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환율조작보고서, 20년 만에 日 경계대상 선정"

입력 2013-04-17 08:54  

굿모닝 투자의 아침 1부 - 한상춘의 지금 세계는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미국에는 무역장벽보고서 내지는 환율조작보고서로 알려진 보고서가 있다. 매년 3월에는 미국의 무역대표부에서 각국의 관세나 비관세 무역장벽이 어떤 불공정행위에 해당하는가를 종합적으로 담은 NTE 보고서가 발표된다. 이는 국별무역장벽보고서로 우리나라에서 번역되고 1990년대에는 굉장히 화두가 됐던 보고서다.
최근 컴퓨터, 스마트폰, 인터넷 관련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지적재산권이다. 최근 표절 문제가 많은데 그런 것이 지적재산권에 해당된다. 미국의 지적재산권은 스페셜301조와 관련되어 있다. 지적재산권의 불법복제 문제, 사용료를 내지 않는 것 등을 종합적으로 담은 것이 바로 매년 4월에 발표되는 지적재산권보고서다.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최근 환율전쟁과 관련해 화두가 되고 있는 보고서는 미국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하는 환율조작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1년에 2번 발표된다. 문제가 되는 보고서는 이번 4월에 발표된 것이고 10월에 또 한번 발표된다. 보통 환율보고서는 정가의 보도처럼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NTE 보고서, 지적재산권보고서보다 최근 이 보고서가 더 관심이 되고 있다.
워낙 엔저 문제가 크기 때문에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일본이 이번 환율조작보고서의 경계 대상이 된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의 환율조작보고서는 미국이 어느 쪽에 타깃을 맞췄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역사를 살펴보자.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에는 막강한 재력, 경쟁력이 있었다. 소니, 파나소닉, 도요타 등 막강한 제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대국이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이 미국의 경제대적국가로 부각됐었다. 미국에서는 일본이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환율조작보고서에서는 1990년 이전에는 일본이 주 타깃이었다. 그 이후 1990년대에는 일본의 자산붕괴 가능성 때문에 아시아 4룡인 한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가 세계 중심으로 부각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면서 한국이 집중적으로 이 보고서에 거론됐다. 2000년대에는 중국의 부상이 상당히 컸다. 그래서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로 지난 10년 이상 동안 집중적인 이 보고서의 압력을 받았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자산 부분에 있어 경제 여건에 따라 올라오지 못하고 있지만 경제의 위상은 차이메리카라고 불릴 만큼 확실하게 미국에 대적할 수 있는 국가로 부각되고 있었다. 이번 보고서는 그동안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던 일본의 엔저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엔저를 더 이상 진전시키면 안 된다는 경계감으로 인해 이 보고서의 내용도 상당히 관심이 되고 있다.
무엇이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더라도 너무 빨리 가면 안 된다.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는 것을 보더라도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엔저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언젠가는 경고 대상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이 지금 현실화되고 있다. 얼마나 엔저가 빨랐느냐면 아베노믹스를 추진한지 100일이 조금 넘어 110일 정도 되고 있지만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과의 환율이 3개월 만에 25% 정도 떨어졌다. 이는 그야말로 폭락 수준이다. 그동안 엔저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오바마 정부는 이것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1995년 당시 엔달러환율은 79엔이었는데 역플라자 합의 이후 엔달러환율이 148엔까지 갔다. 78엔대에서 시작했던 엔달러환율의 지금 모습이 99엔까지 가는 상황에서 미국의 정부가 미온적인 입장을 보인다면 1990년대 중반과 마찬가지로 120엔, 130엔 가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고 미국의 경쟁력을 굉장히 갉아먹고 있다.
가뜩이나 오바마 정부는 전통적인 제조업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 방송을 통해 미국 제조업의 르네상스 시대에 대해 살펴본 적이 있는데 22일자 미국의 타임지에서 방송했던 내용이 커버스토리로 실린다. 방송에서 다루지 못했던 내용들을 아주 크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박근혜 정부 관련자들이 이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전통적 제조업을 중시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포드나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업계를 살려야 미국의 위상이 증대하고 고용이 증대한다. 이는 오바마 정부 입장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정작 이 산업계에서는 엔저 문제에 대해 굉장히 반발했다. 미국의 통상정책은 정부가 주도하지 않는다. 미국의 산업계 입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NTE 보고서로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는 정책 당국이 무엇이든 결정하지만 미국은 산업계의 입장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산업계의 반발이 크다 보니 미국정부도 산업계의 지지를 받지 못해 정부의 정책은 겉돌고 있다. 정책 메커니즘에서 상당 부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산업계가 반발하다 보니 환율보고서에서 일본의 엔저 문제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다.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는 다른 국가 경쟁력을 훼손시키기 때문에 경제이론의 근린궁핍화 정책에 해당한다. 이 논쟁이 부각되는 이유는 엔저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당연히 반발할 것으로 봤던 미국이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버냉키 의장 조차 의회 연설을 통해 이웃 국가를 경우에 따라 도와줄 수 있는 근린풍요 정책이라고 해 혼란을 줬다. 이에 대한 버냉키 의장의 숨은 의도를 잘 알아야 한다.
