 예금증발로 막는 것인데 그러면서도 구조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서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 어렵다.

또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강력해진 자금 유출입에 대한 규제, 세금과 관련해 투명하게 세금을 걷으려는 노력이 강화될 것이고 그것이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위축되는 작용도 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구조조정이라는 면에서 보면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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