일본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사실 일본 경제가 침체되면 그 침체로 인해 한국이나 중국의 일본에 대한 수입, 수출이 안 된다. 그러면 한국과 중국, 경우에 따라 미국도 경기가 안 좋아져 결과적으로 일본경기의 침체가 주변국가를 어렵게 한다. 일본의 경제 여건이 안 좋은 상태에서 엔화가 강세되는 안전통화의 저주에서 풀리게 될 경우 일본경기는 살아난다. 그러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과 중국, 미국의 일본에 대한 수출이 증가하면 다른 국가 입장에서도 엔저 문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근린풍요 정책이 나와 논란거리가 됐다.
이것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최근 엔달러환율이 100엔 근처에 온 것처럼 너무 많이 뛰면, 너무 많이 엔저가 진행되면 본래 이론대로 다른 국가에 피해를 미친다는 근린궁핍화에 대한 인식은 버냉키나 오바마 정부, 미 산업계가 이미 하고 있다. 이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근린궁핍화 정책이다. 사실 적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기 전까지는 경우에 따라 엔저 문제가 다른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근린풍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지금은 분명해졌다. 엔달러환율이 100엔대로 가는 상태에서 이보다 더 많이 증가할 때, 다시 말해 엔저가 진행될 때는 미국과 다른 국가에서 반드시 피해를 미친다. 본래 이론대로 근린궁핍화가 된다는 입장은 엔달러환율이 100엔 넘어가면 분명히 정리된다. 엔저에 따라 경쟁력을 훼손한 측면도 있지만 일본경기 회복에 따라 일본에 대한 수출이 증가하는 측면이 경쟁력 훼손보다 더 크기 때문에 근린풍요 정책 이야기도 나온 것이다.
현재 엔달러환율이 주춤한 상태다. 엔달러환율이 100엔대 근처에 가다가 아베노믹스에 대해 미국이 정면으로 경고하다 보니 미국의 다우지수가 올라 달러 강세, 엔화 약세로 인해 엔달러환율이 더 오를 수 있게 됐다. 아베노믹스에 의해 엔달러환율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다우지수가 올라 다시 미국의 달러 위상이 증대하면 엔저가 되니 더 올라갈 수 있는 요인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엔달러환율은 96, 97엔에서 주춤하고 있다.
입장은 명확히 정리된 것으로 본다. 미국 입장에서 용인할 수 있는 엔달러환율 수준은 대체로 95엔, 극단적으로 간다면 100엔 정도다. 100엔 이상 가는 국면은 미국의 산업계나 미국의 정부 입장에서 분명히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제 일본 아베 정부는 선택의 문제에 직면했다. 지금 엔저 문제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일본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제3의 정책, 우리가 이야기한 제3의 정책을 보완시켜야 하는 시점이다. 엔화를 무리하게 약세시키면 국제적으로 상당 부분 반발이 갈 것이다.
일본인들은 반발하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극우적인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100엔 이상으로 엔저를 누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만약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엔달러환율 100엔 이상으로 엔저를 밀어붙일 때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이번 4월 보고서에서는 경고 대상으로 끝났지만 10월 보고서에서는 환율 조작국가로 지정될 소지도 있다. 과거 일본이 문제가 될 때는 곧바로 지정했다. 중국이 문제가 될 때는 경고를 하다가 실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은 바로 바로 지정한다. 만약 경고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진행할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것이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미국은 행정명령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것이 수퍼 301조다. 무역 관계자들은 수퍼 301조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것이다. 단적으로 일본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극단적으로 관세를 100% 물린다. 만약 지금 2달러라면 4달러로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
일본 입장에서 미국에 수출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일본의 엔저에 대해 경고 대상을 하는 것은 단순히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엔달러환율이 100엔 근처로 오는 상황에서 보면 결국 일본의 아베 정부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엔저가 초기 단계 특수한 이익을 위해 일본 지지도가 70%까지 올라온 상태에서 밀어붙이느냐, 아니면 국제적인 문제를 존중해 제3의 정책을 모색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이것이 이번 보고서가 엔저 문제와 관련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는 이유다.
이번 주말 G20 회의, IMF 춘계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엔저 문제에 대해 미국이 경고를 하다 보니 그동안 서운한 입장을 보인 브릭스 국가들은 미국의 엔저 경고를 단초로 반발이 심할 것이다. 글로벌 환율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경고나 브릭스의 환율전쟁에 대한 재연 우려가 되는 상태에서 결국 일본 아베 정부가 이번 G20 회담과 IMF 춘계회의에서 어떤 입장을 보일 것인가가 관심이 된다.
어떤 입장을 보이더라도 지금은 초기 단계에서 밀어붙이기 식의 엔화 약세가 빨리 진행되어 엔저가 되는 국면은 상당 부분 주춤할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올라가면 더 올라간다고 생각해 엔달러환율이 120엔까지 올라간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국제적으로 추가적인 엔저를 달성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분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